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도 처리안하고 제식구 감싸기’

성추행 의혹(본지 3월 18, 22, 23일자 보도)이 일어났던 경북 고령의 한 사립중학교가 사태 수습에 미적지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한 교장의 거취를 결정해야 할 이사회가 정족수 부족으로 개회도 못하고 끝나버린 것. 게다가 교장은 사직서를 제출한 뒤 3주간의 병가를 신청하는 등 스스로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지난달 과거 교장이 여교사를 성추행 했다는 의혹이 일어나자 해당 교장은 23일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학교 이사장은 곧바로 교직원들과 회의를 열고 후임 교장으로 내부 직원 가운데 한명을 선정했다.

이어 교장의 사직서 처리를 위해 일찌감치 이달 11일 이사회 일정을 잡았다. 하지만 이사회는 이날 열리지 못했다. 정족수가 부족했기 때문.

학교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는 재적이사의 과반수가 출석하지 아니하면 개회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이날 7명의 이사 가운데 이사장을 포함해 단 3명만이 참석하면서 과반수를 넘기지 못했다.

문제는 이날 7명의 이사 가운데 안건의 대상이 되는 교장도 이사로 포함돼 있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스스로 이사회에 불참하면서 정족수 미달에 힘을 실었다는 뒷말이 일고 있다.

한 관계자는 “다른 이사들이야 개인적인 일정이 있을 수 있지만 교장은 사직서를 내고 칩거 중인 상태인데 굳이 불참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본인과 관련한 일이라면 참석해서 해명을 하든 변명을 하든 해야 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결국 재단 이사회가 개회되지 못하면서 재단이 현재의 사태를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학교 내 한 직원은 “교육청에서 감사까지 나오고 있는 지금의 어수선한 상황에서 이사회가 제대로 열리지 못했으니 학교 분위기는 더욱 안 좋은 모습으로 흘러갈 것이 뻔하다”며 “제식구 감싸기 모습으로 외부에 비춰질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날 이사장이 직접 교장의 사직서를 처리하기 전에 본인에게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성추행 의혹과 예산의혹 등 각종 논란이 일어났을 당시에는 교직원들 앞에서 후임 교장을 뽑는다며 학교 정상화를 이야기 해놓고 지금와서 처리에 미적지근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해당 학교 행정실장은 “추후 이사회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 그때에는 교장도 참석해 소명을 하게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지가 확인한 결과 교장은 사직서 제출한 상태에서 다시금 병가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이사회 개회를 의도적으로 미루면서 다시 학교로 돌아가려는 꼼수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사회가 열리더라도 단 한명이라도 사직서 처리에 반대를 한다면 교장은 그자리에 계속 머무를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이사장이 친구인 교장편을 드는데 이사들이 전원 사직처 처리에 찬성할 가능성이 낮지 않겠느냐"며 우려했다. 

한편 이사장의 ‘갑질 논란’(본지 4월 1일자 보도)과 관련해 고령교육지원청은 11, 12일 이틀간 학교를 방문, 교사들과 면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경석 기자  cavalry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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