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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듬뿍·추억 가득! 영남 전통시장] (51) 포항시 죽도시장겨울철 대게·과메기철 맞아 골목·좌판마다 인파 북적
1954년 노점상 거리로 시작한 죽도시장은 연 매출 1조 원이 넘는 매머드급 시장으로 성장했다. 한상갑 기자

부산에 자갈치시장, 인천에 종합어시장이 있다면 포항엔 죽도시장이 있다.

포항 하면 ‘죽도시장’을 먼저 떠올릴 정도니, 시장의 ‘브랜드 파워’면에서 가장 성공한 곳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죽도시장 명칭과 관련해 제일 먼저 드는 의문이 있다. ‘대나무’와 ‘섬’ 조합의 어원(語原)이다. 나무위키를 검색해 보니 의문은 쉽게 풀렸다. 옛날 포항에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섬 매립공사를 많이 했는데 ‘대나무가 많이 자라던 섬’이 바로 죽도 자리였던 것이다.

유독 지명에 도(島)와 호(湖)가 많이 들어갔던 의문도 자연스럽게 풀렸다. 포항을 ‘5도 3호’(죽도, 해도, 송도, 상도, 대도, 환호, 두호, 아호)라고 하는데 바로 ‘도’는 섬 매립지 ‘호’는 호수를 매립 했던 자리였던 것이다.

1954년 노점상 거리로 시작한 죽도시장은 이제 전국 5대 시장에 이름을 올리며 연 매출 1조 원이 넘는 초대형 시장으로 성장했다. 매립지 늪지대 아낙네들 좌판에서 시작해 전국 최고 수산물 시장으로 도약한 포항 죽도시장으로 떠나 보자. 

◆15만㎡ 면적 모두 1,500여 상점 성업 중=죽도시장 하면 어시장, 회타운, 건어물시장을 우선 떠올리지만 죽도시장은 백화점급 아이템과 대형소매점급 품목 수를 취급하고 있는 매머드급 시장이다.

시장의 전체 모양은 정사각형이고, 1구역에서 25구역까지 갖춘 대형 규모다. 남빈사거리-오거리-죽도교-세븐일레븐 죽도시장점을 연결하는 15만㎡ 면적 엔 모두 1,500여 상점이 영업을 하고 있다. 수산물, 건어물 외 농산물, 식품, 청과, 방앗간, 떡집, 의류, 한복, 이불, 혼수용품 등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고 있다.

흔히 죽도시장으로 불리지만 실제로 이 시장은 죽도시장(476 점포), 죽도어시장(158 점포), 죽도농산물시장(707 점포) 세 곳이 합쳐진 곳이다. 이 시장은 모두 독립 법인들로 운영 주체들도 분리되어 있다. 대구시 칠성시장이 9개 품목, 골목 단위의 시장 연합체 성격을 띠고 있듯 죽도시장도 3개의 시장이 큰 조합을 이뤄 시너지효과를 거두고 있다.

30여 가구 작은 섬에 불과했던 죽도가 오늘 날 포항의 랜드마크로 성장한 것은 두 가지 사건의 공이 크다. 첫째는 죽도교의 건설로 섬이 매립 되며 육지화 된 것이고, 둘째는 포항제철이 들어서며 인구, 교통, 상권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일이다.

어쨌든 죽도시장은 포항의 역사, 경제 발전과 궤를 같이하며 70년 가까이 포항시민들과 애환을 함께해오고 있다.

포항 죽도시장의 명물 고래고기.

◆과메기, 물회, 고래고기, 대게 등 먹을거리 푸짐=미식가들은 포항의 ‘3미’(三味)를 과메기, 가자미물회, 고래고기를 든다고 한다. 바다의 만(萬) 가지 생선이 모두 모이는 곳에 어찌 ‘3미’만 있겠냐만은 오랜 기간 지역민들의 입맛이 세대를 이어 오면서 그 풍미와 애환이 이들 음식에 녹아든 것이다.

원래 물회는 어부들의 음식이었다고 한다. 제때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운 뱃사람들이 갓 잡아 올린 생선을 뱃전에서 막 썰어서 밥이나 국수와 함께 먹은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포항물회는 지역에 따라 조리, 가공법이 조금씩 다른데 영일대북부시장은 청어나 꽁치의 등푸른 생선을 많이 쓰고, 죽도시장에서는 가자미 같은 흰살 생선에 해삼을 간장양념에 말아 낸다. 두 시장 모두 맛객들을 몰고 다니는데 전자는 ‘마라도회식당’이 원조이고, 후자는 ‘최강달인물회’가 본거지라고 한다.

요즘 죽도시장엔 과메기가 제철이다. 해풍에 말린 꽁치를 미역, 파, 김, 풋고추, 마늘과 곁들여 먹는 맛은 겨울철 어느 요리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20여 년 전만 해도 과메기는 동해안 일부 지역에서만 먹던 지역 음식 이었으나 인근지역으로 확산되면서 대구경북의 별미로 소문이 났고, 이제 전국의 별미로 꼽히는 겨울철 진미가 되었다.

죽도시장 과메기골목엔 20년 전통의 ‘엘토로 구룡포 과메기’ 식당이 전국의 손님을 맞고 있다. 주인 김종석 씨 부부는 홀 손님 맞으랴, 포장 손님 받으랴, 전국에 택배 물량 보내랴 정신이 없었다.

김 씨는 “우리 집에서는 9월에서 3월까지만 과메기를 취급하고 장사가 끝나면 다시 어부로 돌아간다”고 말한다. 냉동 과메기를 취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죽도시장에서 고래고기 원조는 ‘원조할매고래’다. 1960년부터 가게를 열었으니 벌써 3대, 60년째 가게를 열고 있다.

이 집에서는 밍크고래를 전문으로 취급한다. 가장 흔한 돌고래는 냄새가 심해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데 비해 밍크고래는 맛이 깔끔하고 담백해 대중적인 입맛을 담보하기 때문이다.

고래고기는 지방층이 두텁기 때문에 텁텁하고 잡내가 많이 날 수 있다. 이때 양파장, 소금, 풋고추 간장 등 소스를 다양하게 해서 먹으면 누릿내를 잡을 수 있다.

죽도시장의 회타운. 일부 상인들의 바가지 상혼이 관광객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한상갑 기자

주말엔 주차장 혼잡.. 일부 점포 바가지 상혼 눈쌀

◆취재 후기=최근 대형소매점 유통시설까지 방역패스가 적용되면서 시민들이 쇼핑에 많은 불편이 따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전통시장은 방역패스 대상이 아닌 덕에 쇼핑, 관광에 큰 제약이 없다.

그래서인지 15일 취재팀이 죽도시장을 방문했을 때 시장은 인파로 넘치고 있었다. 특히 중앙동 동빈내항 근처에 이르자 일대는 주차 차량으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는데, 놀부수산 옆 공영주차장에 접근하는 대만 30분 이상이 소요됐다. 단순 관광, 미식(美食) 기행이고, 큰 짐이 없다면 복잡한 공영주차장을 피해 주변 유료주차장에 주차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넉넉한 인심이 묻어나는 전통시장이지만 일부 상인의 바가지 상혼도 여전했다. 주말 성수기 땐 철저한 사전 준비 없이 가면 지갑 털리고 기분도 망칠 수 있다. 취재팀도 사전조사, 포털 검색 다 하고 맛집을 골라서 갔는데도 대게 수율(살이 꽉 찬 정도)은 형편없었고 회도 부실하기 그지없었다. 멀건 매운탕에 공기밥은 설어서 손도 못댈 정도였다.

그 점포들도 한때 방송에 나오고 언론에 노출되며 맛집 반열에 올랐지만 이내 초심을 잃고 고객들을 ‘섬겨야할 대상’이 아닌 ‘장사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자신의 간판을 내걸고 장사하는 집이라면 당연히 가게의 명성에 걸맞은 상도덕을 갖추어야할 것이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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