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당일 국내 주가가 폭락한 것 보셨죠? 대구 상장사들도 모조리 타격 받았습니다. 앞으로 수출에 있어서 더 큰 시련이 있을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지난 9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뒤 대구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 대표는 미국 수출 비중이 줄어들 것을 우려했다. 자국보호주의가 강한 공화당의 성격과 트럼프의 강경으로 인해 대미 수출비중이 높은 대구경북의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0일 개최한 ‘미국대선과 한국경제·외교안보에 대한 시사점’ 정책좌담회 발표내용을 보면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한미 FTA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이 모두 재협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됐다.

이날 좌담회에서 서강대 허윤 국제대학원장은 발표를 통해 “트럼프는 한미 FTA가 NAFTA와 함께 재협상의 대상임을 명확히 공약으로 내세웠다”며 “미국 내에서도 한미 FTA가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는 만큼 트럼프가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내세우며 방위비 분담 요구와 함께 FTA 개정 협상 압력을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0일 '미국대선과 한국경제·외교안보에 대한 시사점' 정책좌담회를 개최하고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라 미국의 TPP 탈퇴, 한미FTA 재협상 추진 움직임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좌담회 전경(한국경제연구원 제공)

이에 따라 그동안 한미FTA로 대미 수출 증가 효과를 누렸던 대구경북 지역 수출기업들은 앞으로가 걱정이다.

11일 대구세관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경북의 대미 수출은 33억3천8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가 발효되기 전엔 2010년 수출액 12억2천400만달러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치다. 그만큼 대구경북의 수출 구조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영향은 크다.

실제 대미수출비중도 대구는 올 9월 기준 18.2%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 전체의 대미수출 비중 13.26%(2015년 기준)보다 약 5%포인트(p)나 높다.

이처럼 대구경북의 대미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당장 내년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한 뒤 대미 수출 구조가 급변하면 대구의 수출 경제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가 자국경제를 살리기 위한 보호무역주의를 공약을 계속 내걸어왔고 특히 한미FTA를 불공정으로 간주,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한미FTA의 재협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내년 3월이면 한미FTA가 발효 5주년이 된다. 그만큼 시간이 흘렀고 양국의 국회가 비준을 끝낸 협상을 다시 손보려면 절차가 복잡하다”며 “FTA를 손보기보다는 아직 발효가 안 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철폐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공화당은 TPP를 폐기하 것을 선언한 바 있다. 트럼프 역시 올 7월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 연설에서 자신이 집권하면 아직 비준되지 않은 TPP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TPP에서 탈퇴하면 베트남 등으로 공장을 옮긴 지역의 섬유업체가 타격을 입는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 김경민 과장은 “TPP가 발효되면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섬유는 관세가 없다. 이를 고려해 일찍 베트남에 공장을 지은 지역 기업들이 있다”며 “하지만 이번에 트럼프 당선가 당선되면서 TPP가 무효로 돌아갈까 걱정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자국기업보호 정책을 펼치면 대미 수출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대구경북 기업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디지털경제 DB

한미FTA에 대한 재협상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지역의 주력산업인 자동차 부품과 철강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원산지증명에 대해 까다롭게 검증하면 관세혜택을 누리기가 쉽지 않아지기 때문이다. FTA에서는 양국이 정한 관세혜택 품목은 절차에 따라 그나라에서 생산된 것을 증명하는 ‘원산지증명서’가 첨부돼야 한다. 원산지증명이 되지 않은 품목은 관세혜택을 받을 수 없다. 또 수입국은 수출국의 원산지증명에 대해서 자체 검증을 거쳐 위반 사항이 적발되면 관세 혜택의 취소는 물론 이에 따른 피해보상 등을 요구할 수 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FTA 재협상이 어렵다고 판단하게되면 ‘원산지증명’과 ‘사후검증’ 방식을 통해 한국 기업을 압박할 수 있다.

한 전문가는 “그동안 100건 중 1건에 대해 사후검증을 했다면 앞으로 사후검증을 더욱 자주, 깐깐하게 해서 대구경북 수출 기업을 압박해 피해보상 등을 받아낸다면 기업들은 살아남기 힘들다”며 “대미수출에서의 수혜가 많이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석 기자  aclass@d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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