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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듬뿍·추억 가득! 대구 전통시장] (20) 대구 수성시장1980년대 수성구 핵심 상권...지금은 부동산 개발 붐에 존폐 위기
1970~80년대 수성구의 핵심 상권 중 하나였던 수성시장은 비대면 마케팅의 증가, 대형 유통점의 등장, 부동산 개발 붐으로 점차 설자리를 잃고 있다. 한상갑 기자

대구의 한 공간에 4개의 이름을 가진 전통시장이 있다. 도시철도 3호선 역이름이기도 한 수성시장은 본 이름 외 동성시장, 태백시장, 신수성시장이란 이름으로도 불린다.

굳이 분류를 하자면 맨 북쪽부터 동성시장, 수성시장, 태백시장 순으로 배열된다. 신수성시장은 아마 이 세 명칭을 통합해서 부르기 위해 근래 생긴 이름이 아닌가한다.

1971년도에 시장이 섰으니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셈인데 개장 무렵에 골목골목에 시장이 형성되었고, 구역을 단위로 각자의 명칭이 따라붙은 듯하다.

단일 상권이면서도 50년 동안 통합상인회가 구성되지 못한 이유는 아마 상인들이 그럴 필요성을 못 느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수성구 도심상권을 배경으로 그날그날을 만족하며 살다 보니 이런(시장 이름 네개 에피소드)가 생겼을 것이다.

최근 수성시장에 많은 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 2018년에 ‘동성시장 예술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동성시장 자리가 문화예술공간으로 거듭났다. ‘문화로 소통하는 예술시장’을 슬로건으로 26개의 점포를 리모델링해 예술인들의 문화거리로 조성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시장일대엔 대규모 재개발사업도 진행 중이다. 시장 한쪽엔 재건축조합 사무실이 들어서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주상복합건물 재건축을 위한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많은’ 이름만큼이나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수성시장으로 떠나 보자.

◆1971년 개장, 1980년대엔 도심 상권 주축=1971년 개장한 수성시장은 화성파크드림, 수성코오롱하늘채, 롯데캐슬, 쌍용예가 등 아파트 단지를 낀 도심 전통시장이다. 시장 주변에 주택단지들이 밀접해 있어 수성구 서편에서 제법 큰 상권을 형성하고 있었다.

여기에 동일초교, 동중, 대구시교육청 등 교육기관과 대구은행 본점, 교보생명 등 대형건물이 밀접해 있어 시민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주변에 대백프라자, 롯데슈퍼 같은 대형 유통점들이 들어와 상권을 위협하고 있지만 1980년대만 해도 수성시장은 이 일대에서 중급 규모를 형성하며 상권의 주축을 이루었다.

수성시장은 100여곳 점포와 20여개의 노점으로 구성된 상가시장으로 상인들은 대부분 20~40년씩 장사를 하고 있다. 이런 연륜 덕에 점포들은 대부분 두터운 단골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점들은 한편으로 시장에 취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시장의 노후화와 함께 젊은층들을 기호와 신세대 ‘입맛’에 맞추지 못 한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수성시장은 돼지고기 수육, 떡, 국밥 등이 유명하다. 이외에 추어탕, 족발, 닭강정 등도 나름 자리를 잡고 있는데 이 역시 시장의 주고객층이 주부, 주택가 노인층들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비대면 마케팅의 증가, 대형유통점의 등장 등 유통환경의 급변으로 대부분이 도심 시장은 쇠퇴 일로를 걷고 있다. 수성시장도 이런 추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취재를 위해 시장 곳곳을 둘러보니 대로변이나 시장 주요 가판외에 는 빈 점포가 널려있고 일부 구역에서는 슬럼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수성시장 안에 설치된 ‘동성시장 프로젝트’ 조형물. 대구시, 수성구,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이 주도한 ‘동성시장 프로젝트’는 기반시설 부족과 홍보부족으로 유명무실화 되고 말았다. 한상갑 기자

◆2018년 ‘동성시장 프로젝트’로 시장 재개발=상권으로서 수성시장 입지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주변 1km내에 15곳 이상의 아파트 단지를 끼고 있고, 여기에 시장에 서남쪽으로 두텁게 형성된 주택가는 든든한 상권의 배후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의 슬럼화,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도심시장으로서 태생적 한계로 느껴지기도 한다.

노쇠 해가는 수상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구시와 수성구청이 팔을 걷어붙였다. 2018년 12월에 진행된 ‘동성시장 예술프로젝트’다. 세 곳 중 가장 슬럼화가 심했던 동성시장을 새로운 문화예술공간으로 꾸민 것이다. 당시 동성시장은 공실률이 70~80% 진행돼 시장으로서 기능을 상실했고, 옥상·도로에는 폐기물들이 쌓여 흉물로 전락하고 있었다.

대구시, 수성구,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이 주도한 이 프로젝트로 동성시장엔 26개의 예술공간이 들어서며 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당시 프로젝트를 주도한 정세용 감독은 “대구예술발전소, 수창맨숀에서 시작한 도심 리모델링 사업이 대봉동 방천시장에서 꽃을 피우고 이제 수성구로 진입했다”며 “이를 통해 현대와 전통 도심과 자연을 묶어주는 대구도심 문화관광벨트로 거듭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감독의 화려한 수사(修辭)와 함께 시작한 프로젝트는 결론부터 말하면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17일 취재를 위해 시장을 돌아보니 24곳 중 문을 연 곳은 5~6곳에 불과했다. ‘임대·매매 문의’ 안내문이 붙은 점포도 여러 곳에서 눈에 띄었다.

취재 중 만난 한 공예가는 “프로젝트는 전통시장 발전, 지역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 활용에도 목적이 있지만 무엇보다 시민들의 문화예술체험에 큰 비중을 두고 기획 되었는데, 현재 이 기능이 전혀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천시장에서의 성공사례와 달리 이곳엔 주말에도 시민들 방문이 거의 없어 체험학습을 거의 진행하지 못 한다는 것. 그러다 보니 각 문화공간은 공방이나 화실, 공작소 같은 개인 공간으로 변해 버렸다는 것이다. 

이미 슬럼화가 진행되고 있는 시장 일부 구역.

◆부동산 바람타고 수성시장 미래도 어수선=조성만 해놓고 관리는 ‘나 몰라라’ 하는 자치단체와 턱없이 부족한 주차시설도 프로젝트의 실패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입주자는 “현재 대구시민 대부분이 수성시장에 이런 문화공간이 들어섰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며 “방천시장 땐 수많은 콘서트, 기획전, 문화 이벤트를 열어 초기 분위기를 띄워준 것과 대조를 이룬다”고 말했다.

또 체험을 위해서는 2~3시간이 걸리고 프로그램 참가자들을 위한 주차시설이 있어야하는데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여러 사업이 진행 중이라서 판단하기엔 이르지만 수성시장의 실패와 부진에 아쉬운 점이 많다. 신매시장이나 신용산시장의 사례에서 보듯 대단위 아파트 주민 라이프 스타일, 주부들의 수요에 맞춰 시장 전략을 세우면 도심시장도 얼마든지 상생,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구호만 앞세워 프로젝트만 진행한 후 사후관리나 후속 점검을 게을리 한 자치단체의 책임도 피할 수 없다. 지자체의 뒷짐 행정이 현재 동성시장의 실패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여기에 시장 재개발을 앞두고 재건축사무실이 들어선 것도 시장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주변에 재건축,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어느새 점포는 투기 대상이 되어버렸다. 상인들은 본업보다 앞으로 개발에 따른 부동산 가치에 더 집중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런 혼란 속에서 수성시장이 개발에 밀려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 도심 전통시장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그 카운트다운은 이미 시작된 듯하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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