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직장인은 ‘결혼’을 직장생활의 걸림돌로 여기는 반면, 남성 직장인은 ‘결혼’을 도움이 된다고 여겼다.

모회사 5년차 직장인 성모(29·여) 씨는 직장 내에서도 일 잘하기로 소문이 났던 직원이었지만, 지난해 결혼 이후부터는 직장 내에서 출산휴가나 퇴사로 생긴 빈자리를 메우는 업무만 하고 있다. 성 씨는 “‘여직원이 결혼을 했으니 이제 곧 출산을 하고 그럼 일을 그만둬야한다’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업무를 시켜주지 않는다”며 “남자 상사들은 경력관리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지만 내게는 그런 기회조차 오지 않는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많은 여성 직장인들이 ‘결혼’을 앞두고 큰 고민에 빠지고 있다. 출산이나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로 회사에서 퇴사 권고를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에게 결혼 ‘남성은 도움이 되고, 여성은 방해가 된다’

지난 1월 대구지역 주류기업인 금복주가 결혼한 여직원을 상대로 퇴사를 종용한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 2011년부터 홍보팀 디자이너로 일하던 여직원은 “지난해 10월 회사에 결혼소식을 알린 후부터 끊임없는 퇴사 압박을 받았다”고 밝혔다.

여성 직장인은 ‘결혼’을 직장생활의 걸림돌로 여기는 반면, 남성 직장인은 ‘결혼’을 도움이 된다고 여겼다.

취업포털 사람인에서 3월 직장인 1천4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결혼이 직장생활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남성의 경우 75.9%가 ‘도움이 된다’고 답했지만, 여성의 경우 71.8%가 ‘방해가 된다’고 응답했다. 

이에 남성 직장인들은 결혼이 직장에 도움이 되는 이유로 ‘심리적으로 안정돼서’, ‘책임감이 생겨서’, ‘내조를 받을 수 있어서’ 등을 이유로 들었다. 반면 여성 직장인은 ‘가사 및 육아에 신경을 써야 해서’, ‘경력단절이 생길 수 있어서’, ‘퇴사에 대한 압박이 있어서’ 등을 이유로 결혼이 직장생활에 방해가 된다고 답했다.

▲ 취업포털 사람인에서 3월 직장인 1천4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결혼이 직장생활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남성의 경우 75.9%가 ‘도움이 된다’고 답했지만, 여성의 경우 71.8%가 ‘방해가 된다’고 응답했다.

뿐만 아니라 직장 내에서 남성 직장인의 결혼과 여성 직장인의 결혼을 보는 시각과 대우는 전혀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기혼 직장인 386명 중 ‘결혼 후 직장 내에서 혜택을 받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 남성 직장인은 27.8%가 ‘혜택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지만, 여성 직장인은 9.5%만 있다고 답했다. 반대로 ‘결혼 후 직장 내에서 차별을 받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36.9% 여성 직장인이 ‘있다’고 대답해 남성 직장인(8.6%)의 응답률에 비해 4배나 높게 집계됐다.

여성 직장인들이 받은 차별로는 ‘출산·육아 사용의 어려움’과 ‘퇴사압박’, ‘불공정한 업무 배분’, ‘승진 누락’, ‘부서배치 시 불이익’ 등이 꼽혔다.

이에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여성 직장인 1천18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7%가 경력단절을 피하기 위해 결혼이나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할 생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고용연구센터 강민정 센터장은 “여성 직장인들은 남성 직장인과 다르게 결혼을 하는 순간,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는 선택을 강요받는다”며 “여성이 결혼을 하고 출산이나 임신을 하면 휴가를 줘야하는데 그 휴가기간의 공백조차 기업들은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결혼 시기의 여성에게는 현저히 낮아지는 고용률

우리나라의 경우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의 여성 고용률이 상당히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기업들이 출산이나 육아로 인한 인력공백을 감당하지 못해 애초부터 결혼 적령기의 여성 채용을 꺼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통계청과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대 여성과 남성의 고용률은 각각 58.3%, 55.6%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30대에 접어들면서 남성의 고용률은 90.7%로 높게 상승한 반면, 여성의 고용률은 56.4%로 남성의 비해 34.3%p나 낮게 조사됐다.

▲ 20대, 30대 여성과 남성의 고용률

한국고용정보원 고용정보분석센터 정한나 부연구위원은 “20대 초중반 여성은 남성 못지않게 높은 고용률은 보이는 반면,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여성의 고용률은 현저히 낮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이는 결혼과 출산을 해야 하는 연령의 여성을 애초부터 기업이 꺼린다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결혼하는 여직원의 퇴사를 종용했던 금복주에서도 생산직 일부 여성을 제외하고 여성 사무직 중에 결혼한 여성은 없었다. 모 중소기업 사장인 A 씨는 “우리같이 직원이 몇 안 되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출산휴가나 육아휴가로 인한 직원의 인력공백을 감당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며 “인력공백이 생기면 결국 남은 사람들이 나누어서 그 일을 해결해야 하니까 남은 직원들 또한 좋게 보지 않아서 결혼시기의 여성을 고용하는 게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 같은 우리나라의 근로문화로 인해 결혼 적령기의 여성은 취직부터가 힘들고, 여성 직장인들은 결혼과 직장 둘 중에 하나를 포기해야하는 선택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고용연구센터 강민정 센터장은 “여성에게 결혼이란, 힘들게 쌓아온 자신의 노력이나 커리어가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것과 같다”며 “지금은 예전과 많이 달라져서 여성들이 직장을 다니기 위해 교육도 많이 받고, 인적 자원의 수준도 높아졌기 때문에 직장보다는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려는 여성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newsmall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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