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선후보들의 유세가 나날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정치인들의 단골 방문코스인 서문시장과 동성로 주변 상인들이 때 아닌 몸살을 치르고 있다. 지지자들의 통행 방해와 큰 소리로 울려대는 유세 음악 등으로 영업에 방해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선후보들의 유세가 나날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주변 상인들이 때 아닌 몸살을 치르고 있다. (사진/유세 현장 대구백화점 앞에 모여든 시민들과 그들을 제지하는 백화점 보안 직원의 모습)

◆대선 후보들의 필수 코스 ‘서문시장’, 상인들은 ‘이제 그만’

대구의 대표 시장인 서문시장은 대통령 선거에서 빠질 수 없는 유세 장소 중 한 곳으로 역대 대통령들이 즐겨 찾았던 곳이다. 게다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이 시작된 이후부터는 보수층들이 모이는 대표적인 ‘보수의 성지’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대선 후보들은 앞 다투어 서문시장을 찾았고 이때마다 발생하는 영업방해 등으로 일부 상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서문시장 상인 이정란(54·여) 씨는 “평소에는 시장에 코빼기도 안 보이는 사람들이 대선 때만 되면 시장에 와서 유세를 하는데 하필 또 장사가 잘되는 시간만 골라서 오기 때문에 유세를 하는 날에는 하루 장사를 못하는 것과 같다”며 “그 중 일부 지지자들은 길까지 막아버리니까 들어오고 싶은 손님들도 몰아내는 지경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20일에는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억울함과 함께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서문시장을 찾았고 이때 김 의원의 지지자들이 불법집회를 열어 상인들과 마찰을 빗기도 했다. 서문시장 상가연합회 소속 관계자는 “김진태 의원이 서문시장을 방문한 날에는 김 의원의 지지자들이 집회신고도 하지 않고 서문시장에서 집회를 벌였다”며 “시장으로 들어오는 차량까지 막으려 해서 그날 장사를 제대로 하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18일 서문시장을 찾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는 상인들의 저지에 10여분 만에 시장을 떠나야 했다. 안 후보는 이날 서문시장 중앙 무대 앞에서 연설할 예정이었지만, 소방서와 시장 상인들의 저지를 받았다. 앞서 17일 새누리당 조원진 대선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태극기부대가 모여들어 3시간가량 영업에 방해를 받았기 때문이다. 서문시장 주차장 안전요원 신유철(42) 씨는 “서문시장 한 가운데 위치한 주차 빌딩 앞이나 그 옆에 무대는 정치인들이 주로 유세를 하는 곳”이라며 “그곳은 시장의 중간지점이라서 통행에 방해를 받으면 시장 전체에 피해가 가고, 게다가 그곳은 대구 중부소방서가 있기 때문에 긴급 출동에 방해까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조씨앗호떡 직원 안세호(22) 씨는 “지난해 4지구에 불까지 나면서 장사가 더욱 안 되는데 정치인들이 지지자들을 가득 몰고 오면 들어오려던 손님도 안 들어올 뿐 아니라 원래 있던 손님들도 복잡하다고 집에 가버린다”며 “평소오는 손님이 10명이라면 최근에는 불경기에다가 국정농단, 탄핵 등으로 나라가 뒤숭숭해지면서 5명 정도 밖에 장사가 안 되고 있고 거기에다 유세까지 오면 그 절반인 2.5명 밖에 안된다고 보면 된다”고 푸념했다.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문재인 대선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사진/디지털경제 DB)

◆젊음의 장소로 인기 많은 동성로 중앙무대 인근도 피해 지역

아울러 정치인들이 서문시장 다음으로 많이 찾는 대구의 중심지 동성로에서도 상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동성로 중앙무대는 동성로의 중심지로 대구의 젊음을 대표하는 곳이다. 이곳은 서문시장 다음으로 많은 정치인들이 찾는 곳으로 연이어지는 유세 때문에 인근 상인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 통행 방해는 물론 유세를 하는 시간에는 매장을 찾는 손님들도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동성로 인근 상인 김진혁(31) 씨는 “유세를 하면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가게 앞으로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조차 힘들어 지게 된다”며 “또 통행 방해뿐 아니라 엄청난 음량의 스피커 소리, 노래 소리 등으로 가게 안에서 손님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도 힘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동성로를 찾은 서미현(24·여) 씨는 “그냥 유세를 하는 것은 차라리 가까이서 공약도 듣고 대통령을 뽑는 국가적인 행사를 홍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괜찮은데 가끔씩 태극기부대 집회 같은 건 길 다니기가 무섭다”며 “저번에 박사모가 모였을 때는 지나가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한 할아버지가 ‘사진 왜 찍냐’고 화를 내고 욕을 하기에 그 이후부터는 집회가 있는 곳은 일부러 피해 다닌다”고 말했다.

특히 동성로 중앙무대 앞에 위치한 대구백화점은 대선 후보들의 유세나 집회가 열릴 때마다 모여드는 지지자들과 사람들 때문에 출구와 입구가 막히는 등의 피해를 받고 있다.

대구백화점 직원 백진주(33·여) 씨는 “대선 후보들이 오기만 하면 무대 앞은 물론 백화점 앞이 다 막히는데 특히 백화점 앞은 계단이 있어서 계단에 올라서서 보려는 사람들이 출입구를 막기 때문에 나오는 사람들과 들어오려는 사람 모두가 피해를 입는다”며 “또 몇 시간이고 이어지는 시끄러운 마이크 소리와 유세 소리를 듣다보면 머리가 하루 종일 웅웅거려 힘들다”고 토로했다.

김지은 기자  kje@d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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