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12월 취업포털 사람인에서 여성 직장인 7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1.4%가 ‘직장 성희롱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정부가 2003년부터 공공기관의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의무화 시켰지만, 지난 3월 29일 경찰 간부 회식에서 경정과 경감이 부하 직원인 20대 여성 경장에게 ‘경정에게 잘보여야 한다’며 손목을 잡고 추행을 한 사건이 밝혀지는 등 직장 내의 성희롱 피해는 전혀 줄어들고 있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 12월 취업포털 사람인에서 여성 직장인 7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1.4%가 ‘직장 성희롱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직장 여성들이 당한 성희롱에는 몸매 등 외모 관련 발언이 63%로 가장 많았고, 음담패설(51.8%), 과도한 신체접촉(37.8%), 술시중 강요(25.5%) 등이 있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직장 내에서 일어나는 성희롱을 대처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대부분의 피해 여성들이 참고 넘어간다는 것이다.

평등의 전화 서울지부 신상아 상담원은 “성희롱을 당해 상담을 받는 여성들조차도 고용불안이나 불이익, 소문 등과 같은 이유로 신고를 하는 것을 어려워해 참고 넘어간다”며 “이러한 상황들은 여성에게 큰 트라우마로 남고 직장생활의 극심한 스트레스가 된다”고 말했다.

평등의 전화에서 상담을 받은 엄모(33·여) 씨는 아이를 낳은 후 복귀한 회사에서 수도 없는 성희롱을 당했다. 엄 씨는 “‘아이를 놓더니 골반이 커졌다’, ‘집에서 애나 키우지 회사는 왜 돌아왔냐’는 말까지 들었지만 짤릴까봐 참고 다녔다”며 “얼마 전 회식자리에서 어깨를 쓰다듬고 허벅지를 만지려는 직장 상사에게 거부의사를 표하자, ‘애 엄마주제에 왜 이렇게 비싸게 구냐’라는 말을 듣고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회사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가 5일 발표한 ‘2015년 성희롱 실태(전국 공공기관 400곳과 민간사업체 1천200곳의 직원 7천844명과 성희롱 관련 업무 담당자 1천615명 대상)’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10명 가운데 8명(78.4%)은 별다른 대처 없이 그냥 참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성희롱 피해를 당한 여성은 남성의 비해 5배 이상 많았다.

▲ (자료제공: 여성가족부 '2015년(4~12월) 성희롱 실태')

성희롱 피해를 당하고도 그냥 참았다는 사유에 대해 여성 응답자 50.6%는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라고 밝혔다. 또한 성희롱 방지 업무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희롱 사건 후 가해자가 직장을 그만둔 경우는 24.3%였지만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직장을 그만둔 경우가 11%였고, 피해자만 그만둔 경우도 9.9%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여전히 상당수 여성이 성희롱 문제제기로 인한 2차 피해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점이 설문을 통해 확인됐다”며 “직장 내의 성희롱 문제에 대한 예방책과 함께 피해자 구제 방법 등 종합적인 제도 개선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평등의 전화 서울지부 신상아 상담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상담을 꼭 받는 것이다”며 “일이 커졌을 때나 끝나갈 때 상담을 받는 것은 여러 가지를 놓칠 수 있으니 상담을 먼저 받은 후 적절한 대처요령을 듣고 올바른 대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신 상담원은 “성희롱을 당했을 당시의 상황과 시간 등을 기록하고, 녹취나 녹화를 통해 증거를 남겨놓아야 불이익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직장 내 성희롱과 같은 문제는 서울여성노동자회 평등의 전화로 언제든지 상담 받을 수 있다. 더불어 올해부터는 1670-1611으로 대표번호가 지정되어 위치 확인에 동의하면 10개 지부 중 가까운 지역으로 바로 연결된다.

김지은 기자  newsmall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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