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역공인중개사 최성규 대표가 사무실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한상갑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류는 엄청난 생활상의 변화를 맞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비대면(非對面) 마케팅의 등장이다.

이런 온라인 마케팅의 등장은 부동산 중개에서도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기존의 사무실에서 진행되던 대면(對面)적 방식을 위협하고 있다.

지역에서도 상당수 부동산사무소들이 블로그, SNS, 부동산 카페 등을 이용한 온라인 마케팅 방식을 도입하고 있고, 일부는 아예 오프라인 공간을 없애거나 오피스텔 등을 활용해 점포 유지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대구에서 ‘부동산 온라인 마케팅’하면 범어역공인중개사의 최성규 대표를 빼놓을 수 없다. 최 대표는 부동산 중개의 모든 업무가 사무실에서 대면(對面)으로 진행되던 시절 과감히 부동산 블로그를 시작했다. 대구에서는 최초였고, 전국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였다.

당시 그가 올린 글은 포털의 맨 위에 노출되며 ‘뉴스’ ‘카페’ 등 다른 카테고리들을 압도할 정도였다.

처음 시작해서 일가(一家)를 이뤘으니 그 결실도 컸고, 그만큼 그늘도 짙었다. 부동산 중개 시장에 온라인 바람을 일으켰던 최 대표를 만나보았다.

◆보험사 퇴직 후 중개업으로 인생 2막=지역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최 대표는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에 입사했다. 

당시 대한생명은 보험사 ‘빅3’에 들 정도로 매출 규모가 컸고, 직원들은 탄탄한 회사 기반 위에서 마음껏 역량을 펼칠 때였다.

최 대표도 영업소장을 거쳐 국장급에 오르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퇴직 후 그는 한 ‘실수’에 휘말리며 20년 동안 쌓아왔던 모든 명망과 재산을 잃고 말았다.

50대 중반 나이에 맨 밑바닥에 서게 된 그가 재기(再起)의 카드로 꺼내든 것은 부동산중개소 개업이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역시 그에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2009년 수성구 대구여고 근처에 사무실을 열었지만 찾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제가 20년이상 고객 최접점에서 일했는데 아무 고객이나 들어오기만 하면 설득해서 계약으로 연결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일단 손님이 찾아와야 설득도 하고 설명도 할 텐데 방문객이 전혀 없는거에요. 6개월을 주말도 휴일도 없이 밤늦게까지 사무실을 지켰는데 손님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블로그에 글 올리면 포털 검색 상위 랭크=6개월 넘게 빈 사무실을 지키면서 최 대표는 오프라인 시장의 한계를 깨닫게 되었다. 물론 그 당시는 IMF 직후 부동산 경기가 위축돼 거래 자체가 실종된 시기이긴 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사무실 위주, 오프라인 마케팅 방식의 한계가 드러나던 때였다.

당시 그는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산행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당시 등산 붐을 타고 블로그가 꽤 명성을 얻고 있었다. 취미 하나로 사람들을 이렇게 모을 수 있다면 이걸 비즈니스로 연결하면 흥행을 거둘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고 바로 부동산 중개 블로그를 열었다.

블로그가 자리를 잡아갈 무렵 행운인지 부동산 경기도 함께 살아났다. 지역 분양 정보를 올리면 네이버 기사 맨 위에 랭크되며 지역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부동산 관련 블로그는 전국을 통틀어 최 대표의 콘텐츠가 유일 했다. 그가 기사를 올리면 포털의 맨 위를 독점했고, 지역 건설업자, 부동산 회사들도 그의 블로그를 체크하며 시장 흐름을 살폈을 정도였다.

최 대표의 부동산 블로그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면서 명성도 함께 따라왔다.

“당시 제가 블로그에 분양 광고 하나를 올리면 업데이트와 동시에 전화가 쏟아졌습니다. 당시 전화기 두 대를 가동했는데도 오전에만 100통이 넘게 올 정도였죠. 잘 관리된 블로그 덕에 경제적으로 기사회생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 분양된 한 아파트의 전체 물량 중 20~30%를 저 혼자 접수한 적도 있었으니까요.”

◆소비자 입장에서 정확한 부동산 정보 제공=‘전국 최초 부동산 블로그’라는 타이틀 외 최 대표의 차별화 전략은 또 있었다. 바로 소비자 입장에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었다.

건설사나 분양 대행사가 제공하는 아파트 기사는 대부분 장점, 유리한 정보 일색이었다. 또 불리한 정보나 단점은 가급적 숨기고 노출을 최소화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최 대표는 청약자 입장에서 분양 정보를 정밀하게 분석해 제공했다. 건설사에겐 아픈 정보, 광고사가 숨기고 싶어 하는 내용들도 모두 공개함으로써 소비자가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안내했다.

“아파트 분양 정보, 순위, 가점, 자격 요소 외에도 확장비 유·무료 조건, 중도금 이자 조건 등 들여다보아야 할 요소들이 많습니다. 방구조, 설계, 집의 방향 들도 반드시 체크해야 할 대상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수천만원 추가 부담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이런 점들을 짚어주고 있습니다.”

최 대표는 주로 소비자 입장에 서지만 본인의 업(業)이 건설사 등과도 연계돼 있어 표현에 있어서는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이런 가감 없는 정보를 제공하는 덕에 지역에서는 ‘최 대표의 말이라면 무조건 믿는다. 최 대표의 물건이라면 볼 것도 없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한편 최 대표는 블로그 운영과 관련해 모두 두 권의 책을 펴내 주변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5년에 발간한 ‘아파트 아는 만큼 내 집 된다’는 한때 부동산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으로 당시 서울의 한 출판사가 블로그를 보고 먼저 출판을 의뢰해와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중개사 개업 이후 하루 왕복 30km를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느낀 단상(斷想)을 풀어낸 ‘꿈 찾아 가는 길’도 블로그는 물론 출판가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온라인, AI 환경에 부동산 업계도 적응해야=최 대표가 블로그로 부동산 중개 시장의 새 경지를 개척한 이후 현재는 상당수의 중개업자들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중개사 시험이 고시 수준으로 어려워지면서 고학력자들이 중개사로 진출하면서 이런 경향은 더 두드러졌다.

블로거들이 대거 포털에 등장하자 부동산 광고 시장의 시장성을 확인한 포털은 이제 블로거들의 기사를 뒤쪽으로 배치해 노출 빈도를 낮추고 있다.

부동산 블로그의 쇠퇴로 최 대표의 블로그도 예전 같지 않다. 더구나 조정대상지역, 전매금지 등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포털을 통한 영업도 현저히 위축되고 있다.

그래도 최 대표는 1만여 명의 ‘블로그 이웃’들이 있어 상대적으로 건재 한 편이고 지금도 분양 물건을 게재하면 매회 1천건 정도 조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최 대표는 “현재 포털에서 제공하는 부동산 정보가 워낙 방대하고 정교해 오프라인 사장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며 “부동산 업계가 디지털·온라인화, AI 등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면 머지않아 도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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