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서구 상인2동 주택가에 자리 잡은 대동시장. 1987년에 세워졌으니 벌써 35년 역사를 자랑한다. 한상갑 기자

1988년 노태우 정부가 출범하면서 상인동 일대에 대곡지구를 시작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건축됐다.

이때 세워진 아파트가 고려낙원(1988년), 우방청자아파트(1989년), 한양은하아파트(1989년), 보성산호아파트(1989년) 등이다.

새 단지가 들어오면 제일 먼저 도시를 관할하는 행정동사무소가 들어오고, 그 다음에 학교가 입지한다. 관공서, 교육시설, 도심 공원들이 자리를 잡으면 이제 주민들의 의식주를 책임질 전통시장이 뒤를 잇는다.

오늘 소개할 달서구 상인2동 대동시장은 새로 들어선 주택 단지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설립된 일종의 ‘행정 시장’이다. 지역 유통의 요지나, 마을의 상권 중심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전통시장이 아니라 행정적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관주도’ 시장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1990년대 대단지 아파트 들어서며 시장 설립=1980년대 달서구는 서쪽으로 성서산업단지를 끼고 있었을 뿐 별다른 도시세를 형성하지 못했다. 1970~80년대 송현, 월촌, 상인, 진천, 대곡 일대는 자연부락들이 늘어선 한가로운 농도(農都)에 불과했다. 서문시장 등 대구 중심상권에서 출발한 화물, 물류들이 화원으로 가는 길목, 교통로로만 기능 했을 뿐이었다.

한갓 전원마을에 불과하던 이 일대가 대구의 베드타운으로 성장한데는 두 가지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첫째는 앞서 언급한 노태우 정권의 대규모 택지 개발이고 다음은 1998년에 개통된 대구도시철도 1호선이다.

교통이 뚫리고 인구가 몰리면서 달서구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때맞춰 들어선 성서산업단지도 달서구의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이제 달서구의 인구(56만)는 단순 규모로 한강 이남 기초자치단체 중 1위이고, 수도권을 포함해도 3위라고 한다.

인구유입과 도시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시장, 유통 시설의 탄생 배경이 되었다. 현재 상인동에는 롯데백화점상인점과 홈플러스 상인점이 성업하고 있고, 달서구에는 모두 20여개의 전통시장이 운영되고 있다.

대동시장 내부 모습. 코로나-19사태로 비대면 마케팅이 늘면서 시장 분위기가 다소 침체돼 있다.

◆복합상가 형태에 100여곳 점포 영업 중=대동시장이 설립된 건 1987년으로 주변에 한양은하, 낙원아파트, 우방청자맨션 등 아파트들이 입주와 궤(軌)를 같이 한다. 앞서 언급한대로 대단위 아파트 단지 입주 후 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위해 건립됐다.

‘인(仁)을 위에(上)둔다’는 좋은 이름(上仁洞)을 놔두고 시장 이름을 ‘대동’(大東)으로 지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마도 당시 상대적으로 낙후지역이었던 진천동쪽 주민들이 ‘동쪽에 큰 시장’이 들어서는데 대한 반가움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한다.

대동시장은 이름은 전통시장 이지만 엄격히 말하면 현재시설의 복합상가 형태다. 3~4층 상가가 ‘ㅁ’ 자로 대형을 이루고 한복판에 회랑처럼 넓은 공간을 두어 그 안에서 상가와 노점이 공존하는 구조다. 

대동시장은 2012년 들어 한번 재도약의 기회를 맞는다. 달서구의 시장 현대화사업을 통해 아케이드가 설치되고 전기, 소방, 통신시설이 말끔히 정비되었다. 현재 대동시장엔 100여곳의 점포와 노점이 영업 중이다.

몇몇 점포와 노점은 문을 닫은 곳도 있어 불경기를 새삼 체감할 수 있었다.

◆도심시장 이지만 시장 물건들은 전통상품들 주류=21일 취재를 위해 시장에 들어섰다. 높은 천장과 비가림 아케이트 시설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사방으로 뚫린 출입구와 출입구마다 설치된 대형 입간판도 인상적이었다.

상인동 도심에 들어선 시장이니 아파트촌 주부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현대적 점포 구성을 예상했는데 현실은 많이 달랐다.

다른 전통시장처럼 신발, 양품, 잡곡, 채소, 잡화, 방앗간과 식당가가 점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방앗간, 기름집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띄었는데 대충 5곳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마트에 가면 종류, 취향별로 기름을 사먹는 시대 도심 한복판에 수제 참기름집이 번성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시장의 점포 구성이 지역 주민들이 라이프스타일과 니즈(needs)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볼 때 이런 점포 구성은 현재 상인 2동 주민들의 쇼핑문화의 현주소라고 볼 수 있다.

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상인 2동은 도심이긴 하지만 주변 70~80%가 단독주택이고 아파트들도 대부분 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이다 보니 주민들도 상당수가 노령자들이 많다”며 “대동시장에 아이템과 점포 구성이 올드 풍을 띄는 것은 이런 인구 구성을 반영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시장내 맛집 중 하나인 시골밥상의 청국장 정식.

◆코로나 19이후 시장 침체...식당 외식업 비중 높아=대동시장의 또 하나의 특징은 식당, 외식업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반찬가게나 식당가의 번성은 도심시장의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문제는 전통식 위주의 식단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

‘시골밥상’ 주인은 “시장의 주 이용층이 50~70대이다보니 식당의 구성이나 메뉴가 그 연령층에 맞춰 형성이 되었다”며 “젊은 친구들이 신세대 메뉴를 들고 젊은층 입맛에 도전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영향인지 시장의 전체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은 모습이다. 점포 몇 곳은 문을 닫았고 빈 노점도 몇 곳 눈에 띈다. 아마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 마케팅의 증가가 결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맛집과 핫플레이스가 널려있는 도심 시장을 예상했던 취재진으로서는 조금 실망스런 일이긴 했지만, 이 시장의 현재 모습은 시장을 둘러싼 생태계의 총합이라는 점에서 자체로 정체성을 존중해야할 것이다.

아무튼 이 지긋한 역병이 지나면 이 시장도 현재의 어려움을 딛고 이름처럼 ‘동쪽으로 크게 뻗어나가길’ 기대한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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