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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골목] 대구 국수의 본산, 서문시장 국수골목국수 골목으로는 전국 최대... 전성기 땐 하루 1만그릇씩 팔려
'누들로드’로 불리는 서문시장 국수 노점거리. 1백여m에 이르는 국수노점은 사진작가들의 단골 출사지로도 유명하다. 한상갑 기자

 

2008년 대구시 북구 매천동의 한 유적지에서 청동기시대 절굿공이가 발견됐다. 선사시대 절굿공이의 등장은 지금으로 치면 방앗간과 믹서기를 갖게 되는 것으로 비유된다.

탈곡(脫穀)과 제분(製粉)이 가능해지면서 인류는 떡, 빵, 국수, 죽 등 조리 범위가 훨씬 다양해졌다.

절구가 실생활에 쓰이기 시작했다고 해서 오늘의 주제인 국수가 바로 나타난 것은 아닐 것이다. 반죽을 밀어서 수제비처럼 먹었거나 손바닥으로 비벼 볼펜 굵기 정도의 면(麵)을 국물에 끓여 먹는 정도였을 것이다.

어쨌든 ‘국수 도시’ 대구에서 이런 유물이 발견된 것은 우연을 넘어 필연에 가깝다고 하겠다. ‘누들로드’ 중심지 서문시장을 찾아 대구 국수의 현장을 들여다봤다.

◆1930~80년대 국내 국수 생산 60% 대구가 담당=말이 나온 김에 대구의 국수 이야기를 좀 더 해 보자. ㈜풍국면의 최익진 대표는 “대한민국 근대 국수의 역사는 대구에서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1933년 풍국면이 문을 연 이래 별표국수, 곰표국수, 소표국수 등 국내 굴지의 국수 공장들이 대구에 터를 잡았고 1980년대까지 전국 국수 생산량의 60%를 대구에서 담당했기 때문이다.

대구가 국수의 도시로 발돋움한데는 분지라는 특수한 지형도 한 몫을 했다. 더운 날씨, 적은 강수량을 특징으로 하는 분지 지역은 습기가 적어 국수를 건조하는데 최적의 기후조건을 갖추었다.

여기에 한국전쟁 당시 미국의 구호물자(밀가루)를 제일 먼저 접했다는 특수한 전시(戰時) 상황과 경부선과 경부고속도로가 놓이면서 대구가 일찍부터 물류의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도 국수 도시 대구를 가능하게 한 조건들이었다.

◆국수집 밀집도 단일 메뉴로는 전국 최대 자랑=이제 본격적인 서문시장 국수 골목으로 들어가 보자. 보통 서문시장 국수골목 하면 2지구와 4지구 사이에 포장마차식 노점을 말한다. 약 20여곳이 성업 중인 이 골목은 대구의 국수 골목을 말할 때 상징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서문시장엔 이 국수골목 외 전 지구에 걸쳐 수백 곳의 국수집이 성업하고 있다. 골목마다 좌판마다 분식집이 없는 곳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이 밀집도 역시 단일 메뉴로 국내 최대가 아닌가 한다.

우선 칼국수로 가장 유명한 골목은 서남빌딩 뒷골목이다. 좁은 골목에 미로처럼 얽힌 골목을 따라 수십여 곳의 국수집이 각자의 맛을 뽐내며 손님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김원자 대구 문화유산해설사는 “이 골목은 따로 전통, 테마 거리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골목 자체 풍광만으로 전통시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며 “자치단체에서 국수거리, 칼국수 골목으로 따로 지정해 관리하면 관광자원으로도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천할매칼국수, 정아식당 등이 나름 맛집 반열에 올라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블로거들이나 커뮤니티의 얘기고 시장에 단골들은 각자 단골집을 정해 놓고 자신만의 식도락을 즐긴다.

서남빌딩 뒷골목 칼국수 골목 모습. 좁은 골목에 미로처럼 얽힌 골목을 따라 수십여 곳의 국수집이 각자의 맛을 뽐내며 손님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한상갑 기자

◆서문시장은 ‘국수의 도시 대구’를 대표하는 누들로드=미로처럼 얽힌 골목을 빠져나오면 4지구 앞에서 포장마차 노점들이 시장기에 지친 장꾼들을 맞는다. 앞서 언급한 국수거리다. 거리만 1백여m에 이르는 노점은 사진작가들의 단골 출사지로도 유명하다.

식사시간에 20여 점포가 동시에 한쪽에서 반죽을 밀고, 다른 쪽에서는 국수를 퍼내는 풍경은 훌륭한 퍼포먼스 요소를 갖추고 있다.  관광객, 쇼핑객들은 이 분위기에 이끌려 어느 새 노점 한쪽에 자리를 잡곤 한다.

‘이모네수제비’의 김귀숙 씨는 잔치국수, 수제비, 칼국수 기본 메뉴 이외 식혜를 서비스로 내주고 있어 유독 많은 단골을 확보하고 있다.

김 씨는 “하루 수백명씩 손님을 맞지만 단골들을 꼭 기억했다 따뜻한 인사를 건넨다”며 “그 덕에 다른 집보다 대기 줄이 긴 편”이라고 말했다 .

시장번영회 관계자는 “전성기 때 서문시장에서는 국수가 하루 1만 그릇씩 팔려나갔다”고 말하고 “단일 소비처로는 전국 어느 국수골목 매출보다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선사시대부터 이어져온 ‘국수 도시 대구’의 전통은 대구 오랜 역사와 함께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대구의 구(區), 동(洞), 골목엔 어김없이 국수 맛집들이 각자의 맛을 뽐내고 이 중 상당수는 ‘전국구’ 반열에 올라 전국의 누들 마니아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그 중심에 대신동이 있으니 서문시장이야말로 대구 국수의 본산으로 불러도 부족함이 없다고 하겠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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