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2시(현지 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주베트남한국대사관.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이하 이노비즈) 대구경북지회 소속 기업인 10여명과 김혜정 대구시의원 등이 이혁 대사와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혁 대사는 “동남아 국가 가운데 베트남이 외국의 투자에 대한 권리를 가장 잘 보장해주는 곳”이라며 “중소기업의 진출이 쉽지 않지만 현지에 파견된 한국의 여러 경제관련 기관을 잘 이용해 준비를 철저히 한다면 성공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노비즈 대경지회 차순자 회장은 “이노비즈 기업은 기술력이 이미 검증된 회사”라며 “우수한 기술력으로 베트남에서도 성공할 수 있도록 많은 시도를 해보겠다”고 답했다.

22일 이노비즈협회 대경지회의 '베트남 기술교류단'이 하노이의 주베트남한국대사관을 방문, 이혁 대사와 미팅 중이다. <하노이에서 노경석 기자>

대구경북 지역에서 앞선 기술력을 무기로 삼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베트남’을 새로운 개척지로 삼고 있다. 협회는 물론 기관들이 업무협약을 맺고 투자에 대한 검토에 나서고 있는 것.

◆강력한 노동력 앞세운 베트남, 국내 진출 활발

동남아시아 인도차이나 반도의 가장 동쪽에 위치한 베트남(Vietnam)은 인구 1억 명에 육박하는 국가이다. 면적은 한반도의 약 1.5배에 달하지만 1인당 GDP는 약 2천200달러로 아직 경제가 크게 발달하지 않았다. 하지만 베트남은 전 세계에서 가장 젊은 인구구조를 보유한 곳이다. 2014년 4월 통계청 기준으로 베트남 총 인구는 9천49만3천352명이며 이 가운데 63%가 1975년 이후 태어난 젊은이다. 인구 출산율 역시 1인당 2.09명인 베트남은 이 같은 탄탄한 인구구조를 바탕으로 한 ‘노동력’이 강점이다.

하노이 현지에 파견 중인 중소기업진흥공단 관계자는 “베트남의 최저임금은 한화로 월 17만 원 정도 수준”이라며 “풍부한 노동력과 값싼 임금으로 현지에 공장 건립을 투자한다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동력에 매력을 느낀 우리나라 기업들은 베트남 진출을 꾸준히 해왔다. 베트남 기획투자부의 자료를 살펴보면 한국의 베트남투자는 지난 1988년부터 2015년 말까지 총 4천944건, 449억100만 달러로 나타났다. 베트남의 외국인 투자 전체 1만9천929건의 25%에 달하는 수준이다.

한국기업의 진출 프로젝트 수(단위 : 개)

특히 최근 한국의 베트남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올 1월부터 지난달 20일까지 한국의 베트남 신규투자는 446건(32억6천700만 달러)으로 지난 27년간 투자한 건수의 약 10%를 7개월 만에 이뤄냈다. 게다가 이 건수는 일본(196건, 5억4천400만 달러)과 싱가포르(105건, 11억1천500만 달러)는 물론 중국(159건, 3억9천300만 달러)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그만큼 베트남을 기회의 땅으로 여기는 국내의 분위기가 반영되고 있다는 증거다. 한 베트남 현지 가이드는 “많은 한국의 사업가 분들이 베트남 현지를 둘러보고 이곳을 진출할 아이템을 고민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인건비가 뛴 중국 대체할 곳으로 베트남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대구경북 중소기업들 베트남을 두드리다

이 같은 베트남의 잠재력을 활용하기 위해 이노비즈 대경지회는 최근 회원사와 지역 대학 산학협력단, 컨설팅회사 등으로 구성된 ‘베트남 기술교류단’을 발족하고 현지 탐방에 나섰다. 이달 19일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한 기술교류단은 첫 일정으로 베트남과학기술부의 ‘기술혁신국’을 방문, 현지 기술이전지원센터(VTTC)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VTTC는 기술혁신국 산하 기관으로 베트남 전역의 기업들에게 기술이전을 지원하고 있는 곳이다.

이날 기술혁신국의 응웬황하이(NGUYEN HOANG HAI) 국장은 “이노비즈 회원사가 베트남에 투자를 하기 원한다면 장소는 물론 다른 여러 제반 사항에 대해 도움을 주고 싶다”며 “서로 존중하며 협력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노비즈 대경지회 차순자 회장은 “베트남의 현재 경제 발전이 한국의 새마을 운동과 유사하다고 느껴진다. 한국의 새마을 운동 발상지가 바로 대구와 경북이다”며 “두 기관이 좋은 관계를 맺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자주 소통하자”고 답변했다.

젊은 노동력, 값싼 인건비, 적극적인 투자 지원 등의 강점을 가진 베트남이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이노비즈협회 대경지회 기업이 베트남 현지를 방문, 해외 진출 가능성을 모색했다.

이날 업무협약을 맺은 뒤 하이 국장을 비롯해 VTTC 관계자들은 이달 말 한국 방문 일정에 맞춰 이노비즈와 한 차례 더 미팅을 가지기로 했다.

교류단에 참석한 (주)머스트 박선영 대표는 “베트남에는 젊은층이 두텁다고 들었다”며 “대구경북의 우수한 대학교와 베트남의 대학교 간의 교류도 검토하는 등 인적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22일 하노이에서 다시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수출인큐베이터’를 찾은 이노비즈 대경지회는 공단 관계자는 물론 현지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인으로부터 조언도 받았다. 중진공 양장영 소장은 “우리는 이곳에 수출인큐베이터를 두고 베트남으로 진출하는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며 “대구경북 기업 1개사도 현재 수출인큐베이터를 활용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양 소장은 “베트남은 날씨가 덥고 오토바이가 주요 이동수단이기 때문에 옷차림이 우리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라며 “투자를 하고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베트남 현지인을 만났을 때 겉모습과 의상만으로 판단을 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수출인큐베이터 설명을 들은 (주)대동전자 손홍배 대표는 “베트남에 와보니 늦은 밤에도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더라”며 “야시장도 활성화 돼 있던데 우리 제품은 전기료는 싸면서 밝기는 기존 백열등보다 몇 배는 더 밝기 때문에 이곳에 판매가 되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하노이에는 우리나라 기업의 베트남 진출을 돕기 위핸 '수출인큐베이터'가 설치돼 있다. 현지 중소기업진흥공단 측과 미팅 중인 기술교류단의 모습. <하노이에서 노경석 기자>

이어 손 대표는 자사의 신규 생산제품인 LED 조명등을 한국에서 직접 가져와 중진공 측에 전달했다. 제품을 받은 양 소장은 현지에서 열리는 각종 전시회에 제품을 선보여 현지에 진출을 돕겠다고 했다.

베트남 기술교류단에 참여한 대구시의회 김혜정 의원은 “베트남으로 중소기업이 진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하는데 대구시 등 지자체가 지역의 우수한 기업들의 해외 시장 개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노이에서 노경석 기자  aclass@d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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