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 심재균 원장이 전통시장, 골목상권, 소상공인 지원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상갑 기자

도시엔 대형마트, 골목엔 SSM. 여기에 홈쇼핑과 전자상거래의 등장, 코로나-19 이후 더욱 강화된 비대면·온라인 마케팅···.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유통 환경 속에서 이제 전통시장에 우호적인 상황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전통시장의 몰락은 이제 대구의 경제·유통현장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대구시 자료에 따르면 대구지역 등록시장 150곳 중 39곳이 시장기능을 ‘상실’했고, 23곳은 ‘쇠퇴’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도심 시장의 쇠퇴는 단순한 유통 공간의 몰락을 넘어 서민들 생계, 일자리와 경제공동체가 무너진다는 점에서 그 피해는 더 심각하다.

전통시장의 몰락, 골목상권의 붕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게 되자 대구시는 2016년에 전국 최초로 대구전통시장진흥센터를 설립했다. 현재는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이하 재단)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6년째 대구시의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대구의 전통시장, 골목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지역 경제 최일선에서 동분서주하고 있는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 심재균 원장을 만나보았다.

산격종합시장내에 위치한 대구경북 상생장터. 대구시 제공

◆골목상권·전통시장 활성화, 소상공인 역량 강화 역점=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은 ‘대구 전통시장 및 상점가 진흥’을 목적으로 2016년 설립됐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운영되는 공공기관 중에는 전국 최초다.

재단의 설립목적은 ▶전통시장 현대화 ▶상인 역량 강화 ▶홍보 마케팅을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에 있었으나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 재단은 사업방향과 정책 노선에서 상당한 수정을 거듭해야 했다.

심 원장은 “코로나로 전통시장뿐 아니라 골목상권, 소상공인 생태계 자체가 붕괴되었다”며 “이에 재단은 동네시장·상권, 자영업자 육성을 통한 민생경제 활성화로 정책 기조를 바꾸었다”고 설명했다.

설립 6년차를 맞는 재단은 그동안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왔다. 먼저 ‘광역 도심형 거점시장 육성’을 위해 대구 8개구·군에 대표시장(거점시장)을 지정해 시설현대화와 상인 역량 향상을 위한 교육·홍보마케팅을 진행했다.

2018년 중소벤처부  ‘상권 르네상스사업 공모’에 칠성종합시장이 전국 1호로 선정된 일은 재단의 사업, 기획 역량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총 80억이 투입된 이 사업을 통해 칠성시장은 미디어 전광판 구축, 구역별 디자인 도색, 간판 정비, 가로(街路)환경정비 사업을 벌이고 있다.

경북 농수산물 생산자의 판로지원과 대구시민들의 신선한 농수산물 소비 지원을 콘셉트로 한 ‘대구경북 상생장터’도 자치단체에서 견학을 올 정도로 모범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재단은 산격시장 내 53개 점포를 임대, 리모델링해 농수축산물 판매장, 홍보관, 교육장, 쉼터 등 공간을 조성했다. 현재 경상북도 23개 시·군 280여 농가가 참여해 1,200개 품목의 로컬푸드 직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청년상인 지원을 위해 현풍도깨비시장 청년몰, 산격종합시장 청년몰을 조성해 청년 상인들을 전통시장에 유입하고, 이들이 시장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서문야시장 모습. 대구시 제공

◆‘골목 경제권 조성사업’에 재단 역량 집중=기존 재단의 지원활동이 전통시장 현대화, 시설개선 위주로 진행되면서 코로나 사태 이후에 달라진 환경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자체 분석에 따라 재단은 올해부터 ▶온라인 진출을 위한 판로 개척 ▶비대면 마케팅 홍보 등 소프트웨어사업 분야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 대구를 찾는 관광객과 시민들을 위해 서문야시장, 칠성야시장, 서문 게스트하우스, 교동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야시장에서는 다양한 공연, 문화 활동을 계획해 전통시장이 단순히 상행위의 공간이 아닌 문화, 체험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재단은  ‘골목 경제권 조성사업’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타격이 심했던 영세 골목상권,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대구시와 재단은 작년에 ‘대구형 골목상권의 활성화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다. 5년간 예산 245억이 투입되는 이 프로젝트는 총 3단계 사업으로 진행된다.

1단계에서는 대구의 골목상권을 발굴하고 ‘전담매니저’를 투입해 상인 역량교육, 공동마케팅을 지원한다.

골목상권 회복을 위한 2단계에서는 시장 실정에 맞는 맞춤형 지원이 이루어진다. 개별 상권에 필요한 시설 개선, 홍보 등에 대한 사업 계획을 제출받은 후 심사를 통해 선정-지원 한다.

3단계는 명품 골목상권을 육성하기 위한 계획으로 여기엔 특별히 전문 인력인 ‘골목크리에이터’가 투입된다. 이 크리에이터는 골목상권의 특화, 수익사업을 발굴하고 협동조합 등을 설립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 재단은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하여 지역상생, 지속가능성, 경영혁신을 핵심가치로 삼고 유통환경 변화에 대응은 물론 소상공인의 스마트화, 디지털화 등 역량강화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또 지자체, 민간·상인단체 등과 협업사업을 발굴‧기획해 전통시장, 골목상권들이 스스로 자생력을 갖출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재단이 대구시의 지원을 받아 다양한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하지만 상인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조가 절실하다.

심 원장은 “재단은 설립 취지상 ‘지원기관’으로써 한계를 갖는다”며 “소상공인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이 민생경제를 살리고 대구 경제 기초를 다지는데 절실한 요소”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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