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2시 대구 달서구청 정문으로 들어서자 오픈형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약 20㎡ 정도 되는 정갈한 카페에서 나오는 커피향이 로비 전체를 가득 채운 듯했다. 잠시 후 1층 로비 계단 한쪽에 검은색 바지와 흰색 블라우스를 입은 10명의 장애인 합창단이 등장했다. 장애인이 운영하는 카페 ‘I got everything’의 개소식을 알리는 행사가 진행된 것. 음악에 맞춰 장애인 합창단이 부르는 노랫소리가 카페의 분위기를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개소식 현장을 지켜보던 한 시민은 “구청에 일이 있어서 들렸다가 카페 개소식을 봤다”며 “장애인이 운영하는 카페라는 점에서 굉장히 뜻 깊은 곳이라 생각된다”고 칭찬했다.

장애인의 부상 염려가 없는 표준화된 장애인 운영 카페가 7일 대구에 처음 들어섰다. 달서구청 로비에 이날 문을 연 카페의 이름은 ‘I got everything’이다. ‘모든 것을 가졌다’로 직역되며, 이곳 카페에서 커피를 사고 파는 사회적 나눔을 행하면서 ‘즐거움을 소유’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장애인이 운영하는 카페 'I got everything'이 7일 대구 달서구청에 문을 열었다. 김성우 기자 raphael@deconomic.co.kr

이 카페는 달서구가 지난 해 8월 한국장애인개발원 ‘공공기관 연계 중증장애인 창업형 일자리 지원 사업’ 공모에 선정, 국비 5천200만원을 지원받아 개소했다. 이후 구청의 1층에 공간을 마련해 카페를 오픈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지난 해 11월 30일 학산보호작업장을 위탁 운영기관으로 선정했으며, 매니저와 장애인들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지원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대구시에는 4곳의 중증장애인 채용카페가 문을 연 바 있다. 하지만 손이 닿아도 화상 염려가 없는 커피머신 등 바리스타의 안전과 편의를 고려한 인테리어 등 장애인 채용을 위한 표준화 사업으로 만들어진 ‘I got everything’ 카페가 대구에 들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화성 한국장애인개발원 원장은 “이 카페가 단순히 보여주기 식이 아닌 시장 경쟁력을 갖춘 카페로 만들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며 “통일된 디자인과 원두 및 제조법은 물론 장애인의 부상이 없는 안전한 커피머신을 통해 ‘I got everything’의 브랜드를 계속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개소식에서는 장애인 합창단의 축하 공연을 시작으로 카페 직원 명찰전달, 테이프 커팅이 이루어 졌고 매니저와 장애인 바리스타가 직접 만든 따듯한 아메리카노 시음회도 가졌다.

카페 운영은 1명의 비장애인 매니저와 2명의 장애인 바리스타가 한다. 전직 사회복지사이자 'I got everything'카페 매장 매니저인 이수현(31) 바리스타는 “평소 해보고 싶던 바리스타를 사회복지사 일과 병행할 수 있어서 좋다”며 “더욱이 사업의 취지가 좋아서 지원하는데 망설임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 이씨는 “장애인 바리스타 분들의 꼼꼼하고, 꾸밈없는 모습이 좋았고, 자신들이 맡은 일을 정확하게 해내는 모습에 배울점이 엄청 많다”고 했다.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게 된 박현숙(여․31)씨와 김규봉(남․34)씨는 중증장애인에 속하는 지적 장애 2급, 3급이다. 박현숙 씨는 “제가 직접 만든 커피를 사람들이 마시고 맛있어 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며 “많이 오셔서 커피 드시고 좋게 평가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씨는 지난 2014년 바리스타 교육을 수료하고, 대구 청소년수련원의 카페에서 2년간 근무하기도 했다. 김규봉 씨는 “커피 맛있게 먹는 걸 볼 수 있어 좋다”고 짧게 자신의 소감을 말했다.

개소 첫 날인 이날 오픈과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아메리카노와 빵, 쿠키 등을 사갔다.

장애인이 운영하는 카페 'I got everything'이 7일 대구 달서구청에 문을 열었다. 김성우 기자 raphael@deconomic.co.kr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구청 내 문을 여는 카페가 장애인들의 사회 참여와 꿈을 키우는 희망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구민들에게는 향긋한 커피와 함께 이야기 꽃을 피우는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 매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성우 기자  raphael@deconomic.co.kr

<저작권자 © 디지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