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6일 대구탁주합동의 공장으로 주한미국대사관에서 한 통의 편지가 날아왔다. 대사관 공관차석인 마크 내퍼(Marc E. Knapper)로부터 온 것이었다. 편지는 지난달 27일 대구탁주를 방문했던 마크 리퍼트(Mark W. Lipper) 대사가 감사의 뜻을 전해왔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마크 내퍼 차석은 “리퍼트 대사가 대구 탁주공장을 방문할 수 있게 해준 것과 막걸리를 시음할 기회를 준 것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며 “(리퍼트 대사가)대구탁주의 성공을 기원했다”고 전했다.

대구탁주 최원실 협회장은 “예고도 없는 깜짝 방문으로 제대로 대접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하니 우리 대구탁주가 오히려 더 고맙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리퍼트 주한미 대사가 대구를 방문, 대구탁주합동 공장을 돌아본 뒤 막걸리를 시음했다. 우측 상단의 편지는 이달 16일 대구탁주로 전달된 주한미 대사 측의 감사편지.

4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대구탁주가 치맥페스티벌 기간 동안 전통주로서 대구를 빛내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주한 대사가 직접 찾아 전통주를 맛보고 이를 칭찬한 것. 대구탁주는 전통주의 깊은 맛과 우수한 효능을 그대로 살리면서 현대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과학이 담긴 막걸리, 주모와 효모의 조합

대구 동구 불로동에 자리한 대구탁주는 전통주를 제조하는 공장이지만 ‘연구소’를 가지고 있다. 건물 2층에 있는 연구소는 효모와 주모를 연구한다. 대구탁주가 연구소를 두고 효모와 주모에 대해 연구하는 이유는 이 두 요소가 막걸리를 만드는 것은 물론 맛을 결정짓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대구탁주 관계자는 “'효모'(酵母)는 곰팡이, 버섯 같은 진균류(眞菌類)에 속한 미생물로 이것이 발효되면서 빵과 술, 장 등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효모를 활성화(발효)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주모'(酒母)이다. 술의 씨앗이라 할 수 있는 주모는 효모에 힘을 주는 역할이다. 대구탁주 정찬일 부장은 “혈기 왕성한 효모가 맛이 좋고 풍부한 향을 가진 높은 알코올 도수의 막걸리를 만들어낸다”며 “주모는 우량한 효모를 만들어내기 위한 요소이다”고 말했다.

대구탁주의 막걸리는 모두 생막걸리이다. 효모가 100% 살아있는 술이라는 것. 때문에 보관이 중요하다. 이곳의 한 연구원은 “우리는 연구소에서부터 효모를 만든 뒤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 배양한다”며 “배양 후에도 효모의 상태가 유지될 수 있도록 5℃로 보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모, 효모 덕분에 막걸리는 우리 몸에 아주 좋은 술로 알려져 있다. 최 협회장은 “막걸리는 유산균이 100% 살아있는 좋은 발효식품이다”며 “우리 대구탁주는 효모를 자체 배양한다는 점에서 자사 막걸리의 효능에 대해 더 자신한다”고 말했다.

이미 막걸리는 유산균이 요구르트보다 10배나 많고 다이어트, 항암 효과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막걸리가 다이어트와 미용에도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깨끗함이 생명, 자동화 설비로 만든다

이 같은 막걸리의 효능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의 외면을 받는 경우가 많다. ‘전통주’라는 편견에서 나오는 불안감 때문이다. 하지만 대구탁주는 전통주를 현대적인 자동화시설로 생산해 불안감을 모두 없앴다.

대구탁주합동은 4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대구 유일의 생막걸리 제조공장으로 현재는 자동화 시스템을 갖춰 위생적이면서 우수한 품질의 막걸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곳이다. 노경석 기자

대구탁주 공장 1층에는 막걸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국'과 '밥'을 생산하는 ‘발효실’이 있다. 이곳에 있는 높이 1.5m, 지름 1m의 대형 원통이 밥을 짓는 설비이다. 150여개에 달하는 원통에는 쌀이 자동으로 공급되고 설비들이 알아서 밥을 짓는다. 사람 손이 별로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대구탁주 관계자는 “막걸리에 쓰이는 술밥은 증기로 찐다”며 “술밥은 일반 밥과 달리 수분이 적어 서로 뭉치지 않고, 술의 풍미를 더한다”고 설명했다.

발효실에 일정한 온도가 자동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전통적인 풍미의 맛이 일정하게 나올 수 있다고 대구탁주는 밝혔다.

대구탁주는 5년 전 공정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제품 생산에서부터 포장까지 대부분이 자동화로 이뤄져 있다. 특히 막걸리를 병에 넣는 작업은 외부와 차단시켜 ‘깨끗함’을 유지시켰다. 소독된 빈 병을 두 번이나 씻는 것은 물론, 막걸리가 담긴 병에 병마개가 끼워지기까지 노출되는 시간은 1초도 되지 않았다. 막걸리 용량에 오류가 생기거나 품질에 문제가 발견되면 센서가 자동으로 감지한다.

대구탁주의 주력 제품인 ‘불로막걸리’는 이제 일본으로도 수출되고 있다. 최 협회장은 “요즘 부산과 경남, 울산 등 조선업종의 경기가 좋지 않아 국내 막걸리 판매도 줄어들었지만 40년이 넘는 대구탁주는 최신의 생산방식을 바탕으로 해외로의 수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밀막걸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대구탁주는 40년 역사를 넘어 앞으로 100년의 역사를 쌓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석 기자  aclass@d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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