아동학대가 끊이지 않고 존속살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이를 키우기 힘든 ‘사회적 구조’와 준비가 부족한 ‘부모들의 인식’이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한다. 또 아동학대가 ‘대물림’ 될 수 있다는 점을 부모들이 간과하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다.

◆아동학대는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

4살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 손지영(30) 씨는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손 씨는 “요즘은 동네 사람은 물론 친정 엄마에게도 자식 맡아달라는 소리하기가 미안한 시대다. 그런데 응답하라 1988에서는 엄마가 자신의 딸인 진주를 돌볼 수 없을 때 동네 사람 누구에게나 진주를 맡긴다. 또한 동네 사람들도 당연하게 진주를 맡아준다”며 “하루 종일 아파트 안에서 혼자 딸아이를 키우는 내 모습과 비교돼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은 아동학대가 부모 단둘이서 자식을 키우기가 어려운 현재의 사회 구조에서 시작한다고 분석한다. 과거에는 친척은 물론 이웃끼리 자식들을 서로 돌봐주며 '육아스트레스'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오롯이 부모의 '정신적 건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장화정 원장은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는 산업화와 핵가족화라는 사회구조의 변화에서 나타난다고 말했다.

장 원장은 “확대가족 시절에는 조부모나 고모, 이모, 삼촌 등의 다른 가족과 동네 사람들이 부모에게 지나치게 아이를 학대하거나 무관심한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또 힘들 땐 양육을 도우기도 했다”며 “하지만 산업화와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양육에 대한 관심이 희박해졌고 이는 아동학대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응답하라 1988’처럼 불과 20년 전만 해도 동네 이웃주민끼리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다 알고 자식들도 함께 키우며 서로 챙겨주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풍경을 보기 어렵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핵가족화와 이혼가정 등 결손가정 증가는 지속적인 아동학대와 존속살해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며 “절제력과 도덕성, 모성애, 부성애도 누군가를 보고 배우는 것인데 가족 해체가 늘면서 그런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부모가 되는 어른이 많아 진 것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특히 사회적 결속력이 약한 부모는 자신의 사적 영역 안에 이웃 등의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꺼리는 특성까지 더해져 문제가 불거졌을 때 외부의 조력을 받지 못해 심각한 문제를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부천 초등생 시신훼손사건이나 여중생 미라 사건의 가해 부모들이 자녀가 사망한 후 시신을 유기하거나 시신과 함께 11개월을 함께 산 엽기적 행각도 이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충북대 아동복지학과 김영희 교수는 살기 힘든 현대 사회도 아동학대 증가에 큰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예전과 다르게 요즘 현대인들은 불안함과 초조함, 공포감 등 아주 많은 스트레스를 안고 산다”며 “바쁜 현대 사회에서는 그 스트레스를 풀 시간적·물질적 여유조차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스트레스가 쌓인 채로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육아까지 병행하는 것은 아주 고통스러운 일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아이에게 올바른 훈육을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건강한 정신”이라며, 이 같은 사회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아동학대와 학대로 인한 범죄는 갈수록 늘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장화정 원장은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는 산업화와 핵가족화라는 사회구조의 변화에서 나타난다고 말했다.

◆학대의 대물림도 경계해야

전문가들은 아동학대아 ‘대물림’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올바른 훈육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 1월 26일 “자녀를 엄격히 훈육하는 것과 학대는 명백히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부모의 과한 훈육은 폭력이 되고 세월이 흘러 장성한 자녀가 또 다른 아동학대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아동학대는 자녀에게 심각한 트라우마를 심어줄 수 있고, 더 나아가 자녀가 성인이 된 후 자신의 자식에게도 학대를 행하는 ‘대물림 학대’로 이어진다는 것.

실제 여성가족부가 가정폭력상담소에서 자식에게 폭력을 한 경험이 있는 행위자를 상대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44.7%가 ‘어릴 때 부모로부터 신체적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프랑스 국립건강의료연구원이 진행한 연구 결과에서도 부모 간 폭력을 목격한 경험이 있는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가정에서 폭력을 행사 할 확률이 3배, 자신의 아이를 학대할 확률이 5배나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유년 시절 학대받은 경험은 성인이 된 후 범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신동욱 연구관이 ‘아동·청소년기 가정폭력 경험이 성인범죄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서 경기도의 A 교도소 수형자 48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51.2%에 해당하는 수형자가 ‘아동·청소년기에 가정폭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고 답했다.

▲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에서 경기도의 A 교도소 수형자 48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51.2%에 해당하는 수형자가 ‘아동·청소년기에 가정폭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강력범죄를 저지른 수형자일수록 가정폭력을 경험한 사람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정폭력 경험은 성범죄자가 전제 충 63.9%로 가장 많았고, 살인을 저지른 수형자는 60%, 절도 56%, 강도 48.8%, 폭행·상해 48.5%가 뒤를 이었다.

신 연구관은 “아동학대와 같은 가정폭력 예방은 강력범죄의 예방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newsmallkr@naver.com

<저작권자 © 디지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