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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듬뿍·추억 가득! 대구 전통시장] (19)대구 월배시장대형마트 입점 후 상권 몰락, 이마트와 상생 프로젝트 가동 후 다시 활기
월배시장은 대형마트 입점 후 상권이 쇠퇴하자 그 업체와 상생 제휴를 맺어 시장을 다시 살린 일화로 유명하다. 한상갑 기자

한국 유통시장에서 대형할인점과 전통시장은 공존의 가능성 여부를 넘어 어느덧 적대관계로 들어선 느낌이다.

1996년 유통시장 개방 이후 대형할인점 매출은 2005년 23조 7천억에서 2011년 36조 8천억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전통시장 매출은 32조 7천억에서 20조로 감소했다.

인구감소, 온라인 쇼핑몰과 함께 전통시장 붕괴의 3대 주범으로 불리는 대형할인점은 시장 상인들에게 원성의 대상이다.

2001년 이마트 월배점이 문을 열었다. 이 여파는 당시 1km 거리에 있던 월배시장에 직격탄으로 날아들었다. 당시 개장 18년 차를 맞았던 월배시장은 유동인구가 반으로 줄어들면서 존폐위기를 맞았다. 상인들은 “서울 자본이 내려와 손님을 뺏어가고 상권을 몰락시킨다”고 연일 시위를 벌였다.

그때 상인회는 시장 활성화를 위한 협상에 나섰는데 그 대상은 바로 상인들이 ‘원수’로 여기던 이마트였다. 이마트는 월배시장에 ‘노브랜드’를 입점시키고 상생스토어를 가동했다. 상생스토어는 이마트가 전통시장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시작한 상생 프로젝트다.

노브랜드가 들어오면서 시장에 큰 변화가 생겼다. 입점 후 젊은층 유입이 눈에 띄게 늘었고 상가 매출도 30% 이상 늘었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아름다운 동거를 이끌어낸 월배시장으로 떠나 보자.

노브랜드 상가 모습.

◆1980년대 초 월배시장은 시골 오일장 풍경=1970년대 대구 항공사진을 보면 7호광장 일대엔 전부가 논밭이었다. 지금은 매립된 감삼못도 보이고 2차선 비포장 도로엔 시외버스들이 한가로이 왕래하는 풍경이 보인다.

1980년대 월배지역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달성군에 소속되었던 월배가 대구시 남구에 편입된 건 1981년.

손병식 상인회장은 “1990년대 초 점포를 열었을 때 주변은 논밭이었고 2차선 흙길을 따라 시외버스들이 먼지를 날리며 다녔다”고 말한다. 월배시장의 옛날 사진을 보면 초가지붕을 비껴선 넓은 공터에 항아리들이 산처럼 쌓여 있고 그 앞 우시장에선 소를 흥정하는 모습이 보인다.

시장을 연 1980년대 초 만해도 장옥(場屋) 같은 시장시설이 없었고 5일장 난전만 겨우 섰던 한가로운 시골 장터였다.

택시 기사들이 할증요금을 요구하던 농촌마을이 대구 부도심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들어서다. 당시 대구에 택지지구 바람이 불면서 월성지구, 상인지구, 대곡지구 등이 개발되며 월배지역은 대구 남서부의 주거지로 급부상했다. 거기에 도시철도 1호선이 들어서며 월배지역은 지산범물, 안심지구, 칠곡지구 등과 함께 대구시 6대 주거지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커뮤니티센터 내부 모습.

◆노브랜드 입점후 유동인구 늘며 시장 활기=흔히 대형소매점은 지역상권의 저승사자로 부른다. 원스톱 쇼핑을 앞세운 편의성, 쾌적한 쇼핑환경, 다양한 이벤트로 단숨에 동네 상권을 잠식해 버리기 때문이다.

1988년 이마트월배점이 입점하면서 월배시장은 즉시 존폐위기에 몰렸다. 이미 시설 노후화, 경기침체로 유동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든 상태에서 대형소매점이 들어오면서 월배시장은 130여 곳 중 절반 정도만 문을 열 정도로 급속히 쇠락해 갔다. 마트 앞에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을 보고 상인들은 좌절했다. 그 절망의 순간에 먼저 대기업에 손을 내민 건 상인들이었다.

당시 손병식 상인회장은 화가 난 상인들을 향해 이마트의 상생스토어를 유치하자고 설득에 나섰다. 전통시장과 공존을 목적으로 시작한 상생스토어는 전국에 6곳이 들어서 있었다.

이 제휴를 위해 손 회장은 전국의 상생스토어를 방문했고, 달서구청과 함께 행정, 법적 검토에 들어갔다. 전국 각지의 시장 건물주 41명 모두에게 일일이 취지를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이마트가 중소기업 상품을 싼값에 판매하는 노브랜드가 입점하자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노브랜드 방문객들이 바로 전통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유동인구가 급증한 것이다.

특히 노브랜드 외 상가 유휴공간에 어린이놀이터, 쉼터, 사회적기업, 커뮤니티센터들이 같이 들어서며 월배시장은 쇼핑과 여가와 문화공간이 접목된 복합쇼핑 공간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노브랜드 입점 전 50여개 불과하던 점포는 3년이 지난 후 73개 매장과 29개 노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시장 내부 모습.

◆대기업과 전통시장의 ‘아름다운 동거’ 모델=월배시장과 이마트의 상생 스토어는 대기업과 전통시장이 어떻게 공생할 수 있는지 좋은 사례를 남겼다. 더구나 사회 공익이 주 목적이긴 하지만 노브랜드의 매출도 매년 증가세를 기록하며 경영 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월배시장의 상생스토어는 전국 6곳 중 가장 뛰어난 실적을 보이며 기업과 시장이 모두 만족하는 모범사례를 보이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그동안 ‘전통시장 파괴자’라는 나쁜 이미지를 상당 부분 희석시키는 효과를 거두었고, 시장 입장에서는 젊은층의 시장 유입 증가로 상권이 활성화하는 결과를 얻었다.

월배시장 상생프로젝트 가동 3년, 상인들은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시장 전체 분위기가 밝아진데다 특히 주말에는 푸드코트, 분식집, 식당가에 손님들이 급증해 상권이 살아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런 ‘결실’이 일부 상가나 특정 업종에 그치지 않고 상인들 모두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더욱 긍정적인 일로 평가되고 있다.

손 회장은 “월배시장 상인회가 단결해 초기의 좌절을 딛고 기업과 시장이 상생할 수 있다는 결실을 얻어 냈다”며 “이는 한국의 전통시장 존립이나 유통 역사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라고 설명했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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