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낮 12시 10분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공원. “레디 액션”이라는 소리가 들리자 전문 촬영 카메라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눈 앞에 들어온 두 성인 남녀는 공원 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조용힐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는 귀에는 낯선 중국음악이었다.

중국 아이돌 가수 ‘유펑’이 자신의 신곡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대구를 선택했다. 대구시는 이번 뮤직비디오 촬영으로 중국 현지에 대구 관광을 알릴 기회가 됐다며 적극적 홍보에 나서고 있다.

유펑(余枫,Yu Feng)은 중국 오디션 프로그램 ‘더 보이스 오브 차이나(The voice of china)’ 출신의 유명 아이돌 가수이다. 그의 신곡 ‘爱无以复加’(아이 우이푸지아, 사랑은 더할 나위없는 행복)의 뮤직비디오 촬영지 배경이 바로 ‘대구’이다. 유펑은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대구 지역 내 주요관광지를 오가며 촬영에 임했다.

유펑과 대구의 인연은 지난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올 5월 중국 대표 연예프로그램(Dream Works)의 ‘대구경북 특집’ 편 MC로 출연한 적이 있다. 유펑의 등장으로 해당영상은 중국검색포털사이트 ‘QQ.com’에서 재생횟수가 1백만 회를 넘었다.

이 때문에 유펑이 신곡 뮤직비디오를 촬영한다는 소식을 접한 대구시는 일찍부터 대구를 촬영지로 해줄 것을 요청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난번 방송에서 대구에 대해 유펑이 소개를 하면서 중국 현지에서 ‘대구’에 대한 인식이 생겨났다”며 “이번 뮤직비디오 촬영을 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 대구에서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먼저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유펑이 대구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기로 결정하자 시는 대구 관광자원을 배경으로 뮤직비디오 비하인드 영상 제작 아이디어를 냈다. 방한 중국관광객의 주 연령층인 20~30대 젊은층의 관심과 충성도가 높은 연예인 ‘유펑’을 활용해 대구를 소개하도록 한 것.

인물을 통해 상품의 효용을 증언·추천함으로써 상품의 신뢰성을 높이는 광고방법 ‘테스티모니얼(testimonial) 마케팅’을 하겠다는 소리다. 실제 유펑은 뮤직비디오 촬영 전 향촌문화관, 동성로, 서문시장 야시장 등을 오가며 직접 촬영한 영상을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에 업로드했다. 이미 수만명이 이 동영상을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 박동신 관광과장은 “유펑이 대구여행 중 촬영한 셀프영상은 테스티모니얼 마케팅 효과를 발휘해 잠재 개별관광객에게 새로운 여행지 대구에 대한 호기심과 친근감이 자연스럽게 유발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효과를 위해 시는 일찍부터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대구 지역 명소들을 선정, 유펑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중국 현지에서 뮤직비디오를 보고 대구를 찾는 이들이 단순히 들리는 것 보다 관광을 하고 보고 즐기며 소비까지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최대의 효과가 나는 곳을 골랐다”며 “대구로 장소를 정한 유펑 측과 뮤직비디오 촬영팀과 조율을 해 최종적으로 장소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8일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중국 아이돌 가수 유펑이 배우 한은선과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고 있다. 한지현 기자 deconomic@naver.com

이날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의 촬영은 점심시간과 겹치면서 주변으로 시민들도 몰렸다. 중국 현지에서 방송될 대구의 모습에 대한 기대감도 보였다. 류성민(41·여) 씨는 “요즘 대구가 관광도시로 노력을 많이해서 관광할 곳이 많이 늘어났는데 그곳에 중국관광객을 불러 모으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한다고 생각한다”며 “중국인들에게 대구는 생소한 도시이니 이번 일을 통해서 대구가 많이 알려지고 관광객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점심을 먹고 직장으로 돌아가던 김상철(62) 씨는 “보통 중국 관광객들이 다 서울로 가지 대구는 안온다”며 “쇼핑할 곳도 없고, 그래서 그게 좀 아쉽기도 했는데 이번에 이걸로 대구의 관광이 중국에 알려지면서 중국 관광객이 대구에도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를 배경으로 촬영‧제작 완성된 뮤직비디오는 12월 1~14일 2주간 매일 6회씩 84회에 걸쳐 중국 채널[V] ([V]Premiere)에, 비하인드 영상은 2주간 매일 3회 42회 중국 채널[V] (Music Factory)를 통해 중국 전역에 방영되며, 대구여행 셀프영상 촬영 분은 중국 동영상사이트 및 웨이보에 실시간 게재될 예정으로 TV, 온라인 포탈, SNS 등의 다양한 매체로 홍보된다.

대구시 정풍영 문화체육관광국장은 “간접광고 효과가 뛰어난 중국 현지 유명가수의 뮤직비디오 제작을 지원해 대구의 유명 관광자원을 지속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대구 브랜드를 강화하고 중국 현지에서의 관심이 증가되어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노경석 기자·김지은 기자  aclass@d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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