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의 소송 끝에 우리 회사의 영업비밀이 침해당했다는 것을 인정 받았지만 그동안 반토막난 매출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대구 성서산업단지의 초경합금 제조기업인 신생공업은 지난달 경쟁사와의 기술유출을 두고 벌인 법정 공방에서 승소(2016년 7월 27일자 보도)했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제2민사부(부장 남대하)는 지난달 21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K사 및 임직원이 신생공업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것으로 인정하고 약 72억원의 손해배상금을 공동으로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신생공업은 이번 판결이 4년간 지루하게 이어온 영업비밀 침해 유무에 대해 법원이 처음으로 인정을 해줬다는 점에서 크게 반기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 2011년 400억원 이상이던 매출은 2012년 소송 이후 계속적으로 줄어들면서 반토막났다. 신생공업 금성환 전무는 “영업비밀은 물론 핵심 인력을 빼돌려 동종업종의 경쟁사를 세우면서 우리의 거래처를 많이 빼앗아갔다”며 “지금 A사의 매출의 상당부분은 우리의 거래처에서 나온 것이다. 영업비밀을 이용해 만든 거래처와의 관계를 K사는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 전무는 중소기업이 영업비밀을 자체적으로 지키려는 노력만큼 더 중요한 것은 정부와 법의 적극적인 보호라고 말했다. 그동안 신생공업이 영업비밀을 인정 받기 위해 노력했지만 검찰이 두 차례나 그냥 넘어갔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12년 처음 영업비밀 침해를 밝히기 위해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에 고소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리됐다”며 “고소 당시 곧바로 해당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다면 영업비밀을 침해한 자료들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인데 그렇게 되지 않은 점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신생공업은 여기에서 포기하지 않았다. 같은해 11월 불기소처분을 납득할 수 없어 산업기술유출 전문수사대가 있는 부산지방경찰청에 다시 진정했다. 2013년 4월 경쟁사인 K사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서류 및 업무용 노트 2박스, 컴퓨터 하드디스크 8개, USB 7개에 달하는 방대한 압수물이 나왔다. 금 전무는 “이 자료를 일일이 분석하고 우리 회사의 영업비밀을 빼돌렸다는 것을 밝혀내기 위해 수개월간 매진했다”고 말했다.

영업비밀을 사용한 흔적들이 나왔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되지 못했다. K사 임직원들이 부산지방경찰청에 관할권이 없다는 이유로 출석을 거부하면서 대구 지역 수사기관으로 이송시켜 달라는 요구를 해온 것. 이 사이 부산지방경찰청은 2014년 2월 기소의견으로 부산지방검찰청에 송치했고, 부산지방검찰청은 이 사건을 대구지검 서부지청에 다시 이송했다.

금 전무는 “앞서 압수수색을 시도하지 않았던 서부지청이 사건을 제대로 조사했겠느냐”며 “우리는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변호사 의견서, 국내외 판례, 대학교수 의견서 등을 제출하며 영업비밀 침해를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소용이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서부지청은 2014년 8월 다시 전부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이 났고 경쟁사는 그동안 태연히 침해한 영업비밀을 가지고 돈을 벌어들였다.

금 전무는 “이 같은 상황에서 형사사건과 별개로 진행돼 오던 민사사건에서 법원이 그동안 검찰의 불기소결정과 달리 영업비밀침해를 인정했다”며 “덕분에 중소기업이 기술을 보호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노경석 기자  aclass@d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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