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아들과 4살 딸을 키우고 있는 한민지(36‧여) 씨는 얼마 전 저렴한 가격으로 첫째 아들의 자전거를 구입했다. 이월상품으로 원래 가격보다 85%나 저렴하게 파는 상품을 구입한 것. 한 씨는 “전년도에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하자 없는 새 제품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기 때문에 이월상품을 자주 애용한다”며 “평소에도 그냥 제품보다는 떨이상품이나 사용에는 문제없는 흠집 있는 제품들을 사서 생활비를 아끼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가치의 하락으로 외면 받았던 B급 상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소비자들 10명 중 7명은 B급 상품 구매를 똑똑한 소비로 인식했고, B급 상품 구매의 전망이 더욱 밝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진/기사와 관련 없음, 디지털경제 DB)

최근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가치의 하락으로 외면 받았던 B급 상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소비자들 10명 중 7명은 B급 상품 구매를 똑똑한 소비로 인식했고, B급 상품 구매의 전망이 더욱 밝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7월 13일부터 18일까지 전국의 19~59세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B급 상품 이용 인식’에 대해 조사한 결과, 75.1%가 'B급 상품 구매가 똑똑한 소비 활동‘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77.5%는 ‘앞으로 B급 상품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답했으며, 78%는 ‘B급 상품 구매는 더욱 많아 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비자들의 구매경험이 가장 많은 B급 상품은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식품류(68.7%)로 조사됐으며, 이어 저렴하게 파는 이월 상품(59%)과 모양이 볼품없는 과일 및 채소류(43.4%), 약간의 흠집이나, 벌레 먹은 부분이 있는 과일 및 채소류(33.5%) 등이었다.

(자료/마크로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제공)

실제로 대형마트에서 매일 폐장 직전 시간대에 내놓는 ‘떨이제품’은 내놓기가 무섭게 사라질 만큼 그 인기가 뜨겁다. 또한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서는 리퍼브 유아용품의 매출이 지난해와 대비해 8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B급 상품 인기에 힘입어 최근에는 B급 상품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도 늘고 있다. 떠리몰, 전시몰, 이유몰, 임박몰 등의 다양한 온라인 매장들이 등장하면서 B급 상품이 또 하나의 소비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 가전제품이나 가구 시장에서는 ‘리퍼브 매장’이 인기다. 공장에서 제조한 물건에 난 흠집을 손질해 정품보다 싼 가격으로 되파는 제품인 리퍼브를 통해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어가고 있는 것.

지난 주말 경산에 위치한 리퍼브 가구점에는 출고 가격보다 최대 90%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가구들을 보기 위해 모인 손님들로 북적였다. 이곳을 찾은 서희숙(57‧여) 씨는 “집에서 쓰던 TV다이가 오래돼 바꾸려고 왔다”며 “눈으로 보기도 힘든 흠집은 어차피 집에서도 곧 생기는데 그런 흠집이 있다고 반값정도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가구들을 사는 게 훨씬 더 좋은 소비인 것 같아 찾게 됐다”고 밝혔다.

리퍼브 가구 매장 관계자는 “소파, 침대 등과 같은 큰 리퍼브 가구는 거의 재고가 남지 않을 만큼 전부 다 팔린다고 보면 된다”며 “최근에는 작은 소품 가구들까지 잘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kje@d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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