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가 12월 가볼 만한 곳을 선정했다. ‘12월 간이역 여행’이라는 테마로 이번에 선정된 곳은 경기 양평의 ‘구둔역’, 강원 태백의 ‘철암역’, 충남 논산의 ‘연산역’, 전북 군산의 ‘임피역’까지 총 네 곳이다.

◆녹슨 철길에 첫사랑이 내려앉다 ‘양평 구둔역’

‘건축학개론’에서 애틋한 첫사랑의 배경이 된 구둔역은 양평군 지평면 일신리에 위치한 곳으로, 80년 가까운 세월이 묻어나는 간이역이다. (사진/구둔역, 한국관광공사 제공)

‘건축학개론’에서 애틋한 첫사랑의 배경이 된 구둔역은 양평군 지평면 일신리에 위치한 곳으로, 80년 가까운 세월이 묻어나는 간이역이다.

현재 이곳에는 퇴역한 노병처럼 주름 깊은 은행나무 한 그루, 엔진이 식은 기관차와 객차 한 량, 역 앞을 서성이는 개 한 마리가 있다.

간이역의 흔적과 폐역 명패를 달고 벌판에 섰던 구둔역은 1940년에 처음 문을 열어 청량리-원주 간 중앙선 복선화 사업으로 종전 노선이 변경되면서 2012년 폐역의 수순을 밟았다. 구둔역의 빛바랜 역사와 광장, 철로, 승강장은 등록문화재 296호로 지정됐다.

구둔역은 오는 12월부터 구둔마을 주민들이 마련한 카페, 체험장 등을 오픈할 예정이다.

◆ 탄광 도시 철암의 ‘그때 그 모습’을 만나다 '태백 철암역'

철암을 대표하는 철암역은 역사보다 그 옆에 자리한 선탄장이 유명한데,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이곳에서 촬영하기도 했다. (사진/안산역, 한국관광공사 제공)

겨울 가족 여행지로 좋은 태백 철암은 1989년 정부의 석탄 산업 합리화 정책을 펴기 전까지 번성한 고장으로, 한때 5만 명에 이르는 인구가 살았다.

철암을 대표하는 철암역은 역사보다 그 옆에 자리한 선탄장이 유명한데,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이곳에서 촬영하기도 했다. 또한 선탄장 건너편에는 독특한 풍경의 마을을 만날 수 있다. 이 마을에는 곧 쓰러질 듯한 2~3층 건물이 당시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으며, 지금은 철암탄광역사촌으로 재단장해 박물관이며 전시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철암역 앞거리(왼쪽), 철암탄광역사전시실(오른쪽)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뿐만 아니라 근처에 국내 석탄 산업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태백석탄박물관부터 고생대 삼엽충과 공룡 화석을 전시하는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자연의 신비를 간직한 용연동굴,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 낙동강의 발원지 황지연못, 드라마 ‘태양의 후예’ 세트장 등의 관광지가 인접해있어 함께 돌아볼 수 있다.

◆100년 넘은 급수탑에 철도 문화 체험까지 '논산 연산역'

대전과 논산 사이에 있는 호남선 연산역은 상·하행을 더해 기차가 하루에 10회 정차하는 조용한 간이역이다. (사진/연산역, 한국관광공사 제공)

대전과 논산 사이에 있는 호남선 연산역은 상·하행을 더해 기차가 하루에 10회 정차하는 조용한 간이역이다.

자연의 속도에 맞춰 느긋하게 흐르는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이곳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급수탑이 있다. 화강석을 원기둥처럼 쌓아 올리고 철제 물탱크를 얹은 급수탑은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48호로 지정됐다.

주중에는 유치원 아이들이, 주말에는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이 찾는 연산역에서는 다양한 철도 문화 체험도 실시되고 있다. 또한 이곳에서는 논산 돈암서원과 질 좋은 농축산물을 거래하는 화지중앙시장, 은진미륵의 미소가 좋은 관촉사, 과학적이고 기능적인 한옥을 볼 수 있는 논산명재고택, 젓갈과 근대건축이 어우러진 강경근대문화코스까지 둘러볼 수 있다.

◆시간이 멈춰선 곳 '군산 임피역'

임피역은 1924년 군산선 간이역으로 문을 열어, 호남평야에서 수확한 쌀을 일본으로 반출하는 거점 역할을 했던 아픈 경험이 있다. (사진/임피역, 한국관광공사 제공)

임피역은 1924년 군산선 간이역으로 문을 열어, 호남평야에서 수확한 쌀을 일본으로 반출하는 거점 역할을 했던 아픈 경험이 있다.

1936년에는 보통역으로 승격하고, 역사도 새롭게 지어 서양 간이역과 일본 가옥 양식을 결합한 역사적·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208호로 지정돼 있다.

이후 지난 2008년 5월 여객 운송이 완전히 중단됐고, 현재는 말끔한 모습으로 단장해 관광객을 맞는다. 또한 군산 출신 소설가 채만식의 대표작 ‘탁류’와 ‘레디메이드 인생’ 등을 모티프로 한 조형물이 들어서고 객차를 활용한 전시관도 생겼으며, 승강장 쪽에 나무 벤치를 마련해 고즈넉한 간이역 풍경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더불어 개항장 군산의 독특한 분위기가 풍기는 근대역사문화거리, 군산 시민의 휴식처로 사랑받는 은파호수공원, 신선한 해산물을 구입하고 맛볼 수 있는 비응항 등을 함께 여행할 수 있다.

김지은 기자  kje@d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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