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가입절차가 없고 개인정보 유출의 걱정이 없는 랜덤채팅 앱이 성매매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휴대폰 번호는 물론 개인 이름 등의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대화 내용 역시 한쪽에서 삭제하면 모두 지워지는 등 철저히 개인신상을 숨기는 기능이 범죄에 이용된다는 지적이다. (그래픽/김보람 기자 de@deconomic.co.kr)

대구에 거주하는 S(21) 씨는 원룸 월세가 밀리자 '성매매'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는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ㅇ톡’ 랜덤채팅 앱에 로그인을 했다. ‘당장’이라는 아이디를 만들고 기다리자 곧바로 남성들로부터 쪽지가 왔다. 대부분이 남성 측에서 먼저 성매매를 제시했다. 가까운 거리의 한 남성과 쪽지를 주고 받은 S씨는 13만원이라는 금액을 받기로 약속하고 집 근처 모텔 앞으로 나갔다. 

복잡한 가입절차가 없고 개인정보 유출의 걱정이 없는 랜덤채팅 앱이 성매매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휴대폰 번호는 물론 개인 이름 등의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대화 내용 역시 한쪽에서 삭제하면 모두 지워지는 등 철저히 개인신상을 숨기는 기능이 범죄에 이용된다는 지적이다. 

최근 20대는 물론 청소년과 30, 40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채팅 앱을 기자가 직접 설치, 사용해봤다. 여성 사용자로 프로필을 입력하고 로그인 하자마자 1분도 지나지 않아 다수의 남성들이 '성매매'를 요구하는 쪽지를 보내왔다. 이들은 ‘조건만남 가능?’ ‘어디? 얼마’ 등의 쪽지는 물론 노골적으로 여성의 신체 사이즈를 묻거나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 

국내 한 랜덤채팅 앱에 가입, 여성으로 로그인하자 1분만에 10명이 넘는 남성이 접근해왔다. 이들 상당수가 성매매를 요구했다.

현재 상당수의 랜덤 채팅 앱은 특별한 아이디를 만들 필요도 없이 간단하게 회원 가입이 가능하다. 주민등록번호와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 회원가입 이후에는 상대방의 어떠한 인적사항이 확인되지 않으며 무작위 채팅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일부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셈. 

앱이 GPS를 이용해 서로간의 거리를 알려주고 쪽지를 주고 받으면서 대화 당사자끼리 만남을 성사시키기 때문에 제3자의 개입이 없다. 또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대화를 차단하면 그동안의 모든 것이 삭제되기 때문에 흔적도 남지 않는다. 이 같은 점 때문에 성매매의 온상이 되고 있다. 

채팅앱을 이용해본 S(32)씨는 "그냥 대화하자는 채팅 제목만 보고 쪽지를 보냈더니 여성이 곧바로 조건만남을 이야기해 놀랐다"며 "일부 채팅 창은 퇴폐시술소의 홍보용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재 랜덤채팅 앱은 구글 플레이나 앱스토어에서 간단하게 다운 받을 수 있으며 그 수는 150여개가 넘고 있다. 가상의 신분으로 가입이 가능한 탓에 야한 사진과 영상, 성매매 제안들이 손쉽고 자유롭게 오가고 있다. 특히 일부 앱은 미성년자의 가입을 차단하는 기능이 없어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한 성매매에도 이용될 소지가 크다. 한 청소년 상담사는 “가출청소년의 경우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손쉽게 성매매에 빠지게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같은 랜덤채팅앱을 이용해서 나이를 속이거나 조건이 맞는 상대를 찾아내 성매매를 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 남성이 노골적으로 노건만남을 요구해왔다. 디지털경제 본사 인근 위치를 알려준 결과 곧바로 현장에 도착해 사진을 보내오는 대담함을 보였다.

현행법상 미성년자 성매매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법률 제14236호)에 의거, 처벌 받게 된다. 또 법 제13조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상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제15조에서는 알선영업행위 등에 따라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의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를 업으로 하는 자, 정보통신망에서 알선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를 업으로 하는 자는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성매매 행위에 적용할 수 있는 조항들이다.

그러나 랜덤채팅에서 대화내용은 대부분 사용자가 대화내용을 지우는 순간 삭제된다. 경찰이나 관계당국에서 단속이 쉽지 않은 이유다. 또 가입 전 이용자들의 정보를 저장해두지 않는 앱의 특성상 사고가 발생해도 수사가 어렵다고 경찰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 때문에 보다 명확한 랜덤 채팅 앱에 대한 당국의 규제나 법 개정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장윤혁 기자  jang@d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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