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공업의 영업비밀 침해 사건 판결에서 주목할 점은 중소기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치밀한 작전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경우에는 경쟁사이자 고객이기도한 일본의 S사도 치밀하게 불법을 준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의 판결문에 따르면 S사는 지난 2011년 6월부터 당시 신생공업의 대표를 맡고 있던 김모 씨 등과 서면을 주고받으며 경쟁사인 K사 설립 및 그 이후의 자금조달 등에 관해 협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차례의 서면과 협의 과정에는 창업예정인은 물론 생산목표, 필요인원, 공장규모 및 위치, 초기자본규모 등이 포함돼 잇었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일본 S사는 김씨가 신규로 설립하는 K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판단, 다른 사람이 맡아야 한다고 주문을 하는 등 소송을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S사는 신생공업으로부터 예상되는 법률적인 공격과 대응책 등에 관한 논의를 하면서 국내 유명 법률사무소에 K사 설립에 대한 법률실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법원은 이번 판결문에서 “S사는 김모 씨가 타업종에 종사 또는 창업하는 경우 법적 문제는 물론 신생공업의 영업사원이 독립해 K사와 거래를 하며 신생공업과 동일 시장에 판매하는 경우 법적 문제가 발생하는 지 등을 물어봤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법률실사를 맡은 법률사무소는 “판례에 비춰 봤을 때 개인이 취득한 지식·정보를 유용했을 경우, 기록 매체를 반출했을 경우는 아니라고 해도 영업비밀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될 여지가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S사는 신생공업으로부터 영업비밀 유출 등 예상되는 피소가능성에 대한 대응방법을 협의했다.

신생공업 금성환 전무는 “S사와 법률사무소 등은 K사 설립 관련자들에게 압수수색에 대비해 ‘기술과 밀접한 서적을 사무실에 비치할 것’, ‘위 자료를 복사 도는 스캔해 생산부 직원들에게 메일로 보낼 것’, ‘일본투자자와 기술제휴계약을 맺을 것’, ‘학계 논문을 준비하고 세미나를 개최할 것’ 등을 주문했다. 말 그대로 구체적이었고 치밀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S사는 실제 자금투자에 앞서 위와 같은 대응방법과 같이 회사와 기술제휴계약을 맺기도 했다.

특히 법원은 S사가 지급한 자금은 총 28억원에 이르는데, 제품생산도 이뤄지지 않은 신생업체에 거액을 선급금으로 지급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결국 이 같은 치밀함에 높은 기술력을 가진 신생공업이 갈 곳을 잃어버렸다. 국내의 우수한 기술이 해외로 그대로 노출이 된 것은 물론 일본 자금이 들어간 경쟁사가 시장을 잠식, 중소기업 생태계가 망가지게 됐다.

금 전무는 “우리의 소결기술은 회사를 세운다고 금방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30년의 노하우가 담겨 있기에 지금의 우리 회사가 있는 것”이라며 “그런데 K사는 설립하자마자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여기에 관련된 이들이 대부분 우리 회사 핵심인력이다. 누가봐도 이것은 영업비밀 침해이고 일본기업이 이를 도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K사는 창업 첫해인 2012년 5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3년에는 77억원, 창업 3년째인 2014년에는 매출이 102억원으로 1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도 성장해 11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반면 신생공업은 2012년 359억원이던 매출은 계속 감소해 지난해 286억원으로 줄었다.

노경석 기자  aclass@d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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