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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목, 이 점포] 죽전동 명품의류 수선점 ‘이태리패션’20년간 해외 20개국서 패션 디자인, 이젠 명품 수선 전문가로
대구 죽전동에서 명품의류 수선 전문점 ‘이태리패션’을 운영하고 있는 신광식 대표. 51년 동안 세계 20여국을 돌며 패션, 재단 일을 해왔기 때문에 웬만한 명품의류는 손끝만 스쳐도 메이커를 알 수 있다. 한상갑 기자

“51년 동안 세계 20여국을 돌며 재단 일을 했습니다. 웬만한 명품의류는 손끝만 스쳐도 메이커를 알 수 있죠. 이 경험을 살려 명품의류 수선점을 시작했는데 옷을 맡긴 고객들이 먼저 ‘명품 기술’을 알아보네요.”
죽전역과 용산역 중간 농협골목으로 들어오면 영어 간판 하나가 눈에 띈다. 이곳이 오늘 소개할 수선 전문점 ‘이태리패션’(대표 신광식)이다.

◆51년차 현역 재단사=신광식 대표는 올해로 51년 차를 맞는 현역 재단사. 51년 경력 자체도 경이롭지만 그 이력을 천천히 들여다보면 더 놀라게 된다.
신 대표는 기능올림픽 대표 출신이다. 1970년대 당시 명동, 충무로에 500여개의 양복점에서 기라성 같은 후보 선수들이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 경합 했다. 신 대표는 100대 1 경쟁을 뚫고 최종 5명에 선발돼 기능올림픽에 출전했다. 입상은 아쉽게 놓쳤지만 당시엔 참가 자체만으로 기술과 실력을 인정받는 일이었다.
이후 충무로에서 줄곧 재단 일을 했다. 거기서 사부로 섬기는 윤인중 씨를 만나 재단기술을 전수받고 명동에 ‘스타 테일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세기의 테일러'라고 불리던 윤씨와 인연으로 신 대표는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 양복 제작에도 참여했다.
잘 나가던 신 대표는 1983년 미국회사 바하마크루즈, 팬암항공에 스카우트되어 도미(渡美) 하게 된다. 그 후 10년 동안 두 여행사, 항공사 직원들의 유니폼을 제작했다. 기업 에이전시가 전 세계에 걸쳐 있기 때문에 신 대표는 10년 동안 20개국을 다니며 직원들 유니폼을 디자인했다.
1993년 귀국한 신 대표는 잠시 재단 일을 하다가 제일모직에 입사하게 된다. 미, 유럽에서 일한 경력과 원단에 정통한 그의 경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 후 신 대표는 17년 동안 전국 제일모직 400여개 매장 관리를 맡았다. 백화점이나 아울렛에서 원단에 대한 클레임이 들어오면 현장으로 달려가 해결하는 것이 그의 주 업무였다.

◆죽전동에 명품수선점 오픈=작년에 신 대표는 제일모직에서 나와 이곳 죽전동에 명품 수선점을 오픈했다. 문을 연지 2년째를 맞았지만 입소문이나 몇 단골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국내의류부터 수입 명품의류까지 모두 취급하지만 신 대표가 가장 자신 있는 분야는 명품 의류다. 20개국 100여개 도시에서 해외 브랜드를 취급했기 때문에 제품별 디자인 특징을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있다. 특히 유럽의 원단 생산, 디자인 과정은 한국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이 분야에 이해가 없으면 자칫 옷을 망칠 수도 있다.
“명품 의류 수선은 동네 수선과는 달라야합니다. 외국에선 염색법이나 특수가공 소재에 대한 연구가 우리보다 훨씬 뛰어난 편이죠. 해외 브랜드에 대한 이해나 기술이 없으면 이 분야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없습니다.
신대표가 자신 있게 내세우는 것은 저렴한 수선비용이다. 막스마라 코트 더블 버튼을 원버튼으로 고치는 작업은 백화점 수선점에서는 30만원쯤 하지만 여기서는 10만원이면 된다. 엠포리오 아르마니 바지 밑단 줄이기는 6천원, 버버리 코트 소매 줄이기도 2만 원이면 충분하다.
최근 명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수입 의류도 다양해졌다. 수선점에 주로 들어오는 제품들은 버버리, 제냐, 빈폴, 크리스찬 디올, 프린세스, 탐탐 등이고, 대구에 스톤아일랜드 매장이 들어서면서 요즘엔 이 제품 수선이 많이 들어온다.
신 대표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때는 다른 곳에서 ‘수선 불가’된 옷이나 잘못 건드려 망가진 옷들을 깔끔하게 해결했을 때이다.
“한 번은 손님이 바지를 가져왔는데 척 보기에도 100만원이 넘는 명품 이었어요. 이 옷을 세탁소에 맡겼는데 옷이 엉망이 된 겁니다. 그 브랜드는 염색법이 우리와 달라 재봉선을 건들면 옷 색깔이 엉망이 돼버려요. 이 점을 설명한 후 거의 리폼급으로 수선에 들어갔죠. 나중에 옷을 입어 본 손님은 만족하며 두둑한 팁까지 두고 갔습니다.”
최근 신 대표는 포털에도 업체 소개 글을 올렸다. 업데이트 기간이 짧지만 소문을 듣고 벌써부터 수도권에서도 택배로 옷을 보내온다.
“명품 수선집은 첫 고객이 보통 고정 단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번 옷을 맡겨보면 수선 실력, 패션 감각, 손님과의 교감능력을 한 번에 알 수 있기 때문이죠.”
신 대표는 51년을 한결 같이 정장을 입고 출근을 한다. 70이 넘은 나이지만 재단 자를 놀리는 그의 손은 한 치도 흔들림이 없다.
다행히 지금 옷을 맡기는 분들이 부쩍 늘고 있다. 곧 골목에 수선 손님과 전국 택배 차들이 바삐 오가기를 기대한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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