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7시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지휘 류명우, 피아노 한상일

대구시향 류명우 부지휘자 공연 모습. 대구시향 제공

“치명적인 불륜 영화 ‘엘비라 마디간’과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의 컬래버, 놓치지 마세요.”

대구시립교향악단(이하 대구시향)은 25일 ‘제482회 정기연주회’를 맞아 코로나 19에 지친 시민들을 고전음악의 매력 속으로 이끈다. 독일 낭만 시대에 고전주의의 계보를 이은 슈만과 브람스의 작품으로 연주의 시작과 끝을 장식할 예정이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외에도 슈만의 ‘만프레드’ 서곡, 쇤베르크가 편곡한 브람스의 피아노 4중주 g단조가 연주된다.

◆‘엘비라 마디간’의 OST로 깔린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귀족 출신의 젊은 장교 식스틴과 서커스단에서 줄 타는 소녀 엘비라와 사랑을 그린 영화 ‘엘비라 마디간’은 장르상 고전 멜로물로 분류된다.

아내와 두 아이를 저버린 유부남과 화려한 서커스단을 뛰쳐나온 소녀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그린 이 영화엔 전쟁에 대한 혐오와 인생에 대한 회의, 우울 모드가 영화 전반에 흐른다.

특별할 것도 없는 한갓 불륜 스토리가 세기의 명화로 떠오른 것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비련의 로맨스 영화라는 점과 극(劇)에 삽입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덕분이다.

영화 초반, 도피하는 남녀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펼치는 사랑 유희는 한 폭의 수채화처럼 은막을 가득 채운다. 이들의 지고(至高)의 로맨스가 절정에 이르면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이 배경음악으로 깔린다. 음표는 보리밭 물결이 되기도 하고, 나비의 유영에도 악보는 가볍게 나풀댄다. 영화 중 엎지러진 포도주와 붉게 물든 천은 이 커플의 비극적인 결말을 암시한다.

곧 이들은 생활고에 직면하게 되고, 도피의 피로감이 더해지며 막다른 골목으로 몰린다. 나비가 날아드는 벌판에서 두 발의 총성이 울려 퍼지고 영화는 막을 내린다.

‘빵 없는 사랑은 불가능한가’ 라는 화두를 남긴 이 영화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불륜 영화’라는 오명(?)과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의 부제로 달리는 명성을 동시에 누리고 있다.

류명우 부지휘자.

◆1785년 모짜르트 전성기 때 작곡된 피아노협주곡 21번=19세기 유럽은 프랑스 혁명으로 왕정이 붕괴되고 시민계급, 신흥 부르조아 계급이 등장하던 시기였다.

18세기 왕정시대 초기 모차르트는 왕실의 후원을 업고 활발한 음악 활동을 펼쳤다. 귀족시대 음악가들은 궁정악단이나 귀족악단의 전속음악가, 귀족들의 개인레슨 등이 주 수입원이었다.
당시만 해도 왕권이 견고했기에 음악가들은 왕실의 요구와 취향에만 충실하면 되었다. 자유분방했던 모차르트는 권위적이고 형식적인 궁정작가 생활이 자신과 맞지 않아 늘 갈등을 겪었다.

그때 새로 등장한 신흥 부르주아지는 그의 새로운 원군이었다. 이제 작곡가들은 귀족이 아닌 시민계급의 취향에도 의존해 작품을 써야했다.(상업적이고 자유분방한)

그러나 레짐-체인지 시대, 왕권과 신흥 부르조아 사이에서 교묘한 줄타기는 그들의 운명이었는지 모른다.

이 시기 모차르트는 피아노 협주곡 20번을 완성하며 유럽에서 명성을 누리고 있었다. 신흥 자본가들의 연주회 요청이 빗발치자 1785년 모차르트는 전작(前作)과는 다른 분위기의 곡을 써 내려갔는데 이 곡이 바로 피아노 협주곡 21번이다.

이 시기는 모차르트의 창작열이 가장 왕성했던 때로 피아노 협주곡 19번부터 26번까지 모두 이 시기에 작곡되었다. 그는 신흥 부르조아의 후원을 받으며 어느 정도 기반을 잡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시기가 더 궁핍했다고 한다. 당시 자필 악보는 음표보다 가계부 살림 기록이 더 빽빽하게 기록될 정도로.

20번이 전체적으로 음울한 분위기를 띠고 있다면 21번에서는 서정적이고 우아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자랑한다. 21번엔 ‘군대’라는 별칭이 붙였는데 이는 이 곡의 1악장이 위풍당당한 행진곡풍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1악장의 역동적인 ‘밀리터리’ 분위기는 2악장에서 서정적이고 우아한 선율로 대체 되며 극적인 반전 효과를 더 한다. 

피아니스트 한상일

◆부친 레오폴트 모차르트와 화해의 곡으로 유명=한편 이 곡은 ‘화해의 곡’으로도 불린다. 생전 모차르트는 부친인 레오폴트 모차르트와 불화 속에서 지냈다.

어느 날 모차르트 어머니가 갑자기 병사(病死)했는데 부친은 이게 어머니를 제대로 돌보지 않은 아들의 책임이라고 질책했고, 또 허락 없이 맞아들인 며느리가 빈천한 가문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어머니의 죽음과 부친과 갈등을 겪으며 모차르트는 극도의 우울 속에서 보냈는데 21번은 이 당시에 쓰여졌다.

부친과 재결합을 모색했던 모차르트는 이 곡에 옛날에 부친이 썼던 악보를 일부 삽입하면서 화해의 메시지를 보낸다. 곡이 연주되던 날 레오폴트 모차르트는 객석에서 이 곡을 들으면서 아들에게 쌓였던 앙금을 모두 씻어 냈다.

얼마 후 부친도 건강이 악화돼 엄마 곁으로 돌아갔다. 아들과 화해를 했으니 저승으로 가는 발걸음이 훨씬 가벼웠을 것이다.

이 곡은 총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둠을 떨치고 밝은 분위기로 나아가려는 1악장에 이어, 독주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아름다운 대화를 나누는 2악장, 고조된 분위기 속에 피아노가 비상하는 3악장으로 이어진다.

동아음악콩쿠르, KBS서울신인음악콩쿠르, 2005년 프랑스 에피날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은 피아니스트 한상일이 연주자로 나선다.

일반 R석 3만원, S석 1만 6천원, H석 1만원. 객석은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제한적으로 개방할 예정이다. 053)250-1475.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저작권자 © 디지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