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들의 전략물자 수출 위반에 대해 관대한 처분을 내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홍의락(대구 북을)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전략물자 수출위반 행정처분’ 자료에 따르면, 지난 6년간 총 187건의 위반에 대한 처분으로 내려진 ‘교육명령’이 109건, ‘수출제한’이 78건으로 나타났다.

홍 의원은 “전략물자의 상당수는 군사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위험한 것으로 위험국에 수출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아야 하는 품목이다”며 “하지만 대외무역법을 위반해 전략물자를 수출한 기업에 대한 처분으로 단순 교육명령이 수출제한보다 많다는 것은 산업부가 ‘기업봐주기식’의 태도를 보인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가 내린 ‘수출제한’ 처분의 평균 일수는 지난 2011년 50일에서 2016년 7월 기준 17일로 급감했다

홍 의원은 이 같은 솜방망이 처벌이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이후로 지속되어 온 ‘비즈니스 프랜들리’ 정책기조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8년 5월, 당시 지식경제부는 수출역량 극대화를 위해 대량살상무기 제조 전용가능성이 높은 품목을 32개에서 10개로 축소시켰고, 위험국에 대한 수출허가 처리기간도 120일에서 50일도 단축시킨 바 있다.

이러한 규제완화로 전략물자 관련 무역통계분류(HSK) 품목 개수는 2011년 1천964개에서 2015년 1천804개로 감소됐고, 수출허가 기업 수는 215곳에서 2015년 421개로 증가했다.

홍 의원은 “박근혜 정부 역시 4차례 고시 개정을 통해 바세나르체제 이중용도 품목의 수출가액 면제기준을 완화(3천불→8천불)하고 시험, 검사목적의 군용 전략물자에 대한 수출허가 서류를 면제하는 등의 지속적인 규제완화를 했다”며 “하지만 대외무역법 위반에 대한 처벌은 다른 나라에 비해 관대하다”고 말했다.

현행 대외무역법 제31조 및 제49조는 수출입 제한 및 교육명령 행정처분에 대해 각각 3년 이내 수출입 제한과 대통령이 정하는 바에 따른 교육명령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국의 처분 수위에 비하면 매우 ‘관대’하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영국은 각각 행정처분의 조항으로 무제한 수출금지와 무제한 과태료를 적용하고 있다. 독일 역시 50만 유로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홍 의원은 “기업 요구에만 충실한 규제완화 탓에 전략물자제도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 ‘국가안보’는 외교부와 통일부만 하는 것이 아니다. 결코 산업부도 예외 되어선 안 될 것이다. 위법에 대해선 그에 상응하고 지금보다 강화된 처분이 내려져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노경석 기자  aclass@d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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