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떡’으로 유명한 신내당시장 입구. 시장 부근에 원화여중·고, 상서고, 감삼초교 등 학교들이 포진해 있어 떡볶이 상권을 넉넉하게 형성하고 있다. 한상갑 기자

‘물자, 사람이 모이는 곳에 시장이 들어선다’.

신내당시장의 등장은 1980년대 두류, 내당동 일대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던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1980년대 들어 대구에 건설 붐을 타고 서쪽에 아파트들이 건축된다. 1979년에 내당동에 삼익맨션, 1980년 삼익뉴타운, 1984년에 광장타운이 서구에 대단위 아파트 시대를 열었다.

대단위 아파트 벨트가 형성되자 1981년도 달성고교 건너편에 자연발생적으로 시장이 들어섰는데 이 시장이 바로 오늘 소개할 신내당시장이다. 그 흔한 비가림 시설도 없고, 점포도 70곳 미만으로 아담하지만 이 시장은 당당히 전국 명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달떡’이라는 떡볶이 요리 덕분이다. 잘 키운 메뉴 하나가 어떻게 시장을 먹여 살리는지 그 현장으로 떠나 보자. 

◆1980년대 초 내당, 두류 아파트 들어서며 시장 입지=앞서 언급한 대로 신내당시장은 내당동, 두류동 일대 아파트촌과 주택단지를 배경으로 들어선 시장이다. 시장 남쪽으로 대구시민들의 휴식지인 두류공원과 이월드, 코오롱야외음악당이 위치해 유동인구가 많다.

시장 앞쪽으로는 도시철도 2호선 두류역이 위치해 있어 탄탄한 교통기반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25일 대구시가 발표한 트램 노선이 두류역, 이월드를 지나면서 또 하나의 날개를 달게 되었다.

두류정수장 터에 들어오는 대구시청 신청사도 상인들에게 큰 호재. 두류정수장 터는 주변에 도시철도역이 3곳이나 있고 50만평이 넘는 대규모 공원을 끼고 있어 시청사 최적지로 평가되고 있다.

신내당시장의 입장에서는 대구시청사가 들어오면 야외음악당, 대구문화예술회관, 이월드, 두류공원이 한 벨트로 묶여 시장 상권이 크게 확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법 거리가 있는 두류공원 일대가 신내당시장 상권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 반문할 수 있지만 이곳 상황을 들여다보면 바로 수긍이 간다. 우선 두류공원에서 벌어지는 행사, 축제 때 상당수 시민들은 이곳 시장에 들러 간식거리를 준비해 간다. 잔디밭에서 휴식을 즐기는 시민들의 대부분 배달음식도 신내당시장에서 온다.

거리 응원으로 열광했던 2002년 월드컵 당시 신내당시장엔 식당마다 수십m씩 대기줄이 늘어서 시장이 생긴 이후 최대 호황을 누렸다.

시장 내부 모습.

◆‘달떡’으로 전국적인 유명세...시장 지명도 키워=이제 본격적으로 ‘달떡’에 대해 알아보자. 달떡의 유래는 ‘달성고교 앞에 있는 떡볶이집’에서 비롯된 듯하다. 또 부근에 원화여중·고, 상서고, 감삼초교 등 학교들이 포진해 있어 이 학생들이 떡볶이 상권을 넉넉하게 받쳐주고 있다.

오후 하교시간엔 이들 학생들이 대거 몰려들어 시장 일대는 큰 혼잡을 빚는다. 한참 먹성 좋은 학생들에게 떡볶이, 어묵, 만두, 순대 같은 음식은 최고의 간식이 아닌가 한다.

달떡이 초창기 동심을 붙들어 놓은 최대 무기는 저렴한 가격. 지금도 성인 1인분에 1천~2천원 메뉴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니 그 당시엔 동전 몇 개로도 접시를 가득 채웠을 것이다.

지난 5일 달떡 취재 중 떡볶이 한접시를 주문했는데 ‘만두+떡볶이’ 한접시가 2천원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떡볶이, 양념만두, 흰만두 소(小)자는 아직도 천원이라는 사실.

바삭한 납작만두를 달달한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는 맛은 ‘중떡’(중앙떡볶이)이나 ‘신떡’(신천할매 떡볶이)에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착한 가격과 함께 달떡을 전국 무대로 데뷔시킨 또 하나의 장점은 맛이다. 이름에서 연상되듯 달떡의 가장 큰 특징은 달달한 소스 맛. ‘신떡’ 등 서울의 상당수 떡볶이 점포들이 매운 맛으로 경쟁하며 차별화를 시도한 것과 명확히 구분된다. 아마 학생들 입맛에 맞추다 보니 이런 특성이 굳어진 듯하다.

신내당시장 '달고떡볶이' 유니온중개법인 제공

어쨌든 이 ‘초딩 입맛’은 40년 동안 그 기조를 유지하며 달떡만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달고 떡볶이’가 대구의 명소를 넘어 전국구급 맛집으로 도약한 데는 ‘백종원의 3대천왕’의 덕을 많이 보았다.

주인은 “2015년 속에 당시 서울, 부산, 광주, 전남 등지에서도 방송을 보고 대구까지 달려오는 것이 무척 신기 했다”며 “그래도 대구의 음식맛을 전국에 알린다는 자부심에 뿌듯했었다”고 말했다.

어쨌든 이 달떡은 신내당시장의 핫플레이스로 기능하며 자체 네임 밸류를 키우고, 시장은 달떡을 포용함으로써 유동인구를 끌어들이고 시장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잘 키운 맛집 하나가 어떻게 시장과 상생(相生)해 가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하겠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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