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2시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 장마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기온이 올라갔다. 내려쬐는 햇볕에 더위가 느껴질 때쯤 ‘KY cafe’라는 명칭의 커피점이 눈에 들어왔다. 시원한 커피를 한잔 주문하러 매점으로 들어가니 뒤로 큼지막한 창고가 자리해 있었다. 대구 지역 섬유업체 ‘경영텍스’의 아울렛 매장이다. 손님들이 옷을 한두 벌 사는 게 아니라 10여벌씩을 한 번에 구입하고 있었다. 한 손님은 “10벌을 사도 단돈 10만원이면 충분하다”며 “무엇보다 품질을 믿을 수 있고 나름 유명 브랜드 제품도 싼값에 살 수 있어서 입소문을 타고 찾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 경영텍스는 단체 관광객 등을 위해 아울렛 매장에 카페를 만들었다. 왼쪽 통로를 통해 아울렛 창고가 눈에 들어온다.

원단업체인 경영텍스가 상승과 하락을 오가는 섬유경기 속에서도 생존하면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를 보여주고 있었다. 원단을 제공하고, 완성 의류를 들여와 이를 아울렛 형태로 판매, 이익을 내는 것은 물론 이를 관광 상품화하고 카페를 차려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멀티형 섬유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원단업체에서 아울렛까지

경영텍스는 교직물과 마이크로원단, 메모리 및 기능성 소재 섬유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다. 1997년 문을 열었을 당시 회사는 원사를 이용해 단순 1차원단(생직물)을 만들었다. 회사 관계자는 “90년대 후반까지 섬유산업은 활발했었다”며 “생직물 하나로도 1년에 300억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원단업체가 매출에 비해 손에 쥘 수 있는 이익은 크지 않았다. 또 글로벌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이 섬유였다. 이명규 대표는 “경기가 나빠지면 사람들은 입는 옷 구입부터 줄이게 된다”며 “완성의류업체의 경우 경기가 나빠지면 아울렛 등을 통해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에 나서 이익을 만들 수 있지만 원단업체의 경우 주문이 없어져 타격을 그대로 받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해결하고 싶었던 이 대표는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단순 원단에서 염색 가공까지 사업을 넓혔다. 생직물에서 염색을 한 원단까지 주문을 받아 시장을 확대한 것. 염색은 외부에 발주를 넣고 원단을 판매했다. 이후 회사는 기능성 원단도 취급을 하면서 해외 수출 길도 텄다.

그러던 중 회사는 ‘완성품’을 취급할 기회를 마련했다. 2008년쯤 국내외 바이어를 대상으로 원단의 품질을 보여주기 위해 샘플을 제작했었다. 이 대표는 “원단 자체만으로는 바이어의 관심을 끌기 어려웠다고 생각했다”며 “우리가 직접 원단의 고기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샘플을 만들어 바이어를 만났더니 반응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 1997년 문을 연 경영텍스는 섬유 원단으로 시작해 현재 아울렛 매장까지 운영하는 등 사업 확대를 통해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다. 사진=노경석 기자

그렇게 시작했던 샘플 제작이 시간이 흐르면서 ‘재산’이 됐다. 노하우를 알게 된 것. 또 부가가치가 높다는 점을 착안해 자사의 고품질 원단을 이용한 완성 의류 제작에 도전했다.

2011년부터 경역텍스는 경력 디자이너를 고용해 완성 의류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회사가 원단을 직접 취급한 덕분에 경영텍스가 만든 완제품은 다른 제품에 비해 가격이 30% 가까이 저렴하다. 게다가 품질은 유명 브랜드와 동일하다.

그러던 중 지난 2014년 2월부터 경영텍스는 회사 건물 1층에 의류 판매장 ‘케이와이어패럴’을 개업했다. 케이와이어패럴은 경영텍스가 자체 제작하는 의류에서부터 거래처의 완성의류를 일반 소비자들에게 할인 판매하는 신개념 아울렛 매장이다.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의 옷을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손님들은 계속해서 이곳을 찾았다. 결국 회사는 아울렛 매장 면적을 넓혔다. 현재는 1천650㎡에 달하는 대형 창고식 매장을 운영 중이다.

특히 대구를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판매도 시작했다.

◆온라인판매까지 확장, 손님들 위한 카페까지

경영텍스의 거침없는 도전은 계속됐다. 의류매장을 늘리는 기존 방식이 아닌 몇몇 지역을 거점으로한 아울렛과 함께 인터넷을 통한 판매로 마케팅 비용을 대폭 절감했다.

이 대표는 “요즘 소비자들은 빠르게 바뀌는 패션 트렌드에 따라 싼 값에 옷을 구입해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을 원한다”며 “저렴한 제품을 판매하는 우리가 즉각적으로 소비자 요구에 반응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판매가 정답”이라고 설명했다.

대량의 배송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 초 회사는 대형 택배업체와 계약도 체결했다. 안정적인 배송으로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한편 반품 및 교환에 따른 제품 회수 등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의류 판매는 물론 회사에 대한 소문이 갈수록 퍼지고 있다.

▲ 경역텍스의 아울렛 매장 'KY어패럴' 내부, 넓은 창고 안에 각종 의류와 신발 등이 가득하다.

입소문을 타고 유입되는 손님들에게 경영텍스는 확실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이곳 아울렛 매장은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짧은 시간에 다 구경하기 쉽지 않다”며 “여럿이서 방문해 매장을 구경하면서 담소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매장 내에 카페를 만들기로 한 이유다. 단체로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물론 바쁘게 일하는 직원들에게는 휴식 공간이 된다.

이 대표는 “‘원단만 팔지 옷은 왜 파냐’고 삐뚤어진 시각으로 보는 이들도 있지만 경영텍스가 섬유기업이라는 본질은 변함이 없다”며 “좋은 품질의 원단을 만들고, 또 이를 이용해 좋은 의류를 만들어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경영텍스의 본질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석 기자  cavalry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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