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의 박운석 원장이 수제맥주 제조공정에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상갑 기자

기자, 대구문화재단 창립멤버로, 다시 고깃집 사장에서 수제 맥주집 대표로,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 박운석 원장의 행마는 날렵하다.

지역 사이에서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직함이고, 벌이는 사업마다 나름 성과를 거두었지만 자리나 성공에 연연하지 않고 가고 싶은 길을 갔다.

이순(耳順)을 목전에 둔 박 원장이 이번엔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을 열었다. 보통 한국에서 발효 술하면 막걸리, 와인과 수제맥주가 주종이다. 여기에 박 원장이 꽂힌 분야는 막걸리와 수제맥주. 막걸리도 시중 막걸리가 아닌 가양주(家釀酒) 수준의 고급술이다. 

만촌동에 있는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에서 강의·실습 준비에 분주한 박 원장을 만나보았다.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의 설립 취지는?

▶지금 전국적으로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지만 대구경북엔 제대로 배울 만한 곳이 드물다. 문화센터나 취미로 배우는 프로그램에 막걸리 담그기 강의가 있지만 아주 기초적인 단계의 교육 위주이다. 지역민들이 누구나 쉽게 와서 수제맥주와 막걸리 양조법을 배울 수 있게 하자는 것이 설립 취지다. 막걸리 양조법을 배우기 위해 경기도 성남까지 몇 달씩 오르내리며 지역에 빨리 강의교실을 열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단양주, 이양주, 삼양주 란 용어가 낯설다.

막걸리 발효 횟수에 따른 분류 법이다. 한 번 빚으면 단양주(單釀酒), 두 번 빚으면 이양주(二釀酒)다. 고두밥에 물을 넣고 누룩을 섞은 다음 항아리에 담고 일주일 쯤 지나면 발효된다. 이게 단양주다. 도수도 6도쯤 나온다. 이양주는 단양주에 고두밥을 한 번 더 줘 발효시킨 것이다. 밑술(단양주)에 덧술(이양주)를 보태 미생물의 개체수를 늘리는 방식이다. 삼양주(三釀酒)는 이양주에서 한 번 더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빚는 횟수를 늘릴 때마다 알코올도수가 5~6도씩 올라가며 고급스런 향과 풍미를 낸다.

-요즘 전통주 인기가 심상치 않다고 들었다.

▶처음에 전통술을 배우기에 서울의 한 전통술연구소에 수강 등록을 했는데 다음 날 오픈과 동시에 마감이 됐다. 나의 수강 대기기간은 2년이 넘었다. 최근 자치단체들이 수강료를 지원하면서 이런 프로그램들이 더 인기를 끌고 있다. 유명 도가에서 생산된 막걸리는 나름 명품 대접을 받으며 한병에 10만 원이 넘는 것도 있다. 실록이나 사료에 보면 지역별, 가문별로 담가 먹던 가양주 이름이 나온다. 문경호산춘주, 한산소곡주, 안동소주, 과하주 같은 것들이다. 제조법을 응용하면 사료에 나오는 모든 전통주를 어느 정도 재현할 수 있다. 말로만 듣던 이화주(梨花酒)나 ‘목으로 넘기는 것이 애석하다’는 뜻의 석탄주(惜呑酒)도 재현이 가능하다.

-수제맥주 분야는 경연대회 심사위원으로 참가할 정도로 내공을 인정받았는데.

▶수제맥주전문점(파브리코)를 운영하면서 충북 제천의 뱅크크릭브루잉과 협업으로 라거, 에일, IPA 등 14종 맥주를 제조했다. 한국에 나오는 웬만한 맥주는 다 만들어보았다. 최근 코로나 정국을 맞아 시간이 많아지면서 나름 ‘무모한 도전’을 하나했다. 블로그 글쓰기 챌린지 프로그램인데 특정 주제를 정해 100일 동안 하루에 하나 이상의 포스팅을 올리는 것이었다. 주제를 맥주 시음 후기 작성으로 정하다보니 1일 4~5개 종류의 수입맥주를 마셨다. 맥주값만 500만 원이 넘게 들었지만 수제맥주 품평 수준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의에소 수강생들이 수제맥주 양조 실습을 하고 있다.

-발효술 교육 연구원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나.

▶대구테크노파크 바이오헬스융합센터에서 수제맥주 홈브루잉 교육과정을 위탁받아 운영한다. 6월 9일부터 7월 14일까지 수요일반, 주말반을 운영 중이다. 몰트 추출물을 활용한 양조기술부터 보일링, 칠링, 발효과정까지 이론· 실습 과정으로 짜여진다. 경북대학교평생교육원에서 운영하는 ‘수제맥주 양조 전문가과정’ 강의도 여기서 한다.

-요즘 직장인들 회식을 수제맥주, 전통술 배우기로 한다는데.

▶최근 들어 직장에서 수제맥주 ‘원데이 클래스’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직장인들이 술파티 대신에 여기에 와서 2시간 정도 수제맥주, 전통술 강의를 듣고 간단히 저녁을 먹고 헤어지는 식이다. 여기서 만든 전통주나 맥주는 일주일 후 찾아간다. 연인들이나 부부 계모임들이 데이트코스로 ‘1일 강의’를 신청하기도 한다. 두 커플 이상이면 1인당 4만 원 비용으로 강의를 진행한다. 2시간 정도 강의를 들으면 간단한 전통술, 수제맥주 제조법을 익힐 수 있다.

-전통주, 수제맥주와 관련해 앞으로 계획은?

▶지금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은 강의, 실습 공간 개념이다. 전문적인 도가나 브로잉을 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앞으로 여건이 되면 대구 외곽이나 경산, 청도쯤에 전통 술도가나 브로잉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누룩 발효실, 숙성창고, 양조탱크 같은 전문 시설을 완비해 교육연구와 강의, 시음과 생산, 판매가 한 공간에서 이루어지게 할 계획이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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