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한명이 1년에 사용하는 여비가 1천500만원?’

-성추행 의혹 교장 23일 사직서 학교 측에 제출, 아직 이사회는 열리지 않아

과거 성추행 의혹(본지 3월 18, 22, 23일자)이 불거진 경북 고령의 사립중학교 교장이 임기를 시작한 2013학년도 이후 지금까지 1년 출장예산으로 적게는 1천100만원부터 1천500만원까지 따로 책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무원여비규정을 적용하면 1년 365일 매일 출장을 다녀도 다 지급 받지 못할 규모다.

해당 중학교 홈페이지의 법인공개자료방에 게시된 2013학년도 세출예산안(추경 2회)에 따르면 ‘학교일반운영’ 예산 2억4천700여만원 가운데 ‘부서 기본 운영’ 예산은 5천440여만원이다. 교장실과 행정실 등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예산을 담은 ‘부서 기본 운영’에서 ‘교장실 운영’에 1년 예산으로 2천180여만원을 책정했다. 이 가운데 출장 등을 위한 여비가 무려 1천500만원에 달했다.

이를 두고 일선 학교의 운영자들은 ‘믿을 수 없는 예산’이라는 반응이다. 한 공립 고등학교 교장은 “교장은 직책에 따른 업무추진비 외에는 딱히 예산을 책정하지 않는 편”이라며 “다른 학교들과의 업무도 잦은 교장이지만 꼭필요한 경우 공문을 통해 출장비를 신청한다. 이 정도 규모의 예산은 처음본다”고 의아해했다.

계산을 하더라도 교장의 출장비는 산출이 불가능한 수치다. 그해 교장실 여비 중 학교 인근 지역으로 출장을 가는 ‘관내 출장 여비’가 무려 640만원이었다. 공무원 여비 지급 규정에 따르면 중학교 교장은 1일 4시간 이상 관내 출장을 할 경우 최대 2만원을 지급 받을 수 있다. 이 계산법이라면 1년간 320일을 매일 4시간 이상 출장을 간다고 보고한 셈이다. 게다가 관외 지역 출장 여비까지 포함한다면 산술적으로 1년을 꼬박 출장을 더니더라도 교장 단 한명이 지급 받을 수 있는 여비가 아니다. 심지어 2015학년도 세출예산명세서(추경 1회)에는 교장실 여비가 무려 1천800만원으로 책정됐을 정도다.

이에 대해 경북도교육청 최상수 예산담당자는 “교장 여비 규정을 따로 두지는 않는다. 사실관계를 확인해보겠다”고 답하는데 그쳤다.

타 사립중학교의 세출예산안을 살펴봤지만 교장실 운영비로는 대부분 ‘직책급업무추진비’ 정도만 편성하고 있었다. 2013년부터 의심스러운 예산안 책정이었지만 관할교육청, 경상북도교육청까지 전혀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전문가는 이 같은 예산안 작성을 두고 ‘교무실운영’ 예산을 ‘교장실운영’에 포함시키는 편법을 사용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귀띔했다. 투명하게 분리해서 관리돼야 할 예산 항목을 묶어서 편성함으로써 여비 지급을 부풀린 것으로 보인다는 것.

실제 해당 교장이 취임 전인 지난 2010년 세출예산명세서를 살펴보면 ‘교장실운영’에는 직책급업무추진비 300만원이 전부이다. 대신 교무실운영 비용 1천560여만원이 책정돼 있다. 하지만 2013년 이후부터 ‘교무실운영’ 항목은 아예 빠졌다. 다른 일선 학교들은 교무실과 교장실 운영비를 구분해서 계속적으로 예산을 잡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게다가 교무실 예산과 교장실 예산을 통합한 것이라 하더라도 1년 2천만원 이상의 예산은 학교 규모에 비춰 '많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다.

이에 대해 해당 중학교 측은 “여비 예산은 교직원의 여비까지 모두 포함한 것이다”고 밝혔지만 교장과 교직원의 여비 규모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또 2013년부터 교장실과 교무실 예산을 통합해 편성한 이유에 대해서도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경북도교육청 측은 "교육부와 교육청은 운영비 예산을 작성할 때 참고적 예시로 교장실과 교무실, 행정실을 구분짓는 것을 권고하고, 대부분의 학교들이 이를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학교 측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23일 해당 학교 교장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사직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수리여부를 결정할 이사회의 개최 계획 역시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경석 기자  cavalry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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