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낮 12시 경북 포항의 죽도시장은 철을 맞은 대게부터 과메기 등의 신선한 해산물을 찾아 전국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평일임에도 붐볐다. 어시장에서는 커다란 찜통이 희뿌연 김을 내뿜으며 신선하고 맛있는 대게를 쪄내고 있었고, 새벽부터 잡혀온 싱싱한 활어들이 펄떡이고 있었다. 이어 어시장을 지나 종합시장으로 들어서자 옷부터 과일, 젓갈, 생활용품, 수제비 골목까지 끝이 없는 시장이 나타났다. 안동에서 왔다는 석순미(54·여) 씨는 “회, 대게하면 죽도시장이니까 철을 맞아 시장을 찾아왔다”며 “포항에서 제일 큰 시장이다 보니 사람들도 항상 붐벼서 이 시장을 오면 빠졌던 기운이 다시 몸속에 가득 차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를 맞이할 수 있어 겨울에 인기 있는 여행지인 포항시에는 겨울이 되면 철을 맞은 활어들이 가득 올라오고 대게 찌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시장이 있다. 해산물로 유명하지만 생활용품부터 혼수용품까지 없는 게 없는 시장으로 1년 365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죽도시장’이다.

◆광복과 6·25전쟁을 겪으며 서민들과 함께 해온 종합시장

포항 북구 죽도동에 위치한 죽도시장은 횟감과 건어물은 물론 농산물, 의류, 이불, 한복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생필품들을 갖추고 있는 대형 전통시장이다. 이에 이 시장에는 문어골목, 수제비골목, 회상가골목, 해장국골목, 닭전골목 등의 많은 명물골목들이 있다.

동해안의 시장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죽도시장이 처음부터 이렇게 큰 시장은 아니었다. 죽도시장은 광복 후 당시 갈대밭이 무성했던 현 죽도시장 터에서 수십 명의 노점상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처음 형성됐다. 이후 이곳은 점점 성황을 이뤄 6·25전쟁 전까지 400여개의 노점이 있는 도·소매상으로 발전했으나 전쟁의 여파로 소멸하게 됐다.

그러다 전쟁이 끝난 후 남아있던 상인들은 부흥회를 조직해 1954년 7월 19일 경북도로부터 상설남부시장으로 인가(3만1천100여㎡·9천443평)를 받고 같은 해 8월 13일 더 큰 시장을 개장하게 됐다. 그러다 71년 상설시장으로 개설 및 구획정리를 통해 지금의 죽도시장 틀을 갖추게 됐다.

이에 죽도시장은 지난 2007년 죽도시장활성화구역 사업으로 죽도어시장과 죽도농산물시장이 묶여지면서 현재는 총 13만2천㎡의 부지에 1천6백여 개의 점포가 있고 일 방문인원 5만 명, 연간 고객 수는 1천800만 명에 달하는 동해안 최대시장으로 거듭나게 됐다.

죽도시장에는 신선한 수산물은 물론 농산물과 침구류, 청과, 일용잡화, 가구 등 다양한 품목들을 취급하고 있다. 이에 농산물거리와 먹자골목, 떡집골목, 이불골목, 한복골목 등이 조성돼 있다.

47년 째 죽도시장을 지키고 있는 대송상회 김영배(70) 씨는 “흔히들 죽도시장을 어시장이라고 오해하는데 이 시장은 광복 후부터 생긴 아주 오래된 종합시장으로 슈퍼, 과일, 고기, 옷 등 없는 게 없는 시장이다”라며 “예전에는 이 시장이 동해안에서 제일 크다보니 큰 장을 보려면 모두 여기를 왔기 때문에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겨울철 더욱 풍성해지는 죽도시장

“싱싱한 해산물 맛에 한번 놀라고, 저렴한 가격에 두 번 놀라고, 해산물 말고도 파는 게 너무 많아서 세 번 놀라는 시장아입니까.”

죽도시장은 바닷가 근처에 위치해있기 겨울철에 특히 인기가 많아진다. 포항 바닷가에서 잡은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달부터 철을 맞은 대게와 과메기는 최근 가장 인기 있는 해산물 중 하나이다.

회·대게 센터 직원 최지운(20) 씨는 “지금은 대게와 과메기, 도루묵 등이 철이라서 많이들 찾으신다”며 “회는 보통 6~9월에 가장 많이 나고, 과메기나 대게가 지금부터 내년 3월까지 철이라 맛이 좋다”고 말했다.

이 시장에는 포항 중심지 오거리에서 동쪽으로 500m 지점에 동해안 최대의 상설시장인 죽도어시장이 있다. 또 그 옆에 위치한 수산물 위판장에는 횟집 200여개가 밀집돼 있어 사계절 저렴한 가격으로 동해안의 싱싱한 회를 살 수 있으며, 인근 상가에서 초장 등 재료값만 내면 바로 먹을 수도 있다. 특히 겨울철에는 포항의 명물인 과메기를 먹을 수 있고 물회, 돌문어, 개복치, 고래고기 등도 죽도시장에서 유명한 음식이다.

영천에서 죽도시장을 찾은 장순자(64·여) 씨는 “겨울철 죽도시장에는 신선한 활어들이 영천에서 사는 것 보다 훨씬 저렴해서 여기까지 왔다”며 “또 시장 근처에 영일대해수욕장 등 관광지가 많기 때문에 장도 보고 놀러오는 겸해서 친구부부와 함께 6명이서 죽도시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지난 2012년 죽도시장이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돼 해상무대, 만남의 광장 등 문화공연장을 조성하고 관광지와 먹거리 특산품을 연계한 문화관광 콘텐츠를 개발했다. 이에 2014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주최하고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한국관광의 별 쇼핑부문 '누구나 다시 오고 싶은 즐거움이 있는 시장'으로 선정됐다.

포항시 일자리경제노동과 전통시장팀 권현숙 담당은 “죽도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아케이드 공사 등의 현대화사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죽도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들을 연구하고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 장흥섭 원장은 “죽도시장은 규모가 큰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는 시장 중 하나”라며 “시장의 활기를 오래도록 유지하려면 포항에 있는 많은 관광지와 연계해 포항 시민뿐 아니라 전국, 외국에서도 관광을 통해 시장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활성화 정책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한지현 기자  kje@d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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