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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듬뿍·추억 가득! 영남 전통시장] ㊺ 대구시 산격종합시장시장 쇠퇴 뚜렷... 도농직매장·청년몰 앞세워 시장 재건 안간힘
산격종합시장 입구 모습. 문을 연지 40년이 됐지만 시장 퇴조현상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한상갑 기자

최근 20~30대를 대상으로 한 ‘유통 실태조사’에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MZ세대의 55%가 소비 물품을 모바일·온라인으로 구매하고, 전통시장 이용은 1.2%에 그친다는 내용이었다.

전통시장들이 앞다투어 청년들을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청년몰’ ‘창업 공간’ ‘문화예술 특화거리’ 등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추세여서 이 결과가 던져준 충격은 더 컸다.

전통시장에게 MZ세대는 영원한 ‘짝사랑’의 대상일까. 둘은 인위적, 물리적 연결을 넘어 화학적 결합을 이뤄낼 수는 없을까.

산격종합시장은 2018년 11월 대구에서 처음으로 청년몰을 개장했다.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청년들에게 창업과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였다.

그로부터 3년. 시장과 청년은 평화로운 동거, 평온한 공존을 이루어 냈을까. 그 궁금증 해결을 위해 산격종합시장으로 떠나 보자.

◆주택가, 아파트촌 배경 대단위 상권 형성=우선 산격종합시장의 역사부터 들여다보자 산격시장이 북구 동북로에 자리를 잡은 건 1981년. 처음엔 대구교육박물관, 산격초등학교 근처 대단위 주택가를 배경으로 자리를 잡았다.

산격동 일대 주택 단지의 생필품, 식품, 잡화 보급처로 기능 하던 시장은 1999년 산격대우, 산격에덴, 산격 보성 등 아파트가 대거 들어오면서 장세를 키워나갔다.

여기에 반경 1km 내 산격초교, 산격중, 대구북중, 성화여고, 경상고부터 영진전문대, 경북대 등 대학까지 거느리며 매머드급 상권으로 성장했다.

산격시장은 학생 유동인구, 대단위 아파트, 주택가를 배경으로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이곳 역시 1996년 유통시장 개방 여파를 피해 갈 수 없었다. 2000년대 초반 전국에 대형마트가 200여곳 이상 들어서면서 전국 전통시장, 구멍가게 14만여 곳 이상이 문을 닫았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이 홈쇼핑, 전자상거래, 온라인, 비대면거래로 다변화되면서 오프라인 거래의 대표격인 전통시장은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산격시장도 2010년 이후 유동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시설 노후화, 시장상인들의 고령화로 상권의 퇴조 현상이 뚜렷해졌다.

산격시장의 내부 모습. 시장의 주 이용자들이 노인, 주부들임을 알 수 있다.

◆청년몰, 도농 상생직매장 열며 발전 모색=전통시장의 쇠퇴는 물론 전국적인 현상이다. 2019년 대구시 조사에서도 대구지역 전통시장 150곳 중 39곳이 시장기능을 상실했고 23곳이 ‘쇠퇴’ 단계 들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골목 경제의 몰락, 전통시장의 몰락에 산격시장도 극복을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첫 번째 시도가 2018년 11월에 문을 연 ‘산격시장 청년몰’이었다. 북구청은 당시 중소벤처부 청년몰 사업에 공모해 국비 6억여원을 확보하며 결실을 이뤄냈다. 청년몰의 다른 이름은 ‘신(辛)다림길’. 매운맛이 강한 대구의 음식 문화와 ‘사람이 다니는 길’ 의미가 합쳐졌다.

현재 청년몰에는 식당 9곳, 디저트 가게 4곳, 홈패션 3곳 등 16개 점포가 입주해 있다. 청년 상인들은 자체 블로그, SNS를 운영하며 젊은층을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산격시장 발전을 위한 두 번째 전략은 대구시, 경북도에서 준비했다. 권영진 시장과 이철우지사는 2018년부터 ‘대구경북 한뿌리 사업’에 힘을 쏟았고 ‘도농상생 직매장’으로 구체적인 결실을 맺게 되었다.

대구경북 도농상생 직매장은 산격시장 내 노후건물 960㎡를 리모델링 했으며, 상설판매장 66개 점포, 커뮤니티센터, 홍보관을 갖추고 있다.

15일 문을 연 상생장터에서는 앞으로 경북 23개 시군 291곳 농가와 납품 계약을 맺고 이곳에서 생산한 과일, 채소, 농산가공품 등 800여개 품목들이 대구의 소비자들과 만나게 된다.

2018년에 들어선 청년몰 내부 모습. 대부분의 영업이 주문, 배달로 이뤄지고 있었다.

◆젊은층 취향 메뉴 내세워 20~30대 구매 유도=지난 14일 산격종합시장 취재에 나섰다. 제일 궁금했던 점은 청년몰이 어느 정도 시장에 뿌리를 내리고, 지역 주민들과 동화를 이루어 냈느냐 하는 점이었다 .

사실 기존의 서부시장, 현풍도깨비시장, 신평리시장 등 몇 곳에 청년몰, 청년창업공간이 들어섰지만 이렇다 할 성과로 이어진 곳은 드물었기에 관심의 대상이었다.

가동 건물 1층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니 산뜻한 외관과 청결한 실내 분위기가 먼저 느껴졌다. 바로 앞에 1980~90년대 노후 상가가 도열해 있는 것과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첫 집은 ‘코레와 카레’라는 돈까스, 카레 전문점이었는데 코로나-19 탓인지 홀엔 손님이 2~3 팀이 앉아 있었다. 대신 오토바이 택배기사들이 1층에 전 홀을 오가며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코레와 카레의 이민혁 셰프는 “거리두기 탓에 홀 손님은 약 20% 뿐이고, 대부분 주문, 배달로 영업을 한다”고 전했다. 주방엔 직원 네 명이 눈코 뜰 새 없이 조리, 포장을 하고 있었다.

청년몰엔 ‘초밥 한상’ ‘산격동 김밥’ ‘셰프의 치킨’ ‘이시키 닭발’ ‘달 스테이크’ ‘시장짬뽕’ ‘봉쥬르 파스타’ 등이 포진하고 있었는데 대부분 주문, 배달로 점포를 꾸려가고 있었다.

식당 별로 맛집의 우열이 심한 편이었는데, 다행인 것은 ‘코레와 카페’ ‘시장 짬뽕’ ‘Better Soup’ 등 맛집들이 전체 분위기를 이끌어가며 상가 활성화를 주도하고 있었다.

보리밥, 칼국수를 파는 노점 모습.

◆청년들 시장으로 끌어들일 유인책 고민해야=‘젊은층을 시장으로 끌어들여라’ 캐치프레이즈로 산격시장과 자치단체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산격시장 청년몰이 자리를 잡으면서 절반의 성공을 거둔 듯했다.

일단 젊은층들이 전통시장을 노크하고 청년몰에 접근이 활발해졌다는 것은 평가할 만 했다. 취재 중 적어도 수십명의 택배기사들이 바삐 움직이는 것을 직접 목격 했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그들은 직접 시장을 찾은 것이 아니라 SNS나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점. (청년몰 바로 앞 보리밥, 칼국수 노점에서는 노인, 주부들이 빈 자리 없이 꽉꽉 들어차 있는데.)

어떻게 하면 젊은층들이 자기 발로 시장으로 직접 나와 구매를 하게 할 수 있을까, 이런 일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산격시장이 우리에게 던져 준 화두였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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