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경북에는 마스크 제조업체가 급증해 조만간 과잉생산에 따른 후유증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디지털경제 DB

코로나19 사태는 인류에게 문명의 위기를 초래했지만 소수의 사업자들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손세정제, 온라인 마케팅, 비대면 커머셜업체들은 호황을 구가하며 사세(社勢)를 몇 배씩 키워가고 있다.
코로나 19의 수혜 업종 중 하나가 마스크 제조업이다. 코로나 19 확산 초기 동네약국을 칭칭 감은 긴 줄과 홈쇼핑 전화번호에 연결하기 위해 온 가족이 동시에 다이얼링을 하던 일은 바로 몇 장 마스크를 위한 수고였다.
이런 코로나 특수를 반영한 흥미로운 통계가 있다. 바로 성서산업단지에 마스크 공장 증가율이다. 코로나사태 전 성서산단의 마스크 제조업체는 단 한 곳. 그러나 반년이 지나면서 마스크 공장 수는 30곳이 넘는다. 성서산단 외 대구시 전역으로 확대하면 50~60곳이 훌쩍 넘어선다.
이 같은 현상은 경북에서도 마찬가지다. 경기 침체로 가동이 중단됐던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중소 공장들은 요즘 마스크 공장들로 채워지고 있다.
구미시의 한 관계자는 “구미산단에는 최근 3개월 동안 50곳 이상의 마스크 제조업체가 휴업 중인 공장을 임대, 매입해 입주했다”며 “마스크 생산 장비 1, 2대를 갖춘 소규모 공장까지 합치면 구미산단 내 마스크 공장은 100여 곳에 이른다”고 말했다.
전국 통계도 같은 현상을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마스크 생산업체는 지난 1월말 137개사에서 8월 하순 현재 396개사로 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용·수술용·비말차단용 마스크 품목도 1월말 1,012개에서 현재 2,179개로 2.2배 증가했다.
과잉 설비는 당연히 과잉 생산으로 이어졌다. 9월 둘째주에 생산된 마스크 물량은 2억7,311만개로 집계됐다. 보건용 마스크의 경우 평일 하루 평균 2,984만개, 비말차단용 마스크는 1,358만 개 생산되고 있다. 식약처 인증을 받지 않은 덴탈마스크를 합치면 일주일 생산량은 최소 4억~5억개에 달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대구의 한 마스크 업체. 올해 업종 변경을 하고 마스크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판로 때문에 큰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경제 DB

마스크 업체가 갑자기 늘어난 이유, 가장 큰 원인은 전반적인 제조업 불황이다. 경기가 어려워지자 기존 업종을 접고 마스크 시장으로 뛰어든 중소기업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정부가 마스크, 손소독제업체에 대해선 ‘K-방역’업체라며 산업단지 입주 제한 규정을 풀어준 것도 마스크 공장 설립이 많아진 배경이다.
비교적 저렴한 마스크 제조 설비도 공장 설립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올 초 마스크 설비 가격은 대당 5천만~6천만원대로 소자본으로 창업이 충분히 가능했다. 이 바람에 마스크 제조 설비업체들도 특수를 누리고 있고 대부분 매출이 4~5배로 증가했다.
코로나 사태로 마스크 산업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지만 지나친 포화상태로 가격이 폭락하고 수도권에서는 문 닫는 회사가 속출해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공적 마스크 제도가 폐지되면서 가격에 대한 심리적 저항선도 뚫렸다. 1,500원에 팔리던 식약처 인증 마스크는 최근 700~900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성서산단의 마스크업체 대표는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급락하면서 마스크 한 개를 팔아도 마진이 10~50원 밖에 안된다”며 “올해 공장을 세운 업체는 더 고전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전했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는 5,000만명, 국민들이 하루 1개의 마스크를 소비한다고 해도 현재 하루 적정 생산량은 3,000만개면 충분하다. 그러나 현재 평일 하루 마스크 생산량은 식약처 집계로 8,000만~9,000만개에 달한다. 이 상태가 지속되는 한 중소 마스크업체들이 휴업이나 폐업이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대구경북에서는 아직까지 공급과잉이나, 휴 폐업 문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아직은 수급과 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대구의 한 마스크 업체 관계자는 “대구경북도 조만간 과잉 생산에 따른 후유증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며 "공급이 수요를 역전하는 시점이 오기 전에 설비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관심”이라고 말했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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