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 전재경 전무이사가 성서산단의 경제 현안과 앞으로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상갑 기자

반짝 약진인가, 본격 대구 경제 활황의 신호탄인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대구성서산업단지(이하 성서산단)가 침체를 딛고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있다. 성서산단은 올 1분기 가동률 67.40%를 보이며 전분기대비 1.5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밌는 것은 1분기 가동률 67.40%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4분기 67.84%와 불과 0.44% 차로, 적어도 수치상으로는 코로나-19 이전 상태로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 심리지수’도 5월 105.2를 기록하며 2018년 6월 106.3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대구 경제에 훈풍이 불기 시작한 걸까, 아니면 일시적 호황을 맞은 걸까. 이를 보는 경제계의 시선도 조심스럽다. 

대구지역 최대 산업단지인 성서산단을 책임지고 있는 전재경 전무이사를 만나 산단의 현안과 앞으로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성서산단 1분기 평균 가동률의 눈부신 약진 이유는?

▶봄, 여름철을 맞아 섬유, 패션경기가 상승, 약진세를 보이고 있다. 계절적인 성수기인 덕도 있지만 산업 전반에 걸쳐 소비심리도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접종률도 상승하면서 내수 경기도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경제 지수, 경제 흐름 외 다른 이유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을까?

▶작년 1분기 가동률은 66%로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이었다. 8분기 연속 하락하며 성서산단의 흑역사를 기록하기도했다. 그럼에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성서산단에 정부와 경제단체의 직접적인 지원이나 정책 배려는 거의 없었다. 그렇다면 이번 1분기 성과는 성서산단 입주업체들이 내적(內的) 역량이 발휘된 덕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업체들은 매 순간 생존을 위한 치열한 고민을 해 왔다. 산업 동향에 따라 수출과 내수 비중을 재빠르게 조정하며 자구책에 나섰다. 품목 다변화, 경영 다각화를 통해 매순간 위기에 대응했다. 1분기 성과 9할의 공로는 입주업체 대표들의 각고의 노력 덕이다. 

대구지역 최대 산업단지인 성서산단. 성서산단 제공

-워낙 위기 상황이다 보니 노사분규도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전국적으로 노사분규는 더 늘었다고 하는데 성서산단에서는 코로나 사태 이후 노사분규가 거의 없다. 현재 52시간 근무의 7월 1일 시행을 앞두고 파생되는 여러 문제 해결을 위해 노사가 협의 중이다. 2019년도엔 몇몇 사업장에서 노사분규가 진행되기도 했으나 코로나-19 이후엔 위기 상황을 맞아 서로 협력하고 이해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정책적 차원에서 성서공단이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작년에 ‘산단대개조 프로젝트’가 발표되면서 대구 경제 도약에 대한 기대를 밝게 해주었다. 사업이 본격화되면 2024년도까지 총 44개 사업에 8,800억 원이 투입되게 된다. 올해도 세부사업인 스마트그린산단 사업에 60억을 확보했고, 내년엔 796억원이 집행될 예정이다. 혹시 현 정권 집권 후반기를 맞아 이런 공약, 정책들이 흐지부지 되지 않도록 늘 경계하고 감시를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27일엔 더불어민주당 달서갑지구당에도 스마트그린산단 예산지원과 성서공단·호림역 정상 추진 등을 건의했다.

-입주 업체들의 인력수급을 위한 대책은?

▶올 1분기 근로자 수는 4만8,464명으로 전분기 대비 174명이 줄었다. 주 52시간근무제로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보인다. 반면에 우리산단에 구인(求人)을 의뢰하는 기업은 늘고 있다. 성서산단은 입주기업 인력 수요에 따라 월 1회 가량 채용박람회를 열고 있다. 작년은 8회, 올해는 5월까지 10회 박람회를 열었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구인 신청 업체들이 늘고 있다. 하반기에도 월 2회 이상 박람회를 열어 일자리 매칭을 강화할 계획이다.

성서산단 경제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

▶현재 철강, 비철금속 등 원자재 가격이 너무 올랐다. 철근 원재료인 고철값이 톤당 91만5,000원까지 올랐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가 오른 셈이다. 이런 원자재값 상승은 그대로 입주 업체들에게 부담으로 돌아와 가격경쟁력과 직결된다. 최근 해운업계 도산으로 수출업체들이 컨테이너 수급이 안돼 애를 먹고 있다. 최근 컨테이너 물동량이 급증해 요금도 3~4배나 올랐다. 운임을 떠나 입주업체들이 당장 컨테이너를 구하지 못해 난리다. 옛날에는 중국 해운업체들이 부산을 거쳐 미국이나 유럽으로 운항을 했지만 지금은 바로 미국, 유럽으로 직항하고 있다. 컨테이너 운임 상승, 물류 적체, 선박 부족사태에 정부가 빨리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대구 달서구청과 시민·경제단체들이 대구산업선 성서공단·호림역 역사 신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달서구 제공

-주 52시간 근무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는 어떤가.

▶7월 1일부터 5~49인 업체에 주52시간 근무제가 실시된다.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 당장 야근, 잔업, 시간외 근무를 할 수 없게 돼 업체에서는 직원을 새로 채용해야 한다. 즉 야근을 허용하면 월 50만 원 정도 추가 부담으로 공장을 돌릴 수 있지만, 시간 외 근무를 막으니까 어쩔 수 없이 직원을 더 뽑아야 한다. 이 비용이 최소 최저임금을 기준해도 2,700만 원 정도 든다. 사업주들은 인력이 없어 제때 납기를 맞추지 못하고, 근로자는 시간 외 근무가 없어지다 보니 급여가 줄어들게 된다. 양쪽 모두에게 마이너스 게임이 되는 셈이다.

-앞으로 성서산단을 이끌어갈 계획은?

▶작년 3월 성서공단에 부임해 전쟁 같은 나날을 보냈다. 셧-다운 직전까지 갔던 업체들도 있었고, 거래하던 외국 상사들이 연락이 두절되거나 바이어들이 종적을 감춘 사례도 있었다. 코로나 팬더믹 상황을 겪으면서 실물경제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변화하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산업 구조개편에 집중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경제 최일선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성서산단의 입주업체들이 이 위기를 잘 넘길 수 있도록 행정, 경제적 도움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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