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금이나 승진 등 직장 내 여성차별의 지표인 ‘유리천장’이 여전히 높게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직장 여성 50%는 직장 내에서 성희롱을 당해본 것으로 조사됐다.

“평상시에는 평가가 항상 상위권이었는데, 승진 관련해만 되면 별다른 이유도 없이 평가점수가 갑자기 떨어져요. 이런 식으로 매번 승진에서 누락시키는 거죠”

직장인 10년차인 김모(34·여) 씨는 얼마 전, 6년간 다닌 회사를 그만뒀다. 몇 년간 팀장 진급 명단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신이 누락됐기 때문이다.

김 씨는 “나와 같은 연차의 남자 동료들은 모두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 있었고, 이름이 올라가지 않은 사람은 여자인 나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성차별은 사실 회사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며 “예전에 동료와 함께 다녀온 출장에서도 단순히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남자 직장 동료와 나의 출장수당이 달랐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임금이나 승진 등 직장 내 여성차별의 지표인 ‘유리천장’이 여전히 높게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대부분의 여성 직장인들은 ‘임금문제, 승진누락 등과 같은 성차별적인 문제는 직장 내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고 입을 모았다. 게다가 직장 여성 50%는 직장 내에서 성희롱을 당해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여성이 가장 일하기 힘든 나라

▲ OECD 유리천장 지수

유리천장지수는 여성이나 소수민족 출신자에 대해 고위직 승진을 가로막는 조직 내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라는 뜻으로, 여성의 사회진출 척도로 볼 수 있다. 지난 3월 5일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유리천장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25점으로, 29개국 가운데 4회 연속 꼴지를 기록했다. 1위는 아이슬란드로 80점을 받았다.

이번에 발표된 유리천장지수에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도, 소득, 기업 고위직 비율, 자녀 양육비용, 육아휴직 기간 등의 평균지수가 포함됐다. 이 중에서도 한국의 성별 소득격차는 36.7%로 OECD 평균 소득 격차(15.5%)와 큰 차이로 1위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일을 하고도 남성의 임금이 100만원 이라면 여성은 36.7% 적은 63만3천원을 받는 셈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회 정문자 대표는 “이는 여성이 사회진출을 하는데 있어서 아직도 많은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사회적으로 여성의 사회진출을 돕기 위해 많은 문제들을 개선했다고는 하나, 실질적인 임금문제나 진급문제와 같은 사회적 현실에서는 여전히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여성 직장인 2명 중 1명은 직장 내에서 성희롱 피해를 받아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월 취업포털 사람인에서 여성 직장인 7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1.4%가 직장 성희롱을 당했다고 대답했다. 또한 한국여성노동자회가 지난해 전국 9개 지역 ‘평등의 전화’ 여성 상담사례 2천307건을 분석한 결과, 성희롱 관련 상담은 508건으로 2년 전 236건에 비해 2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 '평등의 전화' 여성 상담사례 분석 결과

평등의 전화 서울지부 신상아 상담원은 “상담을 받는 직장 여성들은 반복된 성희롱으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가 쌓인 상태의 여성들이 대부분이다”며 “오히려 자기 자신에게 피해가 돌아올까 봐 참고 넘어가는 직장 여성들까지 포함한다면 직장 내 여성 성희롱은 아주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리천장은 사회가 나서지 않으면 없앨 수 없어’

전문가들은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억압하는 ‘유리천장’을 없애기 위해서는 사회적 구조와 체계, 그리고 제도적인 부분까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회 정문자 대표는 “가장 큰 문제는 고위직이나 관리직의 여성 진출이 어렵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하위직 같은 경우 여성의 진입이 많아졌지만 아직 고위직이나 관리직의 여성 진입은 아주 낮다”며 “결과적으로 고위직이나 관리직의 여성이 적기 때문에 남성과 여성의 임금격차가 많이 나는 것이고, 이는 우리나라가 형편없는 유리천장 점수를 받는 하나의 이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2014년 인사혁신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방직 여성공무원은 34%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중 5급 이상의 관리직 공무원은 10%이다. 또한 중앙행정기관 여성공무원은 49%로 높았으나, 4급 이상 관리직 공무원은 11%이다. 특히 고위공무원의 같은 경우 여성의 비율은 4.5%에 그쳤다. 

반면 유럽의 경우, 유리천장을 없애기 위해 공공기관부터 민간 기업까지 여성 관리직의 비율을 30~40%로 할당하는 ‘여성고용할당제’를 실시하고 있다.

▲ 전문가들은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억압하는 ‘유리천장’을 없애기 위해서는 사회적 구조와 체계, 그리고 제도적인 부분까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과 황우정 서기관은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목표관리제’를 설정해서 여성임원의 비율을 관리하도록 하고 있지만, 민간 기업이나 정치 분야 등에는 실질적으로 손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게 사실이다”고 밝혔다.

여성들의 관리직·고위직 진입을 막는 가장 큰 문제는 ‘경력단절’이다. 여성은 남성의 비해 결혼이나 출산, 육아 등의 문제로 일을 그만두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승진이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회 정문자 대표는 “유리천장을 없애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여성들의 경력단절이 없어져야하고, 직장 내의 여성승진도 평등하고 공평해야 한다”며 “하지만 대부분 이런 부분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유럽 같은 나라처럼 여성 할당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이수연 선임연구위원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외국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고, 여성의 정치 대표성이나 안전성도 미흡하다”며 “양성 평등적 정책과 사회적 인식 변화를 위해 범정부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newsmall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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