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인도·차도·지하철 역사·정거장까지..안 더운 곳이 없다

무더위와 열대야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중교통을 이용해 회사까지 출근을 해봤다.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승용차를 타고 출퇴근할 때에는 알 수 없었던 ‘무더위’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무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11일 오전 학교로 가는 아이들과 엄마가 나무 그늘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노경석 기자

11일 오전 8시 20분. 3살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섰다. 어린이집까지 집 인근의 도시철도를 타고 가려했지만 아파트 정문을 나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이 바뀌었다. 바람 한 점 없이 내리쬐는 태양빛에 아들 이마가 어느새 땀이 맺혔기 때문이다. 곧바로 택시를 잡았다.

아이를 데리고 타는 기자를 본 택시기사는 “아침부터 이렇게 더운데 애기가 고생이 많네요”라고 말을 건넸다. 무더위에 택시를 타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고 했더니 기사는 “날씨가 더워서 사람이 돌아다니지 않으니 택시를 탈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정말 그랬다. 어린이집으로 가는 동안 길에 돌아다니는 사람을 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걸어가는 사람들도 저마다 양산과 부채를 들고 있었다. 무더위에 오전부터 얼굴에는 지친여력이 가득했다. 평소 자주 눈에 띄던 자출족(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도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들었다는 것을 택시에서 깨달았다.

어린이집 등원을 마친 뒤 본사로의 본격적인 대중교통 출근길을 시작했다. 택시의 에어컨 바람에 식었던 몸은 금새 더워졌다. 스마트폰으로 확인한 대구 중구의 기온은 29도였다. 바람 한 점 없는 아스팔트 옆 인도에서의 체감기온은 이미 35도를 훌쩍 넘긴 느낌이었다.

신호등을 기다리는 동안 마주친 주부 김미연(34) 씨는 “집 앞 길 건너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등원시키러 가는 길인데도 자동차를 이용해서 데려다 주고 싶을 정도로 덥다”며 “지난해에 비해 유달리 올해가 더 덥게 느껴지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도시철도 3호선 신남역으로 들어섰다. 지상에 설치된 건물은 이른 아침부터 태양빛을 받으며 기온이 상승한 듯했다. 대형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었지만 역 질서지킴이가 바로 앞에서 바람을 막고 있었다. 얄밉게 보였다. 지나가던 승객이 눈치를 주자 선풍기에서 떨어졌다.

지상에 위치한 도시철도 3호선 역사는 에어컨 등 냉방기를 사용할 수 없어 대형 선풍기의 의지하고 있다. 11일 한 승객이 선풍기 앞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노경석 기자

이모 씨는 “역사에서 근무를 하다보면 덥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열차가 도착하고 출발하는 시기에는 승객을 위해서 선풍기를 막지 않아야 할 것 아니냐”며 비난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도시철도 2호선으로 내려갔다. 지하에 있어도 더운 것은 여전했다. 스크린도어 시공 때문인지 천장은 다 뜯겨져 있었고 이용객들을 위해 아래로 향해야 할 냉풍구가 제각각의 방향으로 틀어져 있어서다. 시원한 바람을 내뿜고 있는 열차가 빨리 오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다른 승객들도 손부채를 하며 열차가 오는 뱡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영남대 방향 열차가 역으로 들어왔다. 문이 열리자 시원한 냉기가 느껴졌다. 겨우 한숨 돌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차 안은 생각보다 사람이 적었다. 환승역인 반월당 역에서도 승하차객은 얼마되지 않았다. 무더위에 대중교통 이용이 줄어들은 탓이다. 불필요한 외출을 줄이고, 외출하더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보다 집에서 바로 자가용을 타고 옮겨 다니는 이들이 늘어난 것.

이시연(29·여) 씨는 “사고가 나서 자가용이 수리에 들어간 상태인데 그때 대차 서비스를 안 받겠다고 한 것이 후회된다”며 “집에서 역까지, 역에서 회사까지의 거리를 걷는 것마저도 너무 덥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경대병원 역에서 하차한 뒤 3번 출구로 나왔다. 달구벌대로의 열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대중교통 이용객이 줄어든 만큼 자가용 출근이 늘었고, 도로의 출근길 정체는 더욱 심해졌다.

한편 기상청은 이날 대구는 낮 최고기온이 36도에 이를 것으로 예보했다. 도시철도 2호선이 있는 경산은 37도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노경석 기자 aclass@d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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