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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듬뿍·추억 가득! 경북 전통시장] (33)경주 성동시장신라 천년의 맛이 궁금하다면 성동시장 맛집골목으로
경주시 동문로에 있는 성동시장의 맛집골목엔 40~50년 전통을 잇고 있는 노포(老鋪)들이 많고 메뉴도 지역 음식의 스탠다드 격인 정식(定食), 백반이 많아 신라 천년의 맛을 계승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은 성동시장 내부. 경주시 제공

1천년 전 경주는 육로와 뱃길을 통해 세계로 통하던 국제도시였다. 실크로드, 해상 교역로를 통해 중앙아시아의 보검과 유럽의 유리그릇들이 신라로 들어왔다.

고대 경주가 세계의 문명과 교류할 때 함께 들어온 것이 있으니 바로 각국의 음식문화와 식재료들이다. 7세기 경주엔 이미 향신료, 술, 육포, 장(醬) 등이 민간에 널리 퍼져 있었다.

실크로드를 통해 단순히 후추(향신료)만 들어온 것이 아니고 겨자, 생강, 계피, 정향(丁香), 깨, 마늘 등 각종 식재료들이 함께 들어왔다.

삼국사기 신문왕 조에 보면 ‘3년에 왕비를 맞이할 때 미(米), 주(酒), 유(油), 장(醬), 혜(醯), 포(脯)가 130차였다’는 기록이 보인다. 당시 신라엔 술, 장, 육포, 기름 등이 민간, 왕실에 널리 상용(常用)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삼국유사 가락국기 수로왕묘의 제사 기록에도 ‘술, 단술, 떡, 밥, 차, 과실 등 음식을 진설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이후 신라의 식(食)문화는 삼국통일을 거치며 한국 음식 문화의 원류로 자리를 잡았다.

현대에 들어와 옛 신라의 음식문화를 잘 계승하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 경주 시민들과 식도락가들은 경주 맛집의 원류로 경주시 동문로에 있는 성동시장을 든다. 40~50년 전통을 잇고 있는 노포(老鋪)들이 상당수인데다 메뉴도 지역 음식의 스탠다드 격인 정식(定食), 백반들이 많기 때문이다. 신라 천년의 음식문화와 맛을 계승하고 있는 경주 성동시장으로 떠나보자.

◆1970년대 경주역 일대는 경주상권의 핵심=전통시대 경주의 상권을 구획한 건 철도였다. 1905년 경부선 개통과 1918년 열린 대구선(대구-경주-포항)은 경주를 물류, 상업도시로 견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1960~70년대 경주는 포항, 구미보다 도시세가 컸고 경제활동도 더욱 활발했다. 특히 유동인구가 많았던 경주역 인근은 경주 상권의 핫 플레이스였다.

이런 경제적 배경을 안고 성동시장은 1971년 문을 열었다. 원래 성동시장은 현재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명동의류’ 자리에 있었고 규모도 1300㎡(400여 평)으로 작았다. 당시에 의류, 공구, 간단한 음식 등 싼 물건들만 주로 팔아 ‘염매시장’으로 불렸다.

동성로 135-1(명동의류)에서 시작한 성동시장은 1971년 현재의 자리로 옮겨왔다. 당시에 3300㎡(1천평 규모)였지만 주변 상권이 커지면서 시장도 함께 성장했다. 지금은 약 1만3,200㎡(4000평) 규모를 자랑하며 중앙시장과 함께 경주 최고 상권으로 성장했다. 현재 약 600개 상점이 입점 중이고 활동 중인 상인도 800여 명에 이른다. 

50~60십대 관광객들에게 성동시장은 수학여행 추억이 함께 녹아 있는 공간이다. 전국에서 기차를 타고 온 학생들은 근처 성동시장으로 몰려가 김밥이며 분식, 음료를 사먹었다.

시장 근처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는 천병철(60) 씨는 “수학여행, 관광특수 외에도 1960~70년대 경주역은 자체로 화물과 여객들이 모여드는 경북 남부 상권의 중심이었다”며 “성동시장 장날(2, 7일)엔 영천, 경산은 물론 밀양, 삼랑진, 안강 등지에서 몰려든 장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말했다.

성동시장 바로 옆에 있는 경주역. 이제는 폐역돼 문화공간으로 변신 중이다. 경주시 제공

◆청도식당, 보배식당, 유성찹쌀순대 등 맛집=앞서 언급한 대로 성동시장은 맛집으로 특화된 시장이다. 지금은 폐역이 되었지만 경주역과 맞닿은 입지가 맛집들이 탄생한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천병철 씨는 “성동시장은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입지 상 맛집들이 발전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전국 관광객들의 까다로운 입맛에 맞추다 보니 30~40년 전부터 미식들이 발달했다”고 설명했다.

성동시장의 셀럽은 단연 한식 뷔페골목이다. 메뉴는 뷔페지만 사실상 백반에 가까운 상차림이다. 뷔페골목의 터줏대감은 2대에 걸쳐 50년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청도식당’이다. 시장에 사철 넘쳐나는 식재료를 그날그날 즉석조리해 산더미처럼 쌓아놓는다. 손님들은 입맛에 맞는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어 좋고, 주인은 잔반(殘飯)이 생기지 않으니 모두 만족하는 구조다. 1인분 7000원.

우엉조림을 넣은 김밥으로 유명한 ‘보배식당’도 대표 맛집 반열에 올라 있다. 우선 KBS ‘6시 내고향’ KBS ‘VJ 특공대’ 등 TV 출연 홍보물이 이 집의 내력을 설명해준다. 달짝지근한 우엉과 김밥을 콘셉트로 40년 넘게 전국의 맛객들을 불러 들인다.

한 맛객은 “외관상 보배식당 김밥은 특별할 게 없어보였는데 달짝지근한 우엉 맛, 쫄깃한 식감과 김밥이 잘 어우러져 중독성이 무척 강했다”고 평을 남겼다. 1인분 두 줄 5000원.

‘Since 1978’을 자랑하는 ‘유성찹쌀순대’도 각종 SNS에서 필수 방문코스에 올라 있는 집이다. 돼지고기 특유의 잡내를 완벽하게 잡아내 냄새에 민감한 사람들도 불편 없이 즐길 수 있다. 쫄깃한 순대를 된장소스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순대를 직접 만들기 때문에 ‘찹쌀순대’ ‘매운순대’ ‘내장순대’ ‘섞어순대’ 등 다양한 순대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1인분에 4~5천원.

SBS ‘생활의 달인’ ‘6시 내고향’ ‘생생 정보통’에 출연했다는 ‘시장도너츠’도 도너츠 마니아들의 필참 코스다. 가게 간판에 33년 전통이라고 쓰여 있는데 1982년에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 40년을 맞았다. 찹쌀도너츠, 꽈배기, 고구마도너츠 등을 즉석에서 튀겨낸다. 황남빵과 함께 경주를 대표하는 빵으로 대접을 받고 있다.

 

◆신라 천년의 맛이 궁금하다면 성동시장으로=‘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고 일컬어지는 경주는 수많은 관광자원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하는 자원들이 많다. 신라 천년의 전통을 이어온 수많은 음식들도 그중 하나다.

작가 이명아 씨는 “경주는 육로와 뱃길을 통해 여러 인종, 지식, 산물들이 교류했던 국제도시였다”며 “이 과정에서 여러 식재료와 음식 문화까지 융합되어 타 지역과 전혀 다른 향토 음식이 계승, 발전되어 왔다”고 말한다.

이런 향토음식, 토속음식들은 개발로 인해 하나 둘 사라지고 프랜차이즈 레스토랑과 카페, 커피숍들이 들어서 이제 경주 맛의 뿌리를 찾기가 어렵게 되었다.

이 작가는 “옛 대릉원 주변 쪽샘골목의 한정식집들이 문화재 복원 과정에서 모두 허물어졌고 전 경주읍성 안에 있던 토속밥집들도 모두 사라져 아쉽다”고 말한다.

신라의 맛집들이 사라지고 개발로 허물어진 지금 성동시장의 맛집 골목 존재감이 한껏 커지고 있다. 반세기 가까이 경주의 맛을 지켜온 데다 그 맛이 이제 전국적으로 알려져 이제 그 대표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신라 천년 경주의 맛이 궁금한 관광객들에게 성동시장은 이제 멋진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줄 것이라 확신한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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