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을 꿇고 사죄한다는데 무엇을 위한 사죄인가?’

6일 대구문화예술회관 앞에서는 기이한 풍경이 벌어졌다. 새누리당 대구지역 후보 11명과 최경환 대구경북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시민들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그들의 이번 ‘퍼포먼스’는 후진적인 정치쇼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통적으로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에서 새누리당 ‘공천’은 ‘당선’과 직결된다는 이야기가 내려왔다. 그런 그들의 ‘텃밭 민심’이 흔들리는 것을 선거 일주일을 앞두고서야 감지한 듯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1개 지역구 가운데 새누리당의 우세가 점쳐지는 곳은 5, 6곳에 불과한 상황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뒤늦게 ‘사죄’와 ‘용서’를 운운하고 있다.

이들이 사죄를 한다는데 과연 무엇을 위한 사죄인지를 묻고 싶다. 민심이 변한 것이 자신들의 잘못이라는 것을 파악한 사죄인가?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는 알고 있는 것인가?

대구 민심이 변한 원인을 들여다보자.

지난 이명박 정권 시절에서부터 현재 박근혜 정부까지 대구는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새누리당의 목소리에 따라 야당에 눈을 돌리는 ‘배신’(?)을 하지 않았다. 그런 시민에게 새누리당은 약속을 과연 지켰는지를 반문해 봐야 할 것이다.

남부권 신공항에서도 새누리당은 대구를 무시했다. 아니 경북까지 무시했다고 해도 될 것이다.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공약을 하나라도 제대로 지켰을까?, 대구취수원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그누구도 해결을 위해 뛰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이번 선거에서 공천이라도 제대로 했는가? 무더기 탈당이 그 답변이다.

대구에서의 첫 야당 후보 당선이 가능하다는 여론을 만들어내는 더불어민주당의 김부겸 후보 대항마로 새누리당이 선택한 인물은 김문수 후보다. 전 경기도지사를 지낸 이분으로 말할 것 같으면, 수도권 규제 완화를 주장하며 지방을 무시하는 처사를 했던 사람이다. ‘나 경기도지사인데’라는 발언은 오랫동안 구설수에 올랐다. 지역 정치권 안팎에서는 수도권에서 표심을 얻어야 할 인물을 단순히 야당에 자리를 주지 않으려고 내려놓은 ‘낙하산 공천’이라는 비판도 나왔었다.

이런 일들을 다 벌여놓고서 새누리당 후보들이 지금에서야 반성한다며 ‘쇼’를 했다. 후보들이 한 사죄는 무엇을 위한 사죄일까? 우리는 이날 무릎을 꿇은 후보들은 ‘당선’이라는 단 하나의 목적만을 두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공천은 공심위에서 했으니 후보들에게는 죄가 없다. 그렇다며 사죄는 공심위에서 해야 하고, 새누리당이 지역을 위해 제대로 못한게 있다면 현역의원들이 무릎을 꿇어야 한다. 지금의 후보들은 그저 ‘표좀 주십시오’라는 목소리를 대신한 ‘쇼’인 것이다.

이들은 그저 새누리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의 약진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작금의 사태를 만들어낸 것이 새누리당인데, 이들이 지금와서 ‘용서해달라’며 ‘우리를 찍어달라’고 말한다.

잘못한 일에 대해서 몇 번의 기회를 준 대구시민이다. 이제는 본인들의 말대로 진짜 매를 좀 맞아야 할 듯하다. 정치인들에게 ‘매’란 무릇 ‘선거 패배’가 아니겠는가.

대구 시민들이여 매질해달라는 새누리당 후보들에게 매 한번 정말 제대로 들어볼 준비가 됐는가? 진짜 ‘사랑의 매질’을 한번 해주고 싶은 시간이다. 일주일이면 그 매가 제대로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그 매가 앞으로 4년간 대구를 새롭게 변화 시켜 줄 것이라고 믿어보자. ‘배신의 정치’를 운운했던 박근혜정부에게 대구시민들에게 한 ‘배신’에 대해서 우리가 제대로 갚아주자.

무엇보다 매질을 하려면 ‘투표’해야 한다는 점 잊지 말자. 잘못한 이들에게 매질도 하지 않고서 이들이 일을 똑바로 할 것이라는 무책임한 유권자가 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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