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사업을 통해 이웃에 봉사를 실천하고 있는 비산동 ‘한울안경점’의 정손진 대표.

음반 취입 가수, 새마을지도자협회 총무, 안경점 대표, 까치봉사단 간부, 문화단체 홍보대사...
한울안경점 정손진 대표의 명함에 등장하는 경력 사항이다. 

정체성이 애매(?)해 보이는 63년 삶, 그의 이력을 관통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봉사’다. 그가 있는 자리에는 언제나 홀몸노인이 있었고, 결식아동이 있었으며, 복지시설 어르신들이 있었다.
전 재산과 거액의 부동산을 쾌척한 것도 아니고, 전업 봉사자로 현장을 뛰는 것도 아니지만, 생활 속에서 봉사를 실천하고 있는 정 대표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 보았다.

◆안경점 사업 안정되자 봉사활동 뛰어들어=정 대표의 안경과의 인연은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 대표는 서구청 앞에서 ‘정화당’이라는 안경점을 운영했다. 안경 외에 금은보석, 시계를 함께 취급한 일종의 복합 매장이었다. 정 대표의 안경 기술력과 친절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3~4년 만에 골목상권의 맨 위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가게가 안정이 되고 사업이 궤도에 오르자 숨어 있던 그의 봉사 DNA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마침 지인의 소개로 1987년 서구 새마을지도자협의회에 가입한 후 본격적으로 지역 봉사활동에 뛰어들었다. 자율방범대, 거리질서 운동, 하천정화활동이 주 활동이었다. 한 때 장사가 잘될 때는 사비 5백만원을 들여 쌀 한 트럭을 구입한 후 지역 불우이웃에 나눠주기도 했다.
봉사활동 중에 시력이 불편한 어르신이나, 불우 학생들을 만나면 가게로 데려와 시력을 교정해주고 돋보기를 선물했다. 

세상의 낮은 곳으로 향하던 그의 발길은 2003년 이후 잠시 멈춘다. 그의 봉사 열정이 식어서가 아니고, 잠시 손댔던 운전학원 사업이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정 대표가 사업부도 후유증을 정리하고 세상 속으로 다시 들어온 건 2010년 11월. 현재의 비산동에 한울안경점을 오픈하면서 부터다. 마침 안경광학과를 졸업한 아들이 사업에 합류하면서 큰 힘이 되었다. 아들 정현수 씨는 “안경은 세세하게 손이 많이 가고 전문 기술이 필요한 분야”라며 “고객의 얼굴 형태, 눈의 크기, 교정 도수, 각막의 두께를 측정해 최적의 안경테를 추천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안경 사업이 안정되자 정 대표는 잠시 접어두었던 봉사활동에 다시 나섰다. 제일 먼저 비산네거리 ‘천사의 집 무료급식소’와 마을 노인회에 정기후원을 시작했다.
마침 서구지역 봉사단체인 ‘까치봉사단’과 연결이 되어 8년째 활동을 하고 지금은 홍보대사까지 맡고 있다. 까치봉사단에서는 매주 화요일 서구 지역 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해주고, 월 1회 지역 경로당과 장애인 단체를 찾아 식사를 제공한다.
매번 행사 때마다 적지 않은 경비가 들어가지만 예산은 100여명 회원이 내는 회비와 일부 회원들의 특별회비로 충당한다. 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정 대표는 봉사부문 대구시장상을 2회나 수상했다.

정손진 대표가 향토사랑음악인협회 회원들과 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 향토사랑음악인협회 제공.

◆가수로 데뷔한 후 복지시설 돌며 자선공연=재정 후원과 몸으로 때우는(?) 정 대표 봉사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들어 선 것은 향토음악인협회 박금지 회장을 만나면서부터.
박 회장의 권유로 안경점 홍보 노래를 처음 시작한 정 대표는 본격적으로 음반을 내고 가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모두 세곡의 노래를 발표했다. 대표곡 ‘한울안경 대구 사나이’ ‘내 사랑 대구 여행’ ‘내 인생 지금부터’는 정식 CD로 취입한 곡들이다. 이 노래들은 금영반주기에도 수록 되었고, 지역 라디오방송에도 가끔씩 전파를 타고 있다. 대구 관광명소를 가사로 소개하는 ‘내 사랑 대구 여행’은 경쾌한 멜로디로 인기를 끌면서 사문진나루터 유람선 타이틀송이 되기도 했다.
직업가수가 되면서 봉사 영역도 훨씬 넓어졌다. 정 대표는 향토음악인협회 대구지회의 자선공연에 합류하면서 지역에서 매달 공연을 펼쳐왔다. 또 2016년부터 대구 노래를 홍보하기 위해 두류공원 코오롱야외음악당에서 ‘향토노래와 함께하는 한울안경 페스티벌’ 행사를 사비로 진행하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로 올스톱 되었지만 황토음악인협회는 한 때 자선공연만 매달 3~5회를 다녔다. 지역 축제나 문화 행사에는 기꺼이 밴드들과 공연을 하고 무료 버스킹을 벌였다.
현재 정 대표는 코로나 정국을 맞아 장구, 북, 오르간 레슨을 받고 있다. 가수 활동 중 음악적으로 부족했던 점을 느끼고 음악 소양을 업그레이드 하고 있는 중이다.
정 대표는 “처음 출발은 안경점이었는데 사회 그늘진 곳을 챙기다 보니 직함이 5~6개가 되었다”며 “안경이 세상을 밝게 비추듯 나의 봉사도 투명한 세상을 여는데 기여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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