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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듬뿍·추억 가득! 영남 전통시장 탐방] ⑭대구 와룡시장주말 시장엔 외국인 근로자 북적... 베이징, 베트남 야시장 온 듯
'대구의 국제시장'으로 불리는 대구 와룡시장. 휴일엔 외국인 쇼핑객이 절반을 넘어 마치 동남아 야시장에 온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반도에 갇혀 있던 우리 민족이 본격적으로 해외로 진출하기 시작한 것은 통일신라 부터였다. 중국 역사서 ‘당회요’(唐會要)에 보면 837년 장안(長安)에서 공부하고 있는 유학생이 한해에만 216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신라에서 200명이 갔으면 당에서는 5배는 더 온다고 보면 된다. 9세기 신라에서도 ‘당에서 화엄사상을 배우러 온 학승(學僧)들을 50여곳 암자에 분산, 수용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이렇게 물꼬를 튼 글로벌 인적 교류는 2018년 한국 거주 외국인 수가 200만 명을 돌파하기에 이르렀다. 대구에서도 2015년 3만 명대였던 외국인주민은 2017년 4만2,506명을 기록하며 부쩍 다가올 다문화시대를 실감케 하고 있다.
성주군 규모의 인구가 어느 순간 우리 삶 속에 들어 온 것인데,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우리 주변에 많은 것을 바꿔 놓고 있다.
이 중 하나가 전통시장이다. 대구 와룡시장엔 벌써 외국인전용 상점이 20곳 가까이 생겼다. 애써 들으려 하지 않아도 시장 곳곳에선 낯선 언어들이 자리를 잡았다. 이제 와룡시장에서 베트남어를 구사하면 덤이 얹어지고 대접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 ‘대구의 국제시장’ 와룡시장 속으로 들어가 보자

◆‘앗살라무 알라이꿈’(안녕하세요) ‘쿱 발러 라그로 앞프나께 대케’(만나서 반갑습니다). 와룡시장에서 자주 눈에 띄는 것이 베트남, 동남아 안내문구들이다. 대부분 베트남어가 많고 중국어도 많이 눈에 띈다. 대구 거주 외국인 중 베트남인이 9,667 명, 중국 7,648 명으로 가장 많으니 이 세(勢)가 그대로 시장에 반영된 것이다.
식료품 중 한국에서 보기 드문 과일, 채소들도 많이 눈에 띈다. 가판엔 사탕수수, 고수, 두리안, 마르밀리스의 등 낯선 식재료들이 많다.
베트남 식료품점 주인은 “아시아권의 여러 채소를 20여 가지 취급하고 있는데 월남쌈, 베트남국수, 껌스언느엉, 만두튀김 등 식재료가 잘 나간다”고 말한다.
특히 외국인 전용 휴대폰 가게가 많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주로 선불폰을 사용하는데 보통 외국에서 쓰던 휴대폰을 가져와 유심을 넣어서 개통한다.
와룡시장의 진풍경은 주말 저녁에 주로 펼쳐진다. 산업단지의 근로자들과 유학생들이 야근, 수업이 없는 금, 토일 저녁에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시장의 상인들도 주말엔 영업시간을 조절한다. 분식점을 운영하는 차경덕 씨는 “다른 시장에서는 7시면 파장(罷場)을 하지만 우리는 이들 손님을 맞기 위해 10시까지 문을 연다”고 말한다.

와룡시장엔 외국인 전용점포가 20곳 가까이 된다. 주로 식료품, 야채, 과일을 판다.

◆와룡시장은 도심에서 먼 탓에 전국구급 맛집이 드물다. 보통의 시장처럼 돼지국밥, 분식, 족발 등 메뉴들이 주류를 이룬다.
시장에서 인기 메뉴는 닭발, 돼지껍데기와 통닭요리다. 먼저 ‘할매집’은 TV 출연 경력을 내세우며 시장의 대표 맛집으로 부상하고 있다. 돼지껍데기, 수구레볶음, 석쇠불고기, 닭발이 주 메뉴로 매콤짭짤한 맛이 일품이다. 맞은 편의 ‘아닭’(아주 맛있는 닭발)집도 젊은층을 끌어들이면 새로운 맛집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맛과 조리법이 꼬치와 비슷해 중국, 베트남 주민들도 자주 찾는다. 와룡산 등반 후 하산주를 하러 들렀다는 한 주민은 “외국인들과 함께 요리를 먹다보면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며 “이럴 땐 방콕이나 베이징 야시장에 관광 온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고 말한다.
와룡시장에서 골목에 줄을 세우는 집은 ‘거인통닭’과 ‘옛날통닭’이다. 거인통닭은 부산의 3대 통닭 중 하나로 백종원이 ‘3대천왕’으로 극찬한 집이다. 이곳은 부산 통닭의 1호 체인점으로 알려져 있다. 치킨 한 마리에 최소 50개의 조각이 나와 한 입씩 먹기에 좋다. 한 달에 한두 번 이곳에 들른다는 천병철 씨는 “독특한 수제 양념맛에 커리 같은 향신료 맛이 강해 매우 독특한 맛이 난다”며 “일반 체인점 통닭과는 확연히 다른 맛이 있다”고 평한다.
통닭 째 튀기는 전통 튀김닭을 먹고 싶다면 ‘옛날통닭’으로 가면 된다. 한 마리 6,000원 두 마리 1만원으로 가격도 싸지만 무엇보다 온 마리로 튀기는 전통 튀김닭 맛을 느낄 수 있다.

외국인 점포엔 우리에게 낯선 과일, 채소들이 많이 눈에 띈다.

◆와룡시장이 ‘대구의 국제시장’으로 부상하면서 달서구는 글로벌 전통시장으로 재탄생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와룡시장은 내년도 ‘전통시장 활성화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돼 2년간 국비 10억원을 확보했다. 앞으로 와룡시장은 ‘시장에서 즐기는 세계 여행’을 콘셉트로 다양한 시장 활성화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시장상인회 윤선주 상인회장은 “내년부터 시장 내 세계 여행 테마 공공디자인을 설치하고 글로벌 핑크푸드 야시장을 열 계획”이라며 “이 외에 시장 근처에 외국인 프리마켓을 개설하고 와룡 수제맥주 세계 페스티발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는 교육, 인구, 산아정책의 큰 변화가 없는 한 다문화시대의 도래는 필연적일 것으로 보인다.
머지않아 동네 골목엔 베트남타운, 캄보디아타운이 들어서고, 중고등학교엔 다른 피부색의 학생들이 교정을 활보하게 될 것이다. 이런 낯선 문화들이 지역사회와 융화된 후 코리아 공동체를 형성하는 관문, 이곳이 바로 와룡시장 같은 전통시장이 아닐까.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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