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에 건설된 월배차량기지는 시설이 노후화돼 대구시는 이전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대구도시철도공사 제공

최근 대구대학교가 대구시에 월배차량기지 이전 부지를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내놔 지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우선 월배차량기지는 1997년 건설 후 20년이 경과돼 노화에 따른 감가상각, 수선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점에서 현안과 관련해 대구시의 큰 관심을 끌었다.
사상 최저 입시경쟁률과 맞닥뜨린 대구대도 앞으로 ‘정원 채우기’를 넘어 대학의 존립과 연결해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경북도도 올 6월 국토부의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통과가 전제되어야 하지만 도시철도 1호선이 하양, 진량까지 연결되는 그림에 마다할 이유가 없어 큰 관심을 가지고 이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대학과 두 자치단체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월배차량기지 대구대 이전 문제를 짚어보았다.

◆1호선 유치 놓고 대구대본부-영광학원 갈등=대구대는 지난해 11월 대구대 내에 월배차량기지 이전 부지와 연구단지 부지까지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대구시에 내놓았다.

이 사업을 위해 영광학원은 1호선 유치를 위한 법인까지 만들어 이근용 대구사이버대 총장을 법인 대표로 임명했다. 이근용 대표는 “대구대에 차량기지를 건설 할 경우 부지매입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어 1호선 연장에 대한 예산 절감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며 “1호선 연장이 좌절될 경우 차선책으로 예산 부담이 적은 트램노선까지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구대의 또 다른 구성원인 대학본부 측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상호 대구대 총장은 “지난 2019년 9월 대구시장에게 대학에서 먼저 제안을 했었지만 대구시가 안심으로 통합 이전하는 계획을 갖고 있어 이미 접었던 사항”이라며 “오는 6월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이 사업이 반영되는지 지켜본 후 추후 논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대학측과 법인이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대구대의 1호선 역사 유치도 파열음을 내고 있다.

법인과 대학본부와 갈등은 사실상 예견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대구대의 한 교수는 “오랜 학내 갈등을 겪어온 두 단체가 대학부지 증여라는 큰 이슈에 한목소리를 내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시철도 1호선 안심차량기지. 대구도시철도공사 제공

◆대구시 “대구대 측 공식적 제안 해온 적 없다”=일단 대구시는 안심이든 대구대든 월배차량기지 이전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997년 월배차량기지 건설 당시엔 외곽지에 위치해 있었으나 설화명곡까지 노선이 연장되면서 기지 주변이 주거지역으로 밀집화·도시화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2000년대 들어와 기지 주변에 아이파크아파트 등 13개 단지 1만 세대가 입주해 도시화가 진행되었다”고 말했다.

차량 대수선 시기인 20년이 넘어서 도시철도 안전운전을 위해 노후 차량기지 정비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걸려있다.

차량기지를 대구대로 이전한다는 논의가 확산되면서 대구시도 사업 타당성 여부를 검토 하고 있지만 시는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제까지 대구대로부터 직접적인 제안이 들어온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부지 면적이나 제공 방식에 대해 구체적인 자료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1호선 연장 여부를 검토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구시는 대구대 제안과는 별개로 월배차량기지 이전후보지를 물색 한다는 계획이다.

9천억원에 이르는 사업비, 경제성과 예산확보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첩첩산중이지만 우선은 대구대와 영광학원이 접점을 찾는 것이 가장 급선무인 것 같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대와 영광학원이 차량기지 부지제공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다면 차량기지 대구대 이전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상북도도 작년 10월 도시철도 1호선 하양~진량 연장구간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해 놓은 상태로 현재 6월 고시 예정인 확정고시안을 기다리고 있다.

도시철도 1호선 유치를 놓고 대구대는 학교와 재단측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대구대 캠퍼스 모습. 대구대 제공

◆대구대 내분으로 지역 현안도 불똥=학내 분규로 오랜 기간 갈등을 겪어온 영광학원은 2019년 4월 정이사 체제로 전환하며 재단 정상화에 대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대학본부와 법인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학내 구성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도 이런 갈등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문제는 양측의 갈등과 대립이 학내 문제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의 현안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도시철도 1호선의 연장은 학교 존립과 연결된 중요한 사안이다. 그런데 모처럼 다가온 기회를 학내 갈등 때문에 걷어 차버린다는 것은 학교 측은 물론 지역사회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이를 지켜보는 교수와 교직원, 학생 등 학내 구성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대구대는 오래 사상 최저 입시경쟁률을 기록하며 정원 채우기도 힘든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한 교수는 “우리 대학도 응시자가 대폭 줄어 정원을 채우기도 힘든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며 “이런 상황에 대학본부와 법인이 감정싸움에 휘말리면 대학 존립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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