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시장 앞에 들어선 시장 조형물 모습. 한상갑 기자

‘대구 동구시장은 동부정류장의 선물.’ 동구시장을 한 줄로 정의하는데 이 말만큼 적절한 표현도 없는 것 같다.

1975년에 들어선 동부정류장은 주로 강원도 동해안, 경북도 동부지역과 충남 당진, 서산 등 서해안지역까지 커버한 대구의 주요 관문 중 하나였다. 동부정류장은 경주, 포항에 연고를 둔 금아고속, 아성고속, 천마고속의 거의 전용 터미널이었고 이들 회사를 먹여 살린 성지(聖地)와 같은 곳이라고 한다.

1970년대 시외버스터미널의 유치는 효목동 일대에 큰 ‘축복’으로 여겨졌다. 일단 지역 교통의 거점으로 부상해 땅값이 올라갈 뿐 아니라, 엄청난 유동인구가 확보돼 지역 상권의 호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교통 기반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던 1970년대 시외버스는 엄청난 교통량을 자랑했다. 이 버스들은 학생들의 통학은 물론 교외의 장꾼들과 보따리를 실어 나르는 짐차기능까지 했다.

동부정류장이 들어서면서 여객과 화물이 급증하자 동구청은 이런 수요를 배경으로 바로 효목동에 시장을 세웠다. 이곳이 바로 이번에 소개할 동구시장이다.

대명동 관문시장(서부정류장)과 함께 시외버스터미널을 배경으로 장시(場市)를 열어간 효목2동 동구시장으로 떠나보자.

◆효목·만촌동 단독주택가 생필품 공급지로 개시=시외버스터미널의 유치와 함께 동구시장의 탄생 배경 중 하나는 시장 뒤로 펼쳐진 주택가들이다. 공동주택이든 단독주택이든 시장은 일정한 주거단지를 배경으로 세워지지만 이 중 상권 충성도가 높은 곳은 단연 단독주택이다.

우선 마을의 중심이나 길목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은데다 시장 점포들이 식료품, 생필품 등 주민들의 생활 밀착형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1980~90년대 서구의 원고개시장, 서부시장, 서대구시장 등이 대단지 단독주택을 배경으로 시장을 활성화한 것도 비슷한 사례다.

동구시장은 북쪽에 효목1동, 남쪽에 만촌1동을 경계로 자리 잡고 있는데 두 곳 모두 동구의 대표적인 주택가들이다. 먼저 효목2동은 20통 120개 반에 인구 1만3천여명을, 만촌2동은 19통 122개 반에 1만여명을 두고 있어 동구시장의 든든한 배후로 작용했다.

앞서 언급한 동부정류장의 유치는 동구시장의 출연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교통 인프라의 등장은 우선 유동인구를 증가 시켜 상권 활성화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특히 1970~90년대 시외버스의 교통량은 요즘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대가족제도 하에서 5~10인 가구가 기본이었던 시절 학생들의 통학인구는 물론 일반인 승객이 넘쳐나던 때였기 때문이다. 특히 장날이나 봄·가을 나들이 시즌 버스는 인근 장꾼들과 여행객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동구시장의 한 관계자는 “1970~90년대 대구 시내 전역의 버스정류장은 승객들로 만석을 이루었다”며 “동부정류장의 이런 풍부한 유동인구는 직선거리 450m 동구시장으로 유입돼 상권을 일으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이는 대명동 관문시장이 서부정류장의 승객을 배경으로 대구 전통시장의 ‘빅 3’급으로 성장한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동구시장 내부 모습.

◆인근에 대형마트 들어서며 전통시장 상권 잠식=경주, 포항 등 동해안 지역 화물과 여객을 배경으로 동구시장은 1980~90년대 전성기를 누렸지만 이곳 역시 인구 감소, 유통시장 개방 등 외풍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쇠락해가는 상권에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 갈 무렵 희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2002년도에 들어선 만촌동 보성타운과 의무사 자리에 들어선 메트로팔레스 대단지 입주였다.

갑자기 4000여 세대, 2만여 명의 인구를 확보한 셈인데 상인들은 시장 활성화에 대한 희망에 부풀었다고 한다. 그러나 시장은 의외로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않았다. 바로 직선거리 300m 지점에 대형마트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이 유통업체는 대단지 아파트 상권을 끼고 지역 상권을 급속도로 빨아들였다. 이 업체는 3000세대가 넘는 메트로팔레스의 인구를 기반으로 대구 시내 대형마트 중 손꼽히는 매출을 자랑했고 전국적으로도 매출 규모 ‘톱10’에 들 정도로 막강 상권을 형성했다. 전통시장이 대기업 유통기업에 의해 어떻게 잠식되는지를 눈앞에서 목도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현재 동구시장은 다행히 유통공룡의 공습(?)에도 크게 위축되지 않고 상권을 잘 유지하고 있다. 단독주택지 주민들이 시장에 대한 애정이 높은 데다 50여 년 다져진 상인들의 내공이 아직은 튼튼하기 때문이다.

동구시장은 다양한 맛집을 거느리고 있는 시장으로 유명하다. 식당 코너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참치회, 분식, 추어탕, 돼지족발 등 맛집들 성업=그동안 동구시장은 위생관리 모범시장 등에 선정되며 여러 차례 대구시 및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특히 2022년도엔 ‘도시 재생 뉴딜사업’이 완료되면서 활력 있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동구청은 2018년부터 총 222억원을 투입해 효목2동 도시 재생뉴딜사업에 나섰는데 특히 126면 주차장을 확보하면서 시장 주변 불법주차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시장 인근엔 복합근린허브센터가 건립돼 마을펍, 청년인큐베이팅존, 마을카페 등이 들어섰다. 이 모임을 주도한 ‘소목골 주민협의회’는 앞으로 동구시장에 야시장을 조성해 동구의 관광명소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동구시장과 청년이 재생에서 만나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소목골 마을축제’도 침체된 효목로 골목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작년 행사 땐 주민들, 상인, 청년들이 다양한 부스를 마련해 식품, 생필품, 액세서리 등을 판매했다.

다양한 종류의 미식과 맛집도 동구시장이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특히 주변에 효목초교, 효신초교 등 학교들과 한전동대구지사, 수성도서관 등 관청이 많아 어린이 간식과 직장인들 점심, 회식 등 수요가 많다.

참치회, 족발, 횟집, 분식, 추어탕 등 다양한 메뉴들이 포진하고 있는 점은 시장의 큰 장점이다. 전국구급 맛집들은 아니지만 지역에서 이름만 대면 알아주는 특색 있는 맛집들이 많다. 시장의 중앙에는 대형식당과 맛집 코너가 자리하고 있어 언제든지 즉석에서 요리를 즐길 수 있다.

한 식당의 점포주는 “동구시장에는 레전드급 맛집은 아니지만 다양한 메뉴와 맛집들을 거느리고 있다”며 “특히 추어탕, 분식, 참치회는 시내에서 맛객들이 원정을 올 정도”라고 말했다.

◆동구시장에서 뭐 하고 놀까 뭘 먹을까

1975년 동부정류장이 건설되면서 터미널의 상권을 배경으로 들어선 시장이다. 2016년 12월 동부정류장이 폐장될 때까지 강원도 동해안, 경북 동해안의 관문 역할을 했다. 130여 점포 규모의 중급시장이지만 다양한 맛집들을 거느리고 있는 시장으로 유명하다.

▶주소=동구 화랑로 25길 1.

▶영업시간=오전 7시~오후 10시.

▶교통=399번, 555번, 708번, 413번, 518번, 818번, 651번, 909번, 동구1-1번, 동구1번, 0번, 55번, 급행5번.

▶특징=주변에 효신초교, 효목초교, 한전동대구지사, 수성도서관 등이 자리 잡고 있어 시장의 든든한 배후로 작용하고 있다.

▶맛집=참치회, 추어탕, 분식, 통닭, 족발, 칼국수.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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