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인교동 오토바이골목에는 365일 끝없이 이어진 오토바이 행렬을 볼 수 있다. 500여m 거리의 오토바이 행렬에는 흔히 뽈뽈이라 불리는 소형 스쿠터부터 중형차급의 엔진을 가진 대형 오토바이까지 그 종류와 개수가 천차만별이다. 70년의 역사를 가진 이곳은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오토바이골목이다.

대구 인교동 오토바이골목에는 소형 스쿠터부터 중형차급의 엔진을 가진 대형 오토바이까지 그 종류와 개수가 천차만별이다. 70년의 역사를 가진 이곳은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오토바이골목이다. (사진/김지은 기자)

◆오토바이 행렬이 장관을 이루고 70년의 역사를 간직한 곳

대구 인교동 오토바이골목은 1950년쯤에 형성되기 시작해 지금까지 약 70년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이곳에는 오토바이 판매점부터 수리점, 튜닝, 렌트, 악세서리, 시트, 가죽, 바이커 패션 용품 등 오토바이와 관련된 제품이라면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많은 관련 업체들이 모여 있다.

달성공원사거리에서 서문로타올거리까지 약 500m의 길이로 조성된 인교동 오토바이골목에는 현재 60개의 업체가 위치해있다. 전국 최대 규모의 오토바이골목에 맞게 이곳에는 오토바이 관련 수리점 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장애인용 오토바이를 제작하는 업체, 중고 시트를 새것으로 바꿔주는 시트 전문점, 라이딩 전용 가죽 소품을 판매하는 가죽 공방까지 다양한 업체들이 자리하고 있다.

J모터샵의 임일주(56) 대표는 “이곳은 역사가 오래된 만큼 오토바이에 관한 모든 제품과 지식이 다 있는 곳”이라며 “오토바이 판매부터 정비소, 가공소, 부속상회, 시트, 악세서리류까지 모든 업체가 있다”고 말했다.

달성공원사거리에서 서문로타올거리까지 약 500m의 길이로 조성된 인교동 오토바이골목에는 현재 60개의 업체가 위치해있다.

오토바이골목이 있는 대구 중구 인교동은 예부터 교통수단과 인연이 깊은 곳이었다. 사람들이 말을 타고 다녔던 시절에 이곳에는 인근 서문시장의 물건을 실어 나르기 위해 필요한 말을 구입할 수 있는 마장이 열리기도 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은 이곳을 ‘말전거리’로 불렀다.

그러다 이곳에 처음 오토바이가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였다. 대구에 섬유산업이 확산되는 시기와 관련이 있다. 대경모터샵의 우대현(59) 대표는 “50년대 대구의 섬유산업과 관련된 부유층이 이곳에 많이 살았는데 그들 중 일부가 바이크에 관심이 많았다”며 “그 당시는 오토바이 수입이 없었을 때라 미군부대에서 흘러들어온 바이크를 고쳐서 타곤 했다. 그 바이크들을 고치러 관련 상인들이 자주 이곳을 찾았고 그렇게 이 골목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50년대 말 처음 이곳에 터를 잡은 ‘영남오토바이 상회’를 시작으로 60년대에 들어서자 많은 오토바이 관련 업체들이 생겨났다. 이에 수리뿐 아니라 판매점, 부품상회 등 관련 업계가 커지기 시작하면서 오토바이골목이 형성됐다.

◆오토바이 마니아들의 성지에서 관광코스까지

오토바이가 한창 활성화되던 90년대까지 오토바이골목은 성업을 이뤘다. 하루 종일 오토바이 돌아가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주말이면 오토바이를 직접 보고 만지러 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러다 자동차의 발전으로 오토바이보다 차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경기 불황도 이어지면서 오토바이골목은 예전의 활기를 잃었다.

대경모터샵 우 대표는 “당시 이 골목에는 사람들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오토바이 관련 상인들도 관련 부품을 사러 이곳에 왔기 때문에 사람이 가득했다”며 “한창 잘될 때는 오토바이 물량이 부족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예전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지는 않지만 인교동 오토바이골목은 여전히 오토바이를 사랑하는 이들의 성지로 알려져 있다. 구매부터 튜닝까지 이 골목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지는 않지만 인교동 오토바이골목은 여전히 오토바이를 사랑하는 이들의 성지로 알려져 있다. 구매부터 튜닝까지 이 골목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경에서 이곳을 찾아왔다는 이성락(45) 씨는 “이 골목은 오토바이 마니아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며 “이곳에서는 오토바이를 구매한 후 부품을 갈고 가공하고 칠·도색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또한 40여 년간 오토바이를 탔다는 김병묵(57) 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달릴 때 느껴지는 바람과 자유로움은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다”며 “오토바이는 바퀴가 2개이기 때문에 운전자 본인이 안전운행을 가장 먼저 실천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인교동 오토바이골목은 대구의 골목골목을 다니며 살아있는 역사를 만나는 체험여행인 대구근대골목투어 제1코스 ‘경상감영달성길’에 포함돼 관광지로써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대경모터샵 우대현 대표는 “예전에는 오토바이를 사기위해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관광을 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늘어났다”며 “관광을 통해 이 골목이 많이 알려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인교동 오토바이골목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근대골목투어 제1코스 경상감영달성길은 경상감영공원에서 시작해 대구근대역사관, 인교동 오토바이골목, 수제화골목, 경찰역사체험관, 삼성상회, 달성토성 등을 만날 수 있는 길로 3.25km의 약 2시간 30분이 소요되는 관광 코스이다.

김지은 기자  kje@deconomic.co.kr

<저작권자 © 디지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