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회 A 의원이 최근 자신이 소유한 부지의 도시계획도로 개설에 의원의 신분을 이용해 개입, 땅값을 올렸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동료 의원인 B 의원이 대구시 고위직에게 접근, 압력을 행사해 예산 배정을 한 것은 물론 해당 부지를 지인의 명의로 싸게 구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두 의원은 “도로개설에 압력을 행사하거나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시세차익 노린 땅 투기인가?

최근 한 지역 언론은 대구시 A의원이 동료인 B의원에게 자신 소유 부지의 도로개설 예산 배정 등을 청탁했다고 보도했다. B의원이 대구시 등에 압력을 가했고 예산이 배정되자 A의원의 부지 일부를 처남과 지인의 명의로 시세보다 저렴하게 구입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당사자인 A의원은 부지 매매를 통해 시세차익을 얻는 적이 없다고 반론하고 나섰다.

A의원은 “1997년에 구입해 20년 가까이 지나서 판 땅이 투기라고 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공장 건립을 추진했지만 진출입 도로가 없어 투자를 하지 못하고 결국 인접한 땅을 도로와의 접근성을 염두에 두고 추가로 구입한 뒤 판매를 하려 했다는 것. A의원은 “해당 부지는 지난 2012년부터 2013년까지 매매를 위해 지역 유력 일간지에 광고를 게재했던 곳이다”며 “그때 당시의 가격이 3.3㎡당 150만원이었다. 4월 3.3㎡당 170만원에 팔았는데 시세차익이 있었다고 할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본지가 입수한 등기증명서에 따르면 A의원이 구입한 땅은 총 3개필지이다. 대구 서구 상리동 산228번지(6천939㎡)는 1997년 A의원과 남편 손모 씨가 공동명의로 구입했다. 이어 지난 2012년 5월 바로 옆 산222번지(5157㎡)를 7억8천만 원에 매입했다. 산222번지의 경우 개인이 아닌 대표로 있는 회사가 소유주이다. 같은 해 6월 구입한 전239-66번지(347㎡)의 경우 의원 개인 명의의 땅으로 1억5천만 원에 구입했다.

이 가운데 산222번지는 올 1월 5개필지로 분할됐다. A의원과 남편, 회사는 기존 땅과 분할된 땅을 포함한 총 7개 필지 가운데 6개 필지(총 1만1천501㎡)는 올 4월 주식회사장보고식자재마트 측에 팔았다. 금액은 총 59억1천400여만 원이다. 3.3㎡당 170만원에 판셈이다. 이 과정에서 A 의원은 도시계획도로에 편입되는 산222-4번지(948㎡)에 대해 서구청의 기부채납을 약속, 올 7월 5일 등기가 이전됐다.

해당 의원은 땅 판매를 통해 약 20억 원의 차익을 얻었다는 주장이 나오자 “현재 계획도로의 토지보상 가격이 3.3㎡ 당 220만~230만 원 선에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는 오히려 시세보다 싸게 판매했다”며 “게다가 개설도로 부지를 기부채납까지 했는데 어떻게 차익을 노린 것이라 할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약 20년 전에 구입한 땅이 그동안 가격이 오른 것은 물론 2012년 매입한 땅 역시 서구의 KTX역사 건립 사업 등 주변의 개발 등으로 땅값이 오르고 있던 상황이다. 게다가 서구청이 도로까지 만들 예정인데 개설 때가지 기다리기만 해도 땅값이 뛸 것이 아니냐”며 “팔지 않고 가만히 뒀다면 오히려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는 땅을 팔 수밖에 없는 것은 회사 투자를 위한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회사가 최근 수출이 늘어나면서 생산설비를 늘리기 위해 성서산업단지에 공장을 구입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자금이 필요해 땅을 판매했다는 것.

◆도로개설 압력 있었나?

A의원이 땅 투기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의혹의 핵심은 A의원과 B의원이 도시계획도로 개설에 개입 유무가 중요한 사안이 됐다.

특히 B의원의 경우 지난해 11월 대구시가 서구청으로 예산을 배정한 뒤 한 달 뒤인 2015년 12월 자신의 측근이 A의원의 부지 1필지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내부 정보를 이용한 거래가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B의원이 도로개설이 결정되면 땅 값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사전에 인지하고 이를 이용해 땅을 구입하도록 정보를 흘린 것이 아니냐는 것. A의원 역시 본인 소유의 부지 판매를 위해 도로개설에 개입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A의원은 “시의원이 되기 전에 구입한 땅으로 의원 신분이 되기 전 기업 대표의 자격으로 계획돼 있는 도로가 언제 개설되는지를 당시 서구 지역 시의원은 물론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문의해왔다”며 “마치 의원이 된 뒤 시세차익을 위해 개설 압력을 넣었다는 것처럼 보도되고 있다는 사실에 어의가 없다”고 반론했다.

B의원은 “‘도로개설에 외압이 있었다, 투기가 있었다’는 의혹은 말도 안되는 것이다. 검찰이 조사를 하는 만큼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A의원의 땅은 처남과 지인이 매입한 것으로 나는 계약 이후에 알았다”고 주장했다.

A의원도 “B의원 지인이 땅을 샀다는 것은 전혀 몰랐던 사실”이라며 “당시 부지 판매를 도맡아왔던 한 부동산중개업자가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구입자가 B의원 처남인지 지인인지를 알려준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또 시세의 절반 가격에 부지를 매입해 시세 차익이 발생했다는 것에 대해 B의원은 “그 땅은 경사가 심해 오히려 공사비가 더 들어가는 못 쓰는 땅이다. 싸게 산 것이 아니라 손해 보며 산 격”이라고 맞받아쳤다.

A의원 측도 “그 땅의 경우 상태가 고르지 못해 나머지 부지의 가격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중개업자의 조언에 따라 일찍부터 분할 매각을 결정한 뒤 감정에 따른 적정한 가격으로 판매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B의원은 처남의 땅 매입에 필요한 일부 비용을 본인이 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땅을 사는데 돈이 모자라다해서 빌려줬을 뿐 어디에 있는 땅인지는 물어보지도 않았고 알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노경석 기자  aclass@d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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