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3시 30분 경북 고령군 지산리 고령대가야시장 안 ‘고령대장간’ 앞. ‘탕탕탕’ ‘쨍쨍’ ‘쿵닥쿵닥’ 철 두드리는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스무 평 남짓한 가게 안은 고물상을 연상시킬 만큼 오래된 공구들이 한가득 모여 있었다. 고령군에서 유일한 대장간인 ‘고려대장간’은 연중무휴, 1년 365일 철 두드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3대째 이어지고 있는 이곳은 장날이면 대구, 구미, 합천, 성주, 의성 등의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들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8일 오후 3시 30분 경북 고령군 지산리 고령대가야시장 안 ‘고령대장간’ 앞. ‘탕탕탕’ ‘쨍쨍’ ‘쿵닥쿵닥’ 철 두드리는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스무 평 남짓한 가게 안은 고물상을 연상시킬 만큼 오래된 공구들이 한가득 모여 있었다.

◆‘철의 도시, 대가야’를 대표해 3대째 이어가는 고령대장간

“쇠는 두드릴수록 단단해진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대장간 일을 배우고 한지 십 수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농기구 만드는 일이 어려운거 보면 대장장이도 쇠처럼 평생 배우고 노력해야 단단해지는 것 같습니다”

70여년의 역사를 간직한 ‘고령대장간’은 고령대가야시장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대장간이다. 고려대장간 역사의 3분의 2을 맡아온 이상철(73) 어르신은 4년전 아들인 이준희(43) 씨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아들 이 씨는 “아버지와 함께 운영을 해오다 아버지가 최근 몸이 많이 안 좋아지시면서 대장간일을 하는 게 힘들다고 판단해 지금은 혼자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 평범한 회사를 다니던 이준희 씨는 아버지의 건강이 점점 나빠지자 가업을 이어야겠다는 결심이 들어 13년 전부터 대장간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에는 대구에 있는 주물공장 다니면서 기본부터 다시 일을 배웠고 이후에는 아버지에게 많이 배웠다”며 “아버지가 처음에 시작할 때는 이곳 시장에만 6개의 대장간이 있었는데 지금은 고령 전체에 우리 대장간만 남아있다”고 말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농기구에도 산업화 바람이 불어오면서 대량생산을 통한 공구들이 만들어지자 대장간들은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현재 경북도에서는 전통방식의 공구를 만드는 대장간이 2~3곳 밖에 남아있지 않다. 고령대장간은 그 대장간 중에 한곳이자, 고령군 내에 유일한 대장간이다.

이 씨는 “우리 대장간도 사실 아버지가 가업을 잇지 않았으면 이렇게 오랜 역사를 가지지 못했을 것”이라며 “아버지도 처음부터 할아버지의 가업을 잇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50여 년간 고령대장간을 운영해온 이준희 씨의 아버지 이상철 어르신은 젊은 시절 택시기사로 잠깐 활동하다 20대 중반 대장간의 가업을 이어받았다. 이 씨는 “그 당시 고령에 택시가 1~2대 있을 땐데 그 중에 1대가 우리 아버지 택시였다”며 “그러다 할아버지와의 이야기를 나눈 끝에 대장간을 이어받아야겠다고 결심한 아버지는 철기담금질을 더 연구하고 싶어 직접 봇짐을 짊어지고 운수면, 덕곡면 등의 농사꾼들을 찾아가 집에 있는 낡은 농기구와 칼을 갈아주면서 농기구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공부했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풀무질, 매질, 담금질…전통방식으로 만들어지는 농기구들

고령대장간은 요즘 찾아보기 힘든 옛 전통방식 그대로 공구를 제작하고 있다. 풀무질과 매질, 담금질 등을 해 칼과 낫, 호미 등의 각종 농기구나 연장들을 1년에 약 3천개 이상 생산한다.

“의성에 사는 농사꾼 한 분은 고령을 지날 때마다 이곳에 들러 낫을 사갑니다. 왜 그렇게 자주 낫을 사가냐 했더니 낫을 사서 돌아가면 동네사람들이 몇 번 써보고는 그렇게 좋다고 가져가니까 살 때마다 없어져서 매번 사러온다고 하더라고요”

고령대장간은 요즘 찾아보기 힘든 옛 전통방식 그대로 공구를 제작하고 있다. 풀무질(쇠를 달구거나 녹이기 위해 화덕에 뜨거운 공기를 불어넣는 작업)과 매질(쇠를 두드려 단단하게 만드는 작업), 담금질(쇠를 높은 열에서 굽고 식히는 작업) 등을 해 칼과 낫, 호미 등의 각종 농기구나 연장들을 1년에 약 3천개 이상 생산한다.

이곳의 가장 대표적인 공구는 바로 ‘낫’이다. 농사에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농기구인 낫은 보편적으로 쓰이는 기구이면서도 아주 까다로운 기구라고 한다.

이 씨는 “낫은 작물과 지역마다 철이 다르고 모양도 다르다. 예를 들어 벼 베는 낫과 부추 베는 낫, 나무 베는 낫이 다르다. 또 강원도는 낫이 약간 기다란 모양이고, 경상도는 ‘ㄱ’자 모양, 전라도는 구부러진 ‘S’자 모양이라고 보면 된다”며 “그 지역에서 나오는 작물들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형태가 있다”고 설명했다.

작물과 지역에 맞는 낫을 손수 제작하는 고령대장간에는 전국에서 입소문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농사를 짓다 맞는 기구가 없어 불편함을 겪는 농사꾼들이 이곳에 찾아와 맞는 기구를 만들어 달라고 하는 일도 자주 볼 수 있다.

이 씨는 “농사꾼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한다”며 “농기구를 직접 쓰고 만져보는 그들의 이야기가 모두 재산이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조금 더 편리하고 쉬운 기구를 만들면 입소문을 타고 많이들 찾아오신다”고 말했다.

이렇게 농사꾼들의 이야기를 듣고 고령대장간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농기구는 빠르게 입소문을 타면서 많은 인기를 얻지만 그 인기는 곧 시들해져버린다. 기구를 판매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슷한 제품이 중국에서 대량생산으로 금방 나와 버리는 것. 이 씨는 “그럴 때는 속상한 마음도 들지만 농사꾼들이 더 좋고 편한 농기구를 많이 쓸 수 있으니까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며 “어차피 계속 발전해야 되는 일이기 때문에 또 만들고 발전하면 된다”고 밝혔다.

대장장이로 사는 매일 매일이 재산이자 공부가 된다는 이 씨는 대장간일을 시작한 지 십 수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쇠는 담금질을 하기 위해 물에 담갔다가 빼는 순간 깨져버린다”며 “쇠는 재질마다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주 오랜 노력과 경험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대가야시장의 명물이자 터줏대감인 고령대장간은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과 문화의 수호라는 측면에서 매우 소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에 고령군에서는 고령대장간을 하나의 관광지로 연계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이 씨는 “목표가 있다면 오랜 시간 침체기를 맞아온 고령대가야시장이 많이 활성화가 돼서 지금은 오일장이지만 나중에는 주말과 오일장을 겸하는 시장으로 발전하고 그 이후에는 상설시장까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kje@d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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