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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 설 차례상 간소화, 안동 종가들이 먼저 나섰다

1. 최근 언론에서 안동 종가의 설 제사에 대한 뉴스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퇴계 종손인 온계(溫溪)종택의 이목 씨는 올 설 차례를 종손부부만 지내겠다고 말했습니다. 온계종택은 이미 2012년부터 4대 봉사를 폐지하고, 매년 5월 셋째 주에 합동으로 제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사진은 진성 이씨 온계종가 모습)

2. 안동의 대표 종택인 학봉(鶴峰) 김성일 종가도 올 설 차례에 자녀, 가족, 친척들을 모두 배제하고 정부시책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다만 사당은 개방해서 후손들은 누구라도 와서 개인적으로 참배를 드리도록 했습니다.(안동의 학봉 고택 모습)

3. 고성 이씨 임청각파도 부, 조부, 증조부, 고조부 등 4대 조상의 기일, 제사를 8월 15일에 한 번에 지내고 있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합동 제사상마저 너무 간소해 ‘저게 500년 전통 종가집 제사상이 맞아’ 할 정도입니다. 과일, 포, 떡, 과자를 합쳐도 신문지 한 장에 모두 들어갈 정도입니다.(안동 임청각 모습)

4. 말이 나온 김에 설 차례상 얘기도 해 볼까요. 혹시 일반 가정의 차례음식 규모가 종가집 보다 5~6배 많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국학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종가들 차례상이 술, 떡국, 전, 과일 한 쟁반으로 간소한 반면, 일반 가정은 평균 25~30가지 음식이 올라간다’고 밝혔습니다.(일반 가정의 설 차례상. 국학진흥원 제공)

5. 이런 허례나 허식은 음식물의 낭비뿐 아니라 고부갈등, 동서불화 등 ‘명절 후유증’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가족 간의 갈등, 반목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음식을 과감히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높습니다.(사진 출처: 대구 최지연 변호사)

 

6. 그럼 제례 문화의 규범인 ‘주자가례’(朱子家禮) 엔 어떻게 제사 음식에 대해 써 놓았는지 알아볼까요. 가례의 설차례상엔 ‘과일 한 쟁반과 술, 차를 진설한다’고만 되어 있습니다. 지방(紙榜)도 쓰지 않고 축문도 잃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차례’(茶禮)란 뜻도 ‘차 한잔과 과일, 과자 몇 조각을 나눈다’는 뜻입니다.

7. 퇴계 이황 종가의 설 차례상도 술, 떡국, 전 한접시, 과일 한 쟁반이 다입니다. 과일도 수북이 쌓지 않고 대추 세 개, 밤 다섯 개, 배 한 개, 감 한 개, 사과 한 개, 귤 한 개를 쟁반에 담아냅니다.(퇴계 종가 설차례상. 국학진흥원 제공)

 

8. 홍동백서(紅東白西) 조율이시(棗栗梨柿) 동두서미(東頭西尾) 어동육서(漁東肉西) 좌포우해(左脯右醢) 동갱서반(羹東西飯) 생동숙서(生東熟西) 소목지서(昭穆之序) 남동여서(男東女西) 라는 말은 주자가례에 눈을 씻고 봐도 없습니다. 생선은 조기도 상어도 방어도 문어도 그냥 어(魚), 과일도 사과든, 배든, 곶감 등 모두 그냥 과(果) 일뿐입니다.

9. 전문가들은 원래 간소하게 장만했던 제사 음식이 1960~80년대 대가족 시대를 거치며 그에 맞는 넉넉한 양이 필요했고, 또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조금씩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한국 특유의 문중 과시(誇示)나 집안 우월의식도 한 몫 했을 것입니다.

10. 코로나가 모든 것을 바꿔버린 요즘 세태, 설 문화나 제수 음식에도 큰 변화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모이지 못하니 당연히 차례 음식도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음식이 줄었다고 정성이나 조상에 대한 존경이 주는 건 아닐 것입니다. 안동 종가들의 차례상 간소화 움직임은 허례허식 타파 같은 캠페인이나 사회 운동이 아닙니다. 원래 우리 조상들이 해왔던 방식으로 돌아가는 ‘제자리 찾기’ 운동인 것입니다.(주자가례 설차례상)

박소민 기자  deconomi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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