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포장기계를 생산하는 (주)리펙은 이직률이 10%에 달해 항상 고민이 많았다. 그러던 중 노사발전재단의 ‘일터혁신’ 컨설팅을 통해 지난 2014년 호봉급의 연공성을 완화했다. 생산직의 경우 평가에 따른 차등 호봉승급을, 관리직과 연구개발직은 성과연봉제로 임금체계를 개편했다. 이 결과 직원수는 102명에서 128명으로 늘어난데 이어 이직률도 2%로 뚝 떨어졌다. 회사 관계자는 “매출액도 지난해 306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도보다 60억원 가까이 뛰었다”며 “일터혁신 컨설팅의 효과가 상당했다”고 말했다.

근속기간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호봉급에서 탈피, 근로자의 능력·성과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임금을 차등 조정하는 새로운 임금체계가 산업 현장에 확산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금체계에서 호봉급(연공급)의 비중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100인 이상 사업체의 호봉급 비중은 지난해 65.1%로 기업 100곳 가운데 65곳이 호봉제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비율은 지난 2012년 75.5%에서 2013년 71.9%, 2014년 68.3%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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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통상임금 판결 등에 따른 임금구성 조정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호봉제를 손보고 있기 때문이다.

총 근로자수가 370여명에 달하는 한 휴대폰 부품 생산 업체의 경우 역시 통상임금 판결, 정년 60세 의무화 등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에 따라 전 근로자를 대상으로 연공형 호봉제를 성과연봉제로 전환했다. 회사 측은 중장년 장기근속자의 고용불안과 정규직 신규채용 저해, 능력과 성과에 따른 공정한 보상 저해 등 호봉제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는 판단이 강했다. 회사 관계자는 “직원의 79%가 45세 이하로 젊은 구성이다”며 “이들에게 만족을 주면서 우수한 인력의 유출을 막으려면 합리적인 보상체계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성과연봉제와 경영인센티브를 도입하는 한편 도입 과정에서 직원들과의 수차례 설명회를 열어 반발을 최소화 했다. 결국 이직률은 1%로 떨어졌고 약 20명의 신규채용도 가능해졌다. 매출액도 700억원 이상 뛰었다. 회사 관계자는 “개편과정에서 근로자들을 적극 참여시킴으로써 수용성을 높이고 경영성과도 개선됐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임금은 그동안 다른 나라에 비해 호봉제의 영향이 컸다”며 “초임대비 30년 이상 근속자 임금은 한국이 3.28로 30년 근속시 초임때보다 임금이 3.28배 뛰었다는 소리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이 수치가 2.46이며 독일 2.10, 프랑스 1.58, EU 15국 1.69으로 우리나라보다 낮다.

이 같은 호봉제 문제점을 개선하는데 기업들이 나서고 있는 셈이다. 특히 최근에는 생산직을 대상으로 임금체계 개편이 추진되는 등 산업현장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르노삼성 자동차가 임금피크제 도입과 호봉제 폐지에 노사가 합의했으며 LG 그룹 소속 모 기업에서도 호봉제 폐지 및 성과평가에 따라 임금을 차등인상하는 방안에 노사합의해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고용노동부 임서정 노사협력정책관은 “임금체계 개편은 노사정이 공감하고 합의한 사안이며, 정년 60세 의무화에 따른 법적 책무”라며 “고용노동부는 노사의 자율적인 임금체계 개편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임금체계 개편 사례와 절차를 담은 “임금체계 개편 가이드북”을 5월 중 발간·배포하고, 한국노동연구원·경제단체와 협력하여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각종 컨설팅 사업을 ‘일터혁신 컨설팅’으로 통합하고, 컨설팅 기관도 노사발전재단, 공인노무사회, 한국생산성본부 등으로 다변화하여 임금체계 개편, 시간선택제 등 각종 컨설팅을 제공할 계획이다.

노경석 기자  cavalry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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