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군에 사는 김모(46) 씨는 지난해 겨울 국제결혼중개업체에 베트남 여성을 소개 받는 계약을 체결하고 1천80만원의 비용을 입금했다. 이후 베트남에서 맞선을 본 후 현지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한국으로 귀국했으나 4개월이 지나도록 신부는 입국하지 않았다. 김 씨는 “중개업체에 왜 신부가 오지 않느냐고 항의 해봤지만 결혼식을 올린 후이기 때문에 업체에서는 책임질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변만 했다”며 “맞선 전에도 한국어로 번역된 신부의 개인정보 확인서를 요구했는데 아무런 정보 없이 맞선만 강요했다”고 토로했다.

외국인과 결혼을 하는 국제결혼이 우리나라에서 연평균 2만8천 건(2010~2014년) 이상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국제결혼중개 관련 소비자의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나, 보상에 대한 대책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디지털경제 DB)

외국인과 결혼을 하는 국제결혼이 우리나라에서 연평균 2만8천 건(2010~2014년) 이상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국제결혼중개 관련 소비자의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나, 보상에 대한 대책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27일 발표한 2010년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접수된 ‘국제결혼중개서비스’ 관련 소비자 상담 분석 결과, 국제결혼중개서비스에 대한 피해구제 합의율은 20.5%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결과에 따르면 6년간 한국소비자원으로 접수된 국제결혼중개서비스 관련 소비자 상담은 총 3천786건으로 집계됐으며, 그 중 피해구제 신청은 209건이었다. 특히 최근 3년간은 매해 25건 이상의 피해구제가 지속적으로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피해구제의 합의율은 43건(20.5%)에 그쳤다.

주요 피해유형은 중도 해지 시 ‘환급 거부 및 과도한 위약금 청구’가 26.3%(55건)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계약내용과 상이한 상대방 소개 및 신상정보 미제공’ 17.2%(36건), ‘배우자 입국 지연 및 거부’ 14.8%(31건), ‘배우자 입국 후 가출’ 12.0%(25건), ‘사업자의 추가비용 요구’ 9.6%(20건) 등의 순이었다.

주요 피해유형별 현황 (자료/한국소비자원 제공)

이 중에서는 ‘비자 미발급 및 지연’ 8.1%(17건)과 ‘배우자 입국 전 행방불명’도 4.3%(9건) 있어 소비자가 제대로 알 수 없는 현지 상황으로 인한 피해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이와 같이 국제결혼중개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합의율이 저조한 이유는 국제결혼중개 사업자가 분쟁해결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고, 국제결혼 특성상 외국 현지에서 일어난 피해사실에 대한 증거자료 부족 등으로 사업자의 책임을 임증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한편, 국제결혼중개업체들이 국제결혼을 하려는 소비자에게 받은 비용은 중개수수료와 소요경비 등을 포함해 평균 1천100만 원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는 1건의 비용으로 500만원 초과~1천500만 원 이하가 89%로 가장 많았다.

중개서비스 비용 현황 (자료/한국소비자원 제공)

또한 비용은 이성의 출신국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결혼의 비용은 결혼상대 국가별로 베트남‧중국‧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은 평균 1천72만원, 그 외 러시아‧우즈베키스탄 등은 평균 1천652만원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소개받은 이성의 출신국가는 베트남 43.5%로 가장 많았으며 이후 중국(28.5%), 필리핀(14.5%) 등의 순이었다.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국 이면상 지원장은 “국제결혼중개서비스 피해예방을 위해 계약 체결 전 반드시 해당 사업자가 시·군·구청에 등록된 업체인지, 보증보험은 가입되어 있는지 등을 알아보고 해지위약금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내용은 없는지 계약서나 약관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며 “또한 국제결혼중개서비스의 상당부분이 외국에서 진행되는 점을 고려해 비자 발급 조건 등을 미리 확인하고, 현지 사업자의 부당행위(추가비용 요구, 상대방 신상정보 상이 등)가 있을 경우 영수증·사진‧녹취 등의 입증자료를 확보해야 분쟁에 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은 기자  kje@d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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