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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영 작가의 '문학으로 배우는 우리 역사'> 18세기, 조선의 베이커리

18세기, 말복이 지난 아주 무더운 여름 날이었다. 조선의 왕은 꿈속에서 복숭아, 귤이 들어간 과일빙수, 카스테라, 호떡을 맛보았다. 잠을 깼지만, 그 맛을 잊을 수 없었다. 임금은 수라간 나인과 어의를 모두 불렀다. 

“당장, 이 음식 모두를 대령하라!”

불호령이 떨어졌다. 신하들은 혀를 내두르며 대전 밖으로 뛰어 나갔다. 왕이 말한 음식을 당장 내놓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과연 이들은 왕이 말한 과일 빙수, 카스테라, 호떡을 만들 수 있었을까?

 

# 1 대장금표 과일빙수

음식의 달인 대장금이 과일빙수를 맡았다.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나는데 어찌 홍시 맛이 나느냐고 물으시면…….’라는 대사처럼, 수라간(水刺間) 궁녀 대장금의 미각은 아주 섬세하기 때문이었다.

과일 빙수의 재료로 설탕, 귤, 복숭아, 팥이 필요했다. 21세기도 아니고 한여름에 제철 지난 과일을 구해야 했다. 하지만 대장금이 아닌가?

지금은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는 흔한 과일이지만, 조선 시대만 해도 귤은 임금도 애타게 찾던 귀한 과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귤이 수확되는 겨울이 아니라 한 여름이었다. 대장금은 과일 보관법을 알고 있었다. 음식에 관한 많은 책을 읽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귤이나 밤을 생으로 보관하려거든 깨끗한 모래를 묻어두면 여름이 되어도 여전히 신선하다. 복숭아나 자두와 같은 것은 생죽통(生竹筒)에 보관해도 오래간다. < 소문사설 / 이시필>

 

지난 겨울, 제주에서 진상한 귤을 깨끗한 모래에 묻어 두었고, 복숭아 역시 생죽통에 보관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궁중에서 설탕도 마음만 먹으면 구할 수 있었다. 설탕은 고려 명종 때 이인로의 <파한집>에 처음 기록되어 있다. 설탕은 송(宋)나라 때부터 후추와 함께 들어온 것으로 볼 때, 삼국시대·통일신라시대 사람들도 먹은 것으로 추측한다. 설탕(설당)은 그 당시 상류층에서 약용 및 기호품으로 주로 사용되었다.

장금이는 팥을 끓이고, 설탕을 부어 단팥을 먼저 만들었다. 석빙고에서 얼음 한 덩이를 가져와 곱게 갈았다. 이렇게 귤, 복숭아가 들어간 시원한 과일빙수를 만들어 임금께 진상했다.

 

# 2 의관이 만든 카스테라

이번에는 카스테라였다. 하지만 장금이는 시작도 할 수 없었다. 카스테라가 어떻게 생겼는지, 맛이 어떤지 상상할 수조차 없기 때문이었다. 결국 수소문해서 카스테라를 맛본 사람을 찾아냈다. 1720년, 청나라 연행을 따라갔던 의관 이시필과 이기지였다. 둘은 베이징 ‘천추당’에서 카스테라를 처음으로 맛보았다. 이기지는 이런 경험을 <일암연기>에 기록했다.

“사탕, 계란, 밀가루가 들어갔다면, 혹시, 그때 먹었던 ‘서양떡’을 말하는 겁니까?”

결국, 의관 이시필이 카스테라를 만들기로 했다. 의관 역시 임금의 음식 만드는 일을 담당했다.

이시필은 카스테라를 만들려고 수없이 노력했지만, 밀가루 반죽에서 계속 실패를 거듭했다. 조선 땅에서 나는 밀은 주로 ‘봄밀’이기 때문에 ‘겨울밀’이 아니면 반죽이 쉽게 되지 않았다.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이시필은 카스테라를 만들어보려 애썼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이시필이 쓴 잡학사전인 <소문사설>에도 카스테라 만드는 법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 것을 볼 때, 이시필의 시도는 실패한 것이 분명하다.

이시필이 카스테라를 만드는 동안, 장금이는 호떡을 구워 임금께 올렸다.

맵쌀가루로 만든다. 흰떡을 만들어 설탕물을 섞고, 설탕 가루를 소로 넣어 배가 약간 볼록하게 한다. 향유(香油)에 부쳐 뜨거울 때 먹으면 달콤하고 부드러우며 빛깔도 특이하다. 

- <소문사설> 호떡 -

음식은 물론 재료에도 민족의 역사가 담겨있다. 하지만 조선시대에는 성리학을 따르는 것이 사람의 본분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매일 반복되는 밥 먹는 이야기는 글감으로 잘 다루지 않았다. 다행히, 조선 후기가 되어 한글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규방 부인들이 집안 음식법을 전수하기 위해 기록을 남겼다. <수운잡방>, <음식디미방>이 대표적인 옛 조리서이다.

 

이런 기록을 통해 지금 우리가 먹는 음식의 유래를 찾을 수 있고,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

정종영 / 동화작가 / 역사스토리텔링 전문가 /didicat@naver.com

디지털경제  de@d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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