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성서산업단지의 한 초경합금 제조·판매회사가 영업 비밀을 침해당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다니던 회사의 영업 비밀을 빼돌려 새로운 회사를 세운 뒤 버젓이 영업을 하며 이익을 올린 기업과 회사대표 등에 대해 법원이 영업비밀침해를 인정,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한 것.

대구지법 서부지원 제2민사부(부장 남대하)는 S사가 K사와 이 회사 대표 A씨 및 직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침해금지와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K사의 S사에 대한 영업비밀침해가 인정된다”며 71억9천900여 만원을 배상하라고 21일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유출한 원료관리표준, 소결자료, 금형설계자료 등은 원고 회사에서 비밀로 유지·관리해 온 점에 비춰 영업비밀에 해당하며, 이 같은 영업비밀을 참고 및 이용해 제품을 생산·판매함으로써 원고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고의 원료공급업체 정보의 경우 영업비밀에 해당하지만 K씨 및 S사가 이를 침해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대구 성서산업단지에 위치한 S사는 2011년 매출이 434억 원으로, 국내 내마모계열 초경합금 시장점유율 1위(60%) 기업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은 286억 원으로 반 토막 났다. 이유는 이곳의 전문경영인인 B씨가 지난 2011년 5월 퇴사하면서 회사가 영업비밀 관리책임자들과 공모해 핵심생산기술정보를 빼돌렸기 때문이다. B씨는 치밀하게 회사의 주요 생산인력도 빼돌려 K사 설립을 주도했다.

B씨는 회사 설립 과정에서 S사의 일본 거래업체도 끌어들였다. 법원은 해당 일본기업이 K사 설립 과정에서 S사로부터 영업비밀침해 등으로 피소됐을 경우 대응방법까지 협의했다고 판단, 공동배상을 판결했다.

S사는 수차례 제기했던 영업비밀침해에 대해 인정을 받았다는 것을 반기고 있지만 자료의 폐기와 사용금지 처분에 대해서는 인정받지 못한 것에 아쉬워했다. S사 관계자는 “법원은 영업비밀을 인정은 하고 있지만 침해일로부터 4년이 경과해 영업비밀 보호기간이 지났다며 사용금지 및 제품제조 판매금지, 폐기 등 ‘침해금지청구’는 인정받지 못했다”며 "하지만 그동안 영업비밀침해에 대해서 검찰에서 무혐의 결론을 내려왔는데 이번 민사소송에서 법원이 영업비밀침해를 인정한 만큼 형사소송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S사는 2012년 2월 B씨와 K사 등을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로 고소했으나 불기소처분을 받았고, 이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재차 고소했지만 역시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 됐다. S사는 이에 반발해 항고했으나 지난해 6월 업무상배임혐의로만 기소돼 7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노경석 기자  aclass@deconomic.co.kr

<저작권자 © 디지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