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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골목] 대구 관문시장 구제 옷거리“아웃도어·신발·청바지 등 한보따리 샀는데도 2만원”
대구 관문시장엔 약 300여곳의 구제옷 점포들이 들어서있다. 소매는 물론 도매업자들까지 방문이 늘고 있다. 남구청 제공

구제 옷거리의 멋스런 별칭인 ‘로사 우파다’(Ropa usada)는 스페인어로 ‘입던 옷’의 뜻이라고 한다. 보통 구제옷 거리를 고급스럽게 말할 때 ‘○○의 로사 우파다’라고 거창하게 말하곤 하는데 실상 대단한 의미는 아닌 것 같다.

서울 동묘시장에서 출발한 구제시장은 이제 종로5가의 광장시장과 부산의 남포동 구제골목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구제시장 하면 대구도 빠지지 않는다. 현재 교동시장, 동성로, 중앙로역 거리와 번개시장 등에는 구제거리가 이미 자리를 잡았고 각 전통시장마다 하나 둘씩 점포들이 들어서고 있다.

대구의 대표 구제골목 하면 뭐니 뭐니 해도 관문시장이다. 이미 노점을 포함 300여 곳 점포가 성업 중이다. 규모 면에서도 가장 크고 역사도 깊다.

요즘엔 패션 유튜버, 연예인들의 방문도 부쩍 잦아져 전국구급 명성을 구가하고 있다. 대구 빈티지 패션의 성지(聖地) 관문시장 구제골목을 돌아보았다.

 

◆IMF 시절 대구역 근처에서 구제골목 시작=구제골목 역사를 추적하다 보면 한국 현대사의 ‘큰 사건’과 만나게 되는데 바로 IMF 구제금융이다. 하루아침에 실업자로 내몰린 실업자들이 한 푼이라도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찾았던 곳이 구제골목이었다.

대구에 구제 숍이 등장한건 1997년 무렵.  처음에는 자유극장 쪽에서 매장이 하나둘씩 생기다가 교동시장, 중앙로역 근처를 거쳐 동성로까지 진출했다고 한다. 구제거리가 번화가까지 몰려든 이유는 대구의 오랜 경기 침체와 불황으로 인해 점포세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 동성로 구제시장의 바통을 바로 넘겨받은 곳이 바로 관문시장이었다. 시외버스터미널 덕에 외지인들의 왕래가 편하고, 도시철도 역세권, 도심 접근성 외 무엇보다 점포세가 저렴했기 때문이다.

초기부터 점포를 열었다는 한 주인은 ‘관문시장 중심 상가는 가게세가 비싸지만 3지구 외곽 쪽은 월세가 싸 이곳을 중심으로 구제골목이 형성됐다’고 말한다. 지금은 시장 전체(5지구)로 퍼져나가 골목마다 구제 옷가게들이 들어서 규모를 파악하기 힘들 정도다. 상인들은 대략 도소매 점포 300여곳이 영업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의류수거함 물건이 대부분... 일부는 수입품도=그렇다면 이 많은 구제옷들은 어디서 오는 걸까. 업계에서는 ▶해외 수입 의류 ▶의류 수거함에서 나온 물건들 ▶폐의류 집하장의 물건들 ▶이월이나 폐업으로 인한 재고품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한다.

물론 업자들마다 자신만의 ‘비선’(秘線)을 따로 가지고 있어 고도의 영업 비밀로 여긴다. 취재 중 만난 한 업자도 “대부분 업자들이 폐의류 집하장 같은 오픈된 구매선 외에 자신만의 구매 라인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구제옷의 가장 큰 거래는 무역회사의 창고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전국 아파트 헌옷수거함에 모인 의류들은 집하장 상인들에 의해 모두 무역창고로 모인다. 이 옷들이 수출용 컨테이너에 실리기 전에 바로 의류업자들이 ‘노다지 찾기’ 경쟁이 시작된다.

대구의 한 도매업자는 “무역 창고에서 대형 집게로 컨테이너벨트에 옷을 올리면 업자들이 달라 들어 옷을 분류하는데 1~2초 안에 실만한 물건을 포착하는 능력에 따라 업자들이 모든 수입이 결정 된다”고 말한다.

그러다보니 그 전 단계인 아파트 의류함 수거 과정에서도 중요한 비즈니스가 펼쳐진다. 아파트 의류는 재활용품 업체가 수거권을 따내고 이를 집하장에 모으는데 이 과정에서도 많은 ‘경영 노하우가’ 작동하는 것.

즉 수도권일수록, 부촌(富村) 일수록, 대단지 일수록 양질의 상품들이 나오고, 또 가죽제품, 란제리 등 소재와 계절에 따라서도 상품의 양과 질에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수거 지역, 시기를 놓고도 업자들끼리 고도의 신경전이 펼쳐진다.

 

◆운 좋으면 프라다, 구찌, 루이비통 등 명품 ‘득템’=20년 넘게 관문시장 구제골목을 지켰다는 한 상인은 ‘요즘이 더 바쁘다’고 말한다.

이른바 ‘빈티지 열풍’이 불면서 젊은층의 시장 방문이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구는 물론 전국에서도 패션에 민감한 젊은 층들이 ‘나만의 개성’을 찾아 시장을 찾고 있다고 한다. 특히 최근 유튜버들과 연예인들이 카메라를 들고 자주 출몰하는 경우가 많아 점포주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시민들 뿐 아니라 타지의 의류업자들도 관문시장을 자주 드나들고 있다. 인근 경북의 시군은 물론 부산, 서울에서도 도매 물건을 떼려오는 경우도 많아 관문시장의 달라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명품이나 레어템을 찾기 위해 시장에 들른다는 한 대학생은 “발품만 팔면 샤넬, 프라다, 구찌, 루이비통 같은 명품들은 물론 ‘미치코 런던’ ‘토르스 콤베’ 같은 희귀템들도 가끔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교감을 하면 진품이 들어왔을 때 먼저 연락을 해주기 때문에 상인들과 스킨십은 필수.

젊은들이 명품을 위해 시장에 들른다면 어르신들이나 외국인 근로자들은 주로 실속, 실리를 위해 숍으로 온다. 싼 물건은 2000~3000원에 비싸도 1만원을 잘 넘지 않는다.

시장에서 만난 한 베트남 주부는 ‘아이들 신발과 옷가지, 남편 아웃도어, 바람막이를 샀는데 2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며 ‘사이즈가 맞지 않는 옷은 바로 근처의 수선집에서 맡기면 간단히 해결된다’고 말한다.

대구의 로사우파다, 대구의 동묘시장으로 불리고 있는 관문시장 입구 모습. 남구청 제공

◆알고 가면 큰 도움, 상인들이 말하는 ‘득템 팁’

무비(無備)면 유환(有患)? 준비되지 않으면 고생한다. 구제골목에서 통용되는 격언이다. 수백개 점포와 수만 점의 아이템 속에서 효율적인 쇼핑을 위한 룰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상인들이 들려주는 ‘득템 팁’을 알아보자.

①물건이 들어오는 요일, 시간에 맞춰 가라. 시장·점포마다 다를 수 있다. 사전 파악은 필수.

②빈티지 제품의 특성을 파악하고 브랜드 공부를 하라. 주변에 이쪽으로 밝은 친구를 동반하면 큰 도움이 된다.

③주인과 안면 트고 지내자. 특히 명품 쪽을 공략한다면 주인과 커뮤니케이션은 필수. 원하는 브랜드, 제품을 미리 말해두면 물건이 들어왔을 때 정보를 먼저 접할 할 수 있다.

④원단 공부도 해 놓으면 도움이 된다. 산더미 같은 의류 속에서 초이스의 제1 기준은 원단이다. 원단을 알면 불필요한 공력의 70%는 줄일 수 있다.

⑤시간과 다리품을 많이 팔자. 구제 골목에서 쇼핑 노하우는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다. 시간을 들이고, 많이 드나들수록 내공이 쌓인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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